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국내여행

2019 강릉 여행 - 2일차(1)

꿈트리숲 2019. 5. 10. 06:37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커피향은 좋아한다면

 

 

첫날, 밤이 깊도록 여자 넷이서 수다를 떨었어요. 때마침 큰시누이 생일이기도 해서 조촐하게 생파도 하고요. 남편이 누나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재밌는 이모티콘을 딸에게 보냈어요. 그 이모티콘과 똑같게 고모에게 전해달라고요. 딸은 그 이모티콘의 움직임을 싱크로 100%해서 재연했어요. 깊은 밤 그곳에선 여자들의 웃음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동생으로부터 받는 생일 축하를 동생의 딸을 통해 전달 받은 누나는 기쁨과 감사의 눈물도 조금 훔쳤습니다. 암튼 이래저래 1일차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 다 잡았습니다.

 

 

여자넷 in 강릉, 2일차!

오늘의 목적지는 테!라!로!사! 입니다. 아~~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예술의 전당에 전시회나 공연보러 가면 1층 테라로사 카페를 항상 들러요. 전 커피 애호가는 아닌데요. 커피향이 좋고, 그 향기가 머무는 공간이 참 좋습니다. 빵순이 답게 테라로사 가서 빵과 다른 음료만 마시고 나와도 기분이 한껏 좋아집니다. 작년 언제쯤인가 신문에서 테라로사 본점과 커피공장이 테라로사 대표님의 인터뷰 기사와 함께 나온걸 봤어요. 그 기사를 보고 남편에게 강릉가서 커피공장 가보자 했더니 시큰둥 하더라구요. 남편 아니어도 언젠간 가고말테다 했는데,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여자넷 in 테라로사

 

강릉 본점은 아침 9시 오픈입니다. 웬지 사람들 붐빌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일찍 조식먹고 테라로사로 갔어요. 9시 7분 도착했는데 벌써 주차장이 많이 찼어요. 카페안은 더 붐비구요. 제가 유명하다 생각하는 곳은 남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테라로사 본점 건물의 특징은 빨간 벽돌인데요. 인증샷을 많이 찍는 곳이죠. 왜 빨간 벽돌인지는 커피공장 견학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테라로사의 유래는 테라로사 사장님이 처음 원두 사업을 하면서 세계 커피원두 산지를 많이 다니셨대요. 다니다보니 주로 커피 나무가 잘 자라는 땅은 붉은 토양임을 알게 되었던거죠. 포르투갈어로 테라는 땅, 록사는 붉은 색이라고 하네요. 테라로사 사장님이 커피 사업을 확장하면서 테라록사를 브랜드로 쓰고 싶은데 발음이 쉽지 않아서 테라로사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점 건물은 상징성 있게 붉은 벽돌로 되어있나봐요.

 

 

카페 옆에 아트샵에서 공장 견학 티켓 예약하고 본격적으로 테라로사 즐기기 돌입합니다. 커피 주문하고서 20분을 기다렸어요. 연휴에 여행은 항상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준비해가셔야 합니다. 음식점도 카페도 관광지도 인산인해여서 자칫 짜증이 올라올 수 있거든요. 사실 몇곳에서 부부끼리, 혹은 엄마와 아이 사이에 얼굴 붉히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기다림이라는 것이 설렐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인내를 요구하기에 시간에 쫓기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 인내가 쉽게 바닥나고 말아요. 즐거운 여행길에 마음과 시간 꼭 휴대하시길 바랍니다.

 

 

 

얼죽아 vs. 더몸따 (얼어 죽어도 아이스 파 vs. 더워도 몸생각해서 따뜻하게 파) 90년대생 조카따라 저도 줄임말 좀 만들어봤어요.ㅎㅎ

 


테라로사의 자리 배치는 흡사 강화도에 있는 조양방직 카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테라로사 본점에 왔으니 저도 커피 한잔을 주문해봅니다. 꽃무늬가 드리워진 아기자기한 잔에 커피가 담겨 나와요.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행복해서 커피 맛은 안봐도 될 듯한데, 그래도 신경써서 주문한 거니까 맛은 봐야겠죠? 신맛이 강합니다. 전 고소한 맛이 더 좋은데... 공장 견학때 가이드분이 그러셨어요. 신맛이 좀 더 신선한 커피라고요. 참고할게요. 잔에 담긴 커피가 저를 담아서 우리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어요. 테라로사 잘 온것 같아요? 네^^ 완전!!! 이런 대화를 잠시 합니다.

 

 

feat. 마미손? 노노 조카손


시간이 되어 커피공장 견학하러 갑니다. 10시부터 매시 정각에 견학 시작이에요. 두둥! 무거운 철문이 열리고 안으로 안내받은 사람은 저희 여자넷 뿐이더라구요. 살짝 실망입니다. 재밌고 유명한 견학이면 신청자가 많을텐데, 우리뿐이라니 재미없나보다 하고요. 그런데 우리 넷 뿐이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이 좋은 견학을 느긋하게 하면서, 물어보고 싶은 것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다 질문할 수 있어서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죠.




 

막상 영상도 보고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고 하니 커피에 관심이 없던 저도 질문거리가 퐁퐁 샘솟더라구요. 알아두면 도움되는 것들도 많았는데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서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해 아쉽네요. 커피 묘목과 커피 열매, 원두에 대한 설명도 좋았고, 때마침 대형 기계에서 볶아진 원두가 쏟아져 나와 식히는 단계로 가는 순간도 포착했어요. 투어 마지막은 가이드분이 3가지 커피를 직접 내려서 시음하게 해주십니다. 40~50분 동안 커피 여행을 하고 와서 그런지 커피 맛이 색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무언가를 알게 되면 더 이상 알기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된다고 했던가요. 커피는 이제 저에게 있어서 그냥 커피가 아니게 되었어요. 테라록사를 떠올릴테고, 커피 열매의 색깔들이 아른거리고 원두의 모양과 크기가 다 생각날 것 같아요. '대추 한 알'에만 태풍과 천둥이, 무서리 내리는 밤과 땡볕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커피 열매 한 알에도 수많은 사람의 노동과 땀, 그리고 기다림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커피를 마시며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공장 투어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네요. 얼른 수습하고 다음 장소로 넘어가야겠어요.


 

시어머니께서 딸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들이 함께 여행한다고 용돈을 주셨어요. 그래서 여자넷은 원없이 폭풍 쇼핑을 했습니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을 테라로사에 다 몰아주기라도 하듯, 나는 이거, 나는 저거 하면서 사치를  조금 부렸습니다. 어머니, 감사해요. 덕분에 텀블러 득템했습니다.



2일차 이야기도 두번에 나눠 실어야 할 것 같아요. 저 원래 말 많은 사람이 아닌데...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일차 두번째 이야기는 다음주에 찾아올게요.~~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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