배움/인문학

토지 6

꿈트리숲 2019. 4. 29. 06:08

신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용기를 낸 서희

 

매주 월요일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후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6번째로 토지 6권의 얘기를 이어갑니다. 간도에 간 평사리 사람들, 그들을 중심으로 용정과 회령의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면서 얘기는 더 풍성해지고 흥미진진해져요. 과연 서희와 길상 상현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정리가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토지 5권에서 서희가 상현의 마음을 떠보려 상현 앞에서 자신은 길상과 결혼 할 것이라고 선언을 했어요. 상현은 자신의 처지에서 결코 서희를 잡을 수 없으면서도 분노와 치욕이 일어 마시던 술잔의 술을 서희 얼굴에 던지고 가버립니다. 더 이상 용정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거죠.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요. 그즈음에 길상은 서희의 일을 봐주느라 회령에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요. 거기서 알게된 과부, 옥이네와 살림을 차립니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결혼 할 것이라는 소문이 서희에게까지 닿고 서희는 소문의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하러 회령까지 갑니다.

 

서희, 봉순, 길상의 삼각관계가 끝나니 서희, 길상, 상현의 삼각관계가 이어졌고요. 상현이 마음 접고 떠나니 새로운 인물 옥이네가 등장해서 서희와 길상과의 또 다른 삼각관계가 됩니다. 작가가 여러 인물들을 계속해서 등판시키며 삼각관계를 만드는 것은 서희와 길상의 속마음을 떠보려 했던 것일까요? 그런 삼각관계를 거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의 정체를 알게되는 것 같아요. 서희로서도 길상으로서도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기에 많은 혼란이 있습니다. 좀체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서희가 옥이네 집에서 본 길상의 목도리에 그만 질투가 일었는지 자신이 새 목도리를 사서 길상에게 던지며 울음을 토합니다.

 

p 126 “난 난 길상이하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단 말이야. 다 버리고 달아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단 말이야.”

철없이 주절대며 운다.

그 여자 방에 그, 그 여자 방에서 목도리를 봤단 말이야, 으흐흐흐흣......”

길상의 눈동자가 한가운데 박힌다.

그 꾸러미가 뭔지 알어? 아느냐 말이야! 으흐흐...... 목도리란 말이야 목도리.”(중략)

서희는 또다시 길상의 면상을 향해 집어던진다. 진갈색 목도리가 얼굴을 스쳐서 무릎 위에 떨어진다.

헌 목도린 내버려! 내버리란 말이야! 흐흐흐...... 으흐흐흣......”

 

그동안은 서희가 어떻게든 부를 일구어 평사리로 돌아가 조준구에 복수하는 일념하나로 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길상은 서희의 그런 필요에 의해서 곁에 있는 것이라 여겼구요. 그런데 서희의 본심을 알게 되었으니 길상의 마음은 얼마나 방망이질을 칠까요? 서로가 어릴 때부터 보아 와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쉬이 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었고, 또 남자인 길상이 종노릇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먼저 맘을 내비칠 수가 없었을 거에요. 이제 서희가 먼저 신분의 벽을 허물었기에 그 다음은 술술 풀릴 듯하지만, 김훈장의 얘기가 길상을 계속 고뇌하게 만들어요.

 

신발이란, 발에 맞아야 하고, 사람의 짝도 푼수에 맞아야 하는 법인데. 야합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요.”

 

상현의 아버지 이동진이 잠시 다녀갈 때 김훈장댁에 들러 서희의 혼인을 의논했었어요. 그때 길상도 다 듣고 있는데서 김훈장이 얘기를 합니다. 김훈장이 말하지 않았어도 너무 잘 알고 있던 길상이기에 서희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해줄 마음이지만 그 스스로도 야합이 아닌 다음에야 결혼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p 128 그러나 이들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왔다. 그것은 용정을 향해 달리던 마차가 어떻게 되어 그랬던지 뒤집힌 사건이다. (중략) 계곡 사이의 좁고 가파로운 내리막길을 달리던 마차가 돌연 뒤집히면서 계곡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길상은 찰과상 정도를 입었지만 서희는 다리가 부러지고 기절했어요. 길상은 서희가 잘못되는 줄 알고 눈 쌓인 언덕을 필사적으로 올라옵니다. 서희를 안고서요. 이 일로 오래 지속된 삼각관계의 종지부를 찍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의 마음을 확실히 객관적으로 확인했으니까요.

 

6권 후반부에서는 간도로 떠나오기 전 소식이 끊겼던 봉순이 등장합니다. 봉순은 진주에서 기생이 되었어요. 몸은 천리 먼 길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마음은 서희 애기씨와 길상이와 함께 하는지 간도 소식을 전하러 온 상현을 만나고서 연신 눈물을 찍어 냅니다. 반가운 소식도 소식이겠지만 이제는 결코 길상과 연결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 같아요.

 

그 외 인물들, 길상과 서희 주위를 맴돌며 밀정을 심어놓는 거복이 김두수, 월선에게 피해만 끼치는 임이네를 데리고 통슬포로 떠난 용이 얘기도 나오지요. 참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싶었는데, 결국엔 맘을 굳게 먹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는 용이의 심정이 절절하게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인물들, 개화당, 동학당, 의병들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다루어져있어 심심할 틈 없이 한권이 끝났습니다. 허구의 소설이지만 시대 배경을 빼놓고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어렵겠지요. 그렇기에 시대가 만들어낸 악인이 나오고, 시대가 빚어낸 가난과 사건들도 탄생합니다. 그 속에서 토지의 등장인물들은 사랑하고 이별하고 쫓고 쫓기고 합니다.

 

토지 7권 이야기는 다음 한주 쉬고 2주 뒤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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