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공부머리 독서법

꿈트리숲 2019. 8. 7. 06:00
공부머리는 독서로 길러진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걱정과 혼란이 조금 있었다면 ‘계속 책만 읽어도 학교 공부 따라가고 잘 클까’였어요.  다른 아이들은 학습지다 학원이다 사교육을 하기에 눈감고 귀막고 살 수가 없으니 마음이 일렁이긴 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그렇게 키우다가 바보 만든다, 초등 성적이 대학 입시 성적이다 등의 협박성 비슷한 얘기들을 많이 해서 저의 걱정은 더 커지기도 하구요. 그래도 전 사교육 시장에 절대 제 아이를 내 놓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왠지 아이를 잡아먹고 저까지 사교육 광풍에 휘말릴 것 같았거든요.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담임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아이가 수학을 잘 못하니 집에서 좀 봐주시라고요. 전 괜찮다고 했어요. 수학 못하면 다른 거 잘하는 것 있겠죠 하면서요. 초등 입학하고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셨나고 물으셨어요. 순간, 역시 수학이 문제구나 싶었는데, 아이가 남달라 보여서 물어보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집에서 책보고 놀며 컸다고 말씀드렸더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시라고, 자라면서 점점 더 책 읽은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없었더래도 저는 책과 놀이 그리고 원하는 예체능을 하게하며 키울 생각이었는데요. 5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또 한 번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다른 학부모님들의 말에 흔들리지 마시고 어머니 뜻대로 계속 밀고 나가시라고요. 아이가 초등 내내 공부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시험 때 그 흔한 문제집 하나 없어서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었으니까요.
 
중학교 입학 하면서 본 배치고사 성적도 전교 석차의 중간 정도여서 남편이나 저나 아이 공부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1학년은 자유 학년제라 말 그대로 자유롭게 지나갔고요. 2학년이 되더니 시험기간에 눈에 불을키고 공부하더라구요. 제 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남편과 제가 그만 하라고 말리기까지 했어요. 그렇다고 밤을 샌다거나 코피 쏟으며 공부했다는 건 아니고요. 그저 평소 같으면 놀았을 시간에 공부라는 걸 하게되었다는 그런 변화였지요.


중간, 기말 다 성적을 잘 받았어요. 심지어 선생님들마다 걱정하시던 수학도 90이상이 나오고요. 책 읽으면 국어, 사회, 역사까지는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과연 수학도 그럴까 했거든요.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학교 공부 따라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임상 시험(?) 했다고나 할까요. 사교육으로 선행을 해서 초등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며 1차 성적 하락시기를 맞고 고등학교에 가면서 성적이 또 한 번 요동치는 2차 시기를 맞는다고 사교육 현장 한가운데 서있는 강사가 그런 얘기를 합니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선생님은 그러셨어요. 부모나 아이들이 사교육 신화를 믿는 이유는 ‘가르치면 알게 되고, 가르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프레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나 저자가 직접 사교육 현장에서 본 아이들은 초등 성적의 신화를 오래 이어가지 못하더라는거죠.
 
p 37 사교육의 효과는 왜 초등학생 때만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걸까요? ‘교과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서비스’라는 사교육의 본질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그 답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을 받으면 읽고 이해할 필요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풀면 되죠.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듣고 이해하는 공부를 하는 겁니다.
 
초등때부터 사교육을 받은 아이는 공부란 학원가서 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요. 제 아이의 지금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 한명당 여러 질문을 만들어 친구들이 그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설문지를 방학하면서 가져왔어요. 거기에 친구에게 궁금한 것은? 이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아이들 하나같이 학원 안다니면서 공부는 어떻게 하냐는 걸 물었더라구요.
 
학원 다니는 친구들 눈에는 우리 아이가 신기해 보였나 봅니다. EBS 강의도 수학에서 모르는 부분만 한 두 번 강의를 들은게 전부인 아이는 혼자서 문제를 풀어보고 저에게 물어보고 하는 것이 공부 방법의 전부였는데요. 독서로 인해 문해력 독해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라는 걸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p 91 숙련된 독서가는 개념을 잘 파악합니다. 수학 공식의 개념, 문제의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학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배워야 할 공식의 개념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숙련된 독서가일수록 훨씬 쉽게 개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침독서 운동이 아이들의 수학 성적을 끌어올린 이유이고, 원리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아이가 재밌어하는 이야기 책으로 권수에 연연해하지 말고 천천히 읽을 것을 주문합니다. 시간 없다고 요점만 뽑아 읽는다든지, 권장 도서,  추천 도서를 아이 취향과 상관없이 엄마가 골라서 커리큘럼 짜준다든지 하는 건 독서 역시 사교육으로 이용하는 꼴이 됩니다.
 
우리의 교육 프레임은 가르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러니 더 많이 가르치면 더 많이 알게된다는 거잖아요. 반면 교육강국 핀란드는 '가르치지 않을수록 더 많이 배운다'가 교육 철학이라고 합니다. 독서가 꼭 공부와 연결될 필요는 없지만 굳이 공부도 잘 하고 싶다면 목표는 숙련된 독서가가 되는 것입니다. 숙련된 독서가는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독서를 하는 사람입니다. 가르치면서 아이의 재미를 빼앗을 것이 아니라 가르치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더 키울 방법을 연구해봐야겠어요. 책에 그 해답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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