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임정로드 4000KM

꿈트리숲 2019. 8. 14. 06:57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진다

 

 

내일은 74주년 광복절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공휴일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올해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드네요. <토지>를 읽으면서 소설일지언정 나라 잃은 사람들의 생생한 슬픔과 한을 지켜봤거든요. 독립을 평생 바라다 끝내 광복 소식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에겐 나라를 되찾는 기쁨을 전하지 못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또 최근에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를 읽고서 살아남은 자의 역할, 기록의 중요성,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등을 알게 되어서 광복절의 의미가 이전과는 달리 다가옵니다.

 

<임정로드 4000KM>, 이 책을 구입한 지가 반년이 넘었는데요. 책꽂이에 꼽아 두기만 하고 계속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임시정부가 쫓겨 다닌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이 당장 시급하다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토지나 역사의 쓸모를 읽고 나서 이 책을 보니 책 속의 실존 인물들이 토지 속 인물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책과 시절 인연도 중요하다 생각이 드네요.

 

임정로드란? 1919411일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광복을 맞이한 중국 충칭까지 이어갔던 26년 발자취를 일컫는 말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정과 길을 뜻하는 로드road’를 합쳐 임정로드라 이름 지었다. 더 많은 청년이 독립을 염원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귀한 발걸음을 좇아 함께 떠났으면 한다. 직접 가보면 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이어졌는지

 

임정 프로젝트는 세 분의 기자와 한 분의 통역자로 구성되어 임시정부가 옮겨다녔던 거처를 따라간 내용입니다. 앞서간 선조들의 뒤를 따르는 마음으로, 앞으로 많은 후손들이 선현들의 자취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요.

 

p 110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진다.”

<임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항상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걷고 또 걸어야 길이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중략) 수만 리 떨어진 중국 상하이에서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기억되는 건 청년 윤봉길을 기억하고 좇는 시민들의 꾸준한 걸음 덕분입니다.

 

청년 윤봉길을 기억하고 꾸준하게 찾는 시민은 한국 사람들이 아니라 중국인들입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그 당시 중국군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루쉰 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홍커우 공원에 윤봉길의거현장이라는 머릿돌을 세웠습니다. 그들도 이렇게 기억하고 보존하려 하는데, 과연 나는 우리는 무얼 기억하고 보존하려 노력했을까 생각하니 부끄러워집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윤 의사는 현재 가치로 200억원의 현상금이 걸린 김구 선생의 정보를 캐기 위한 일제의 모진 고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입을 열지 않았지요. 윤 의사와 같은 분이 계셨기에 김구 선생은 26년 망명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일제에 잡힌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임정로드를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가 임시정부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었구나 느꼈어요. 국가 차원에서도 그렇고 국민 개개인들도 그렇고요. 임시정부는 분명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의 뿌리인데, ‘임시라는 이유로 홀대한 건 아닐까 하구요. 그들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몇몇 분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곳도 있고요. 아니면 우리의 손이 아닌 중국인들에 의해 유지되는 곳도 있는데요. 임정로드 팀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것처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애국지사들이 걸은 발걸음을 좇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어요.

 

중국은 일제 패망 후 정부가 나서서 시민들에게 잊어선 안 된다며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역사적 현장을 찾아 끊임없이 배우고 나눈다고 하는군요. 임정 취재팀이 가장 안타깝고 아쉽게 여긴 대목이 이겁니다. 우리는 감추려 했고 또 부끄러워도 했습니다. 치욕의 역사라 그랬던 걸까요? 그럴수록 더 찾아내어 배웠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p 7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김구 선생의 말입니다.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려면 반드시 교육이 따라야 함을 광복 이후의 역사가 잘 보여줍니다. 임정 취재팀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감추고 없앤다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아픈 기억일수록 더 기억하고 기록해야 반복되지 않는 겁니다라고요.

 

광복절을 앞두고 우리의 뿌리를 생각해보는 시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뿌리를 지키기 위해 애쓴 모든 분들께 감사함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지고, 기록하지 않는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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