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강의

김민식 작가님 in 송도나비

꿈트리숲 2019. 8. 6. 06:12

내 인생에 남기는 강의 발자국

 

지난 토요일 제가 매주 나가고 있는 독서모임, 송도 나비에서 빅 이벤트가 있었어요. 김민식 작가님이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를 출간하시고 송도 나비를 찾아 주셨던 저자특강이 바로 그 이벤트입니다.

 

제가 블로그에서 작가님 책이나 강의에 대한 얘기를 여러 번 썼기에 이번 강의는 후기를 생략할려고 마음 먹고 있었어요. 아직 글재주가 미천하여 본의 아니게 같은 내용 반복할지도 몰라서요. 실제로 후기로 남기지 않은 강연들도 몇 번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야기 듣는 재미로, 나비 회원 분들이 감동하는 모습 보는 기쁨으로 그날 그 기분을 만끽하려 했는데요. 강의 듣는 도중 머리에 번쩍 번개가 치더라구요. 지니에게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작가님에게는 세 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건 왜 재밌을까?

 

 

작가님이 강의 시작할 때 항상 출제하시는 ‘김민식을 찾아라’ 문제가 있어요. 30년 전의 사진에서 김민식을 찾는 문제이지요. 이거 은근 꿀잼이에요. 힘겹게 한계령을 오른 그 사진을 보면서 작가님은 스무살 김민식은 어떻게 자전거 전국 일주가 재밌었을까 생각해보셨다고 합니다. 작가님 말씀 듣고는 저 역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는 왜 작가님 강의가 재밌을까? 하구요. 작가님과 같은 이유였습니다. 돈을 받지 않고 했기 때문이지요. 돈을 얼마줄테니 강의 들어주세요 했다면 애초에 싫증나서 나가 떨어졌을거예요.

 

지방에 살 때 보다 물리적 거리가 좁혀져서 가능한 이유도 있지만 순수하게 재밌는 것에 몸과 마음이 이끌리는 지극히 합리적인 이유로 김민식 작가님의 강연을 열 다섯 번이나 가게 되었던 겁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자발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2017 4월 영어책 한권을 80프로 정도 외우고 댓글부대 암송에 참가한 것이 첫번째 강의였습니다. 백 여명 모인 자리에서 작가님이 춤을 추셨어요. 드라마 촬영 중간중간 대기 시간에 이어폰 귀에 꼽고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면서 춤을 추신다하면서요. 즉석에서 바로 예시를 보여주셨지요. 50대 아저씨의 막춤을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기절초풍 할 만한 수준급의 댄스였어요. 이제껏 어느 강의에서도 만나본적 없는 유쾌함에 전 감동의 충격을 먹었습니다. 그 강의가 너무 강렬한 임팩트를 줬기 때문인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작가님 강의 듣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명 강의 수행, 정좌하고 면벽수행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강의 들으러 서울을 누비며 낮에도 밤에도 평일에도 주말에도 혼자서도 가구요.  때로는 딸과 함께, 때로는 세식구 다함께 다니는 것 그것도 진짜 수행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어요.

 

첫번째 강의때 저는 용기가 없어 사진 한 장 못 남겼어요. 수줍게 책 내밀어 사인만 받아왔지. 두번째 댓글부대 암송때 사진을 남겼는데요. 떨려서 활짝 웃지도 못했네요. 돈 받지 않고 내 발로 찾아가 듣는 강의, 그 누구의 입맛에도 맞출 필요없는 그래서 내가 듣고 싶은대로 느끼고 싶은대로 남기고 싶은대로  자유로움 그 자체여서 저는 김민식 작가님의 강의가 재밌습니다.

 

이날 작가님은 여러 여행지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시면서 유럽 배낭여행 당시 넉넉하지 못한 여행경비 때문에 융프라우를 걸어서 올랐다고 하셨어요. 훗날 돈을 들여 인터라켄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를 다시 갔는데요. 첫번째 여행보다 기억에 남는게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작가님은 두번째 질문을 던지셨어요. 걸어서 올랐던 융프라우는 추억에 남고, 열차 타고 갔다 온 것은 추억에 남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하구요.

 

"이건 왜 추억에 남을까?"

 

 

돈을 들이지 않고 고생하면서 여행했기에 추억에 오래 남는다고 하셨어요.

저도 작가님 강의만을 열 다섯 번 다니면서 때로는 아이와 동행하려 먹는걸로 꼬드기고 운전해서 아이를 모시기도 하고요. 버스타고 지하철 타며 산넘고 물건너 갔던 일들이 고스란히 추억에 저장되었어요.

 

강의 끝나고 밤중에 혼자 돌아올때는 힘든 것도 잊고 벅차고 뿌듯함에 집으로 오는 시간이 순삭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강의를 여러 번 다니다 보니 저에게 김민식 작가님을 강연에 초청하는 방법을 물어오는 사람도 있구요. 강의 진행 방식을 어떻게 할지 조언을 구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이 모든 추억이 강의 듣는 것으로 공짜로 만들어졌다니 그저 신기합니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인생에서 남는 건 무엇일까?"

 

 

인생에서 남는 건, 그리고 남겨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작가님은 돈이 아니라 노력을 들인 것이 남는다고 하셨고, 뭔가에 시간과 정성을 들일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제가 매일 아침 작가님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는 건 그저 좋은 글을 읽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 생각했는데요. 작가님은 그걸 대단한 정성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제가 블로그를 하기 이전부터 해오던 댓글 쓰기가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밥먹듯 자연스럽고 빼먹으면 허전하고 찜찜합니다. 습관적으로 쓰는 댓글이라도 좀 더 정성을 담아야겠다 싶어요.

 

돈들이지 않고 타인에게 정성을 들일 수 있는 일, 그 일은 제 인생에도 누군가의 인생에도 남을 듯싶어요. 더 나아가 나에게 정성을 들이는 매일 아침 글쓰기, 제 인생에 사라지지 않는 발자국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재미와 추억을 모아 각자의 인생에 남기는 것 그 족적은 우리의 정성과 시간의 흔적이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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