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국내여행

태화강 십리대숲

꿈트리숲 2019. 8. 8. 06:41

꿈트리숲의 고향 십리대숲

 

오늘은 내고장의 명소, 한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인천의 명소가 아니라 40여년 몸 담았던 울산의 명소인데요. 오며가며 스치기도 하고 그 속에서도 거닐었던 추억도 있고요. 마냥 좋은 곳이다 생각만 했는데, 저만 그런 생각 가졌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국가 지정 정원이 되었어요. 바로 태화강 십리 대밭입니다.

 

울산을 관통해서 흐르는 태화강을 끼고 대나무 숲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서 경관이 수려할 뿐더러 그 길이가 십리에 이른다고 해서 십리대숲이라고 불리어요. 대숲 주변으로 공원까지 조성되어서 나들이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죠. 가을엔 국화 물결이 풍년을 이루고 봄에는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아이들에겐 체험 학습장이 되고요 어른들에겐 친구끼리 연인끼리 데이트 하기에 딱 좋은 장소이지요.

 

평일 TV시청을 하지 않기에 주말에는 아이가 원하는 프로  하나씩 보는데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은이네 가족이 십리대숲으로 나들이를 하는 장면이 나왔어요. 보면서 우리도 저기 갔었는데... 저기서 왕발통도 탔었지 등등 갑자기 '응답하라 20**'이 된거예요. 갑자기 울산가고  싶고  가면 십리대숲을 꼭 가야지 다짐하며 아쉬움을 뒤로 했습니다.

 

 

멀리 떠나 있다 다시 찾은 십리대숲은 크게 변한 건 없지만 왠지 반가워요. 곁에 있을 땐 존재 가치를 크게 못 느끼다가 오랜만에 만나니 그 소중함이 크게 와닿더라구요. 더구나 "국가 지정 정원"으로 되었다 하니 더 눈 크게 뜨고 감탄하게 되는 사람 심리란. 왜 연인 사이에도 매일 만날땐 그냥 내 남친이니까 여친이니까 생각하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끼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남들이 성격이나 외모를 칭찬하면 괜스레 달리 보이고 또 내가 놓친 부분의 매력을 새로 알게 되어 연인의 존재가 커지는 느낌이랄까요.

 

국가지정 정원이 되었다고 하니 울산이 고향인 사람으로서 뿌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아껴주고 사랑해주리라 다짐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안걸어볼 수 없겠다 싶었어요. 전날 비가 흩뿌리고 간 더운 날 비지땀을 흘리며 대숲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요즘 맨발 걷기를 종종 하고 있는데요. 대숲에서도 맨발 걷기를 시도했습니다. 발바닥이 여기저기 쑤신다고 온 세포가 아우성을 치는데도 불구하고 전 뚜벅뚜벅 걸어갔어요.

 

 

 

남편과 딸은 신발 신고 걷기에 성큼성큼 앞장서 가는데 전 아픈 발 달래가며 아장아장 걸어야 해서 그들의 보조를 도저히 맞출수가 없더라구요. 끝내 남편과 딸이 제 곁에 와서 셋이 사진찍으며 얘기 나눠가며 걸었는데요. 오마나 세상에!!! 모기란 존재를 깜빡했습니다. 어느새 아이 팔이며 다리며 모기가 흡혈한 자국이 여러개 생겨났어요. 저도 아까부터 가렵던 발등을 보니 퉁퉁 부어올랐네요. 아이도 저도 동일하게 일곱방 헌혈했습니다. 제가 제일 얄밉게 생각하는 곤충, 모기. 전 이상하게도 모기에게 물리면 뭔가 뒤통수 맞은 것 처럼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어서 예민해 지더라구요.

 

 

맨발 걷기 스톱하고 신발 신고 성큼성큼 걸었습니다. 가급적 모기가 달라붙지 않게  하려 과한 몸짓 하면서요. 그래도 대숲의 아름다움은 놓칠 수 없어서 여기저기 앉아보고 인증샷도 찍어보고요. 아이 어릴때 뛰어 다니던 곳에는 발걸음이 멈추게 됩니다.

 

 

 

 

고려시대 때부터 이미 태화강 주변에는 대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나봐요. 네이버 검색에서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대숲 형성 과정을 설명해줍니다. 태화강 주변에 큰 홍수가 나서 논과 밭이 다 유실되었는데 일본인이 백사장을 사들여 대숲을 조성하고 주민들도 앞다투어 대나무를 심어 가꾸고 지킨 것이 오늘의 십리대숲이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 일본과의 관계가 그리 매끄럽지 않은데요. 개인으로만 보면 십리대숲을 조성한 일본 사람처럼 좋은 일을 하는 일본인도 분명 있다 생각해요. <토지>에서의 오가타 처럼요.

 

 

1930년대 시작되었으니 7~80년 동안 더 길게로는 천년 가까이 울산과 대한민국을 지켜온 대나무 들입니다. 한 사람의 작은 시작이 이렇게 숲으로까지 커졌으니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그가 누구이든 국적을 떠나서 말이죠. 십리대숲은 국가정원 2호로 지정되었어요. 1호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순천만 국가정원입니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지정된지 4년 정도 되어서 그런지 뭔가 안팎으로 많이 갖춰진 모습이에요. 십리대숲은 그동안 지방 자치단체의 관리를 받다가 이제 막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어 제반 시설면에서 아직은 2% 부족한 모습인데요. 하지만 나라가 책임지고 돌봐주는 정원이 되었으니 더 오래 더 아름답게 우리 곁에서 숨쉴 수 있을거라 기대되네요. 울산의 자랑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자랑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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