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강의

목수정 작가 강의 후기

꿈트리숲 2019. 8. 20. 07:08

선진국은 철학을 수출하는 나라

 

 

오늘은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국 엄마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프랑스의 교육 이야기인가 싶다가 어느새 프랑스의 역사가 되고 문화, 정치 이야기까지 아우르게 되어 사람의 시선이 이렇게나 깊고 넓게 퍼질 수 있구나 감탄했었는데요. 바로 목수정 작가의 강연회에서 제가 느낀 감정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인천에서는 각 구립 도서관에서 한 권 책 깊이 읽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연수구의 한 책 주제는 차별한다는 것입니다. 그 주제와 관련하여 세 분의 작가의 릴레이 강연이 있는데요. 첫 시작이 목수정 작가였습니다. 저는 강의 신청하고서 목수정 작가를 처음 알게 됐는데요. 한국에서 공연 기획이나 문화 정책 관련 일을 하다가 1999년 프랑스 유학을 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IMF 위기 때라 문화 관련 일들은 거의 올 스톱이 된 분위기여서 문화 강국 프랑스 어떤가 보고 싶었다고 해요.

 

 

목수정 작가가 프랑스에 첫발을 디뎠을 때 받았던 제일 큰 충격은 만나는 프랑스 사람 모두가 영화배우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거에요. 물론 그들의 이목구비가 현저히 뚜렷하여 그렇게 느낀것도 있겠지만요. 그 사람들의 얼굴에 어리는 표정, 말투, 태도가 심하게 배우 같다는 인상을 줬다는군요. 배우라함은 작은 역할이어도 자기 맡은 바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일텐데요. 은행원도, 매표소 직원도 모두가 예술가 같은 얼굴을 하고서 자아가 뚜렷한 태도를 보였다는거죠.

 

작가는 왜 그들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우리와는 뭐가 달라서 그런 걸까하고 생각을 해봤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문화와 교육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촘촘히 짜여지기 때문에 개개인이 뚜렷한 자아를 가지는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그 뿌리는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왕이 없어지고 시민계급이 부상했어요. 시민들은 왕으로부터 쟁취한 프랑스에 자유, 평등, 박애라는 세 가지 이념과 가치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이기에 시민을 위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했고, 그 교육에 세 가지 이념과 가치가 잘 뿌리내리도록 했던거죠.

 

 

자유와 평등, 박애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차별이 없어야 함이 제일 우선이겠지요.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경쟁도 없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빗대어 생각하면 우리는 나에게 주어지는 차별은 피하고 싶은데 경쟁해서 올라서고 싶은 것은 동의하는 모습입니다. 작가는 차별은 피하고 경쟁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모순이라고 얘기했어요.

 

차별과 경쟁이 심한 곳 중 하나가 학교일텐데요. 많이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등수가 존재하고 상장이 있습니다. 프랑스 학교에는 등수도 상도 없고, 교장 선생님의 조회도 없는 것은 당연하고요. 수업시간에 왁자지껄 떠들지언정 자는 아이는 없다고 합니다. 학교는 경쟁이라는 채찍을 휘두르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자유롭다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그들은 주관이 뚜렷한 개인으로 성장하고 개개인이 예술가 같은 얼굴을 하고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사는가 봅니다.

 

 

프랑스에는 북아프리카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아마 그들도 피부색의 차이, 언어의 차이 등을 느꼈을텐데요. 우리는 차이를 차별로 치환하는데 익숙하지만 프랑스는 차이를 차별로 다루지 않고 풍요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시민혁명으로 쟁취한 이념인 박애, 즉 인류애를 적극 실천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자유, 평등, 박애 중에서 평등이 제일 실천하기 어렵다고 말을 꺼낸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때문에 굴욕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평등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합니다. 일례로 작가의 딸이 초등생 때 수학여행을 베니스로 가게 되었대요. 비용은 500유로였는데요. 학교에서 공문이 온다고 합니다. 500유로 중 귀댁에서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을 적어내라는 공문이요. 그럼 각 가정에서 형편에 맞춰 금액을 적어내면 부족한 부분은 교장 선생님이 교육청이나 구청 같은 곳을 다니면서 예산을 받아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또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고, 그런 일을 하라고 교장의 자리에 임명하는 거라고요. 충격이 아닐 수 없어요.

 

이날은 중학교 2학년인 작가의 딸도 함께 참석했어요. 제 딸과 나이가 같아서 저는 학교 이야기에 더 귀를 쫑긋하고 들었는데요. 옆에서 듣던 딸아이도 프랑스 이민 가자는 말을 계속 했었지요. 그 이유인즉 프랑스는 법정 수업일이 144일이라는거에요. 방학이 144일이어도 놀라운 일인데 수업일이 144일이래요. 다른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해도 정말 적은 일수입니다. 일년의 절반 이상이 방학이면 직장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방학이 우리처럼 가정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하는 체험 수업 같은 것이 많고 또 몰아서 한꺼번에 쉬는 게 아니라 단기 방학이 엄청 많다고 해요.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작가는 선진국은 철학을 수출하는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고요. 많은 것이 부럽기만 한 나라인데,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도 불만은 아마 있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문화와 교육이 외바퀴로 따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를 보조하며 움직이기에 강한 힘을 갖는 것 같습니다.

교육과 문화가 강한 나라, 그래서 철학을 수출하는 나라, 그런 나라 저도 가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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