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꿈트리숲 2019. 8. 2. 06:36

나이들어 가장 좋은 친구에게 베풀 수 있는 것

 

 

제가 이근후 선생님을 알게 된 건 6년 전 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통해서였어요. 그때도 연세 많다 생각한 선생님이었는데, 올해 새 책을 내셨네요. 창작의 열정은 나이가 든다고 식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요. 전작에서 유연한 사고에 변화를 선도하거나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었어요. 특히나 제사를 지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파격에 가깝다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 책을 보고 친가, 시가 양쪽에 의견을 내봤는데요. 돌아오는 건 나는 이렇게 지낼란다. 내 죽거든 그렇게 지내라.’ 는 말씀이었지요. 부모님들께 제사 방식을 바꾸자고  하는 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올해로 이근후 선생님은 여든 다섯이 되셨어요. 새 책을 내시며 마치 나 아직 정정하다고알려주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이 <어차피 살 거라면,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이에요.

 

제가 십대 때는 스무살이면 다 큰 거라 생각했어요. 스무살 때는 대학교 4학년들이 늙었다 생각이 들었구요. 그리고 40, 50은 아주 먼 미래라 여겨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었죠. 그때면 다 늙었겠지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그 나이가 되어보니 늙기는요 오히려 배움에 있어 20대 보다 더 열정이 불타오르는 느낌입니다. 더 즐겁게 배우고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2009년에 유엔은 호모 헌드레드, 100세 시대의 도래를 공식화 했답니다. 2015년에는 생애주기별 연령을 발표했는데요. 1~17세까지 미성년, 17~65세까지 청년, 65~79세까지 중년, 79~99세까지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으로 나누었어요.

 

예전에 제 기준으로 보면 환갑잔치하고 일선에서 물러나 할머니 할아버지 대우 받을 나이가 아직 청년입니다. 65세 부터가 중년이라니... 하마터면 지금 제 나이를 중년으로 생각할 뻔 했어요. 100세를 살고 계시는 김형석 선생님께서도 그러시고 이근후 선생님도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주시니 저도 그 분들 따라 멋진 청년기를 보내봐야겠다 싶어요. 주위에 본받을 선구자들이 계시니 뒤따르는 우리는 조금 덜 수고하고 그 길을 갈 수가 있습니다. 선구자가 알려주는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궁금하시죠? 그 중 한 가지 소개해드릴게요.

 

p 163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친구는 단연 배우자다. 좋은 친구를 잃기 전에 생각해 보라. 내 좁은 시야가 배우자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를.

 

제가 요즘 드는 생각이 그래요. 건강하게 두 부부가 오래 산다면 그만큼 좋은 친구도 없겠다 싶습니다. 더군다나 남편과 저는 동갑이라 더욱 그럴 확률이 높죠.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친구를 만드는 것에도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해요. 이근후 선생님의 꿀팁을 한번 들어볼게요.

 

첫째, 우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으라.

둘째, 배우자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

셋째, 말투를 조금만 바꾸자.

 

오래 부부 생활을 하다보면 배우자에 대한 고정된 틀을 갖기 쉽다고 합니다. 저도 영 아니라고는 못하겠어요. 고정된 틀을 가지면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부부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지요. 그래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감정이 상했을 때 하고 싶은 말 전부 토해 낸 배우자는 한결 부드러워진다고 하네요. 그러면 감정이 말랑말랑해진 상대방과는 얘기가 좀 더 잘 풀릴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배우자는 이해하기 전에 먼저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라고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볼 때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지요. 연애할 때 그 사람의 모습이 좋아서 결혼까지 간 건데, 막상 결혼 생활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며 싸우고 돌아서고 합니다. 배우자의 모습을 바꾸기 이전에 나 먼저 바꾸고 변화된 내 모습에 감동하여 상대방이 바뀐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있는 그대로 배우자를 인정해줍시다.

 

세번째 말투는 저도 격하게 공감해요. 신혼 초에 기 싸움 하느라 엄청 피곤했거든요. 싸움도 싸움이지만 동갑이다 보니 니가...’ ‘왜그래?’ ‘...했잖아?!’ 등등의 말 때문에 더 감정상하고 했었어요. 2~3 단계의 수위에서 끝날 싸움이 반말 때문에 5~6 단계까지 가고, 마음의 상처는 더 깊고요. 그래서 아이 태어나고 서로 존댓말을 쓰기로 합의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어요. 그래도 노력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남편이 있어 제가 부글부글 했었습니다. 남편은 존댓말을 쓰다 말다 했거든요. 제가 지적을 하면 존댓말 썼다가 잊어버리면 또 반말을 하고요. 혈압 여러 번 올랐더랬죠.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런 시간이 십여 년 흐르고 보니 이제 반말이요, 쓰려고 해도 너무 어색해서 차마 입 밖으로 못 내뱉겠어요. 남편 역시 반말이라 하면 어색함에 몸서리를 칩니다.

꼭 존댓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싸움의 횟수와 강도가 줄어들었고요. 요즘은 싸울 일이 거의 없어요. 가장 좋은 친구 한명 확실히 사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p 232 불가에서는 물질이 아니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를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한다.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씨, 친절한 행동, 착하고 어진 마음, 편한 자리를 양보하는 자세, 잠잘 곳을 제공해 주는 배려가 그것이다.

 

돈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지금 당장 베풀 수 있는 것이 일곱 가지나 됩니다. 세상에 나누는 것도 꼭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나의 가장 좋은 베프, 배우자에게 일곱 가지 보시 베풀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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