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꿈트리숲 2019. 8. 22. 07:21

Anywhere people vs Somewhere people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이 부제가 저를 확 끌어당깁니다. 평소 로마 제국 흥망사에 관심 있던 저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책을 읽고난 후 욕구는 충족 되었는데요. 앞으로의 숙제가 더 많이 주어진 것 같아서 조금 부담이긴 합니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여기서 그들은 로마를 얘기합니다. 로마 제국이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지 또 어떻게 멸망했는지를 알려주는데요. 로마에 대한 책은 무수히 많이 나와있어요. 그럼에도 김대식 교수가 또 한 번 로마 제국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맥락 안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일 거예요.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던 이유, 그들이 멸망했던 이유를 알아보면 오늘을 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 13 로마는 앞선 문명을 통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 되었다. 그리고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문명이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로마는 먼 거울로서 지금도 우리의 나아갈 길을 비추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로마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 아주 유명하지요. 그 말뜻은 로마는 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로마 이전의 융성했던 나라들에서 문화를 수혈하고 지식을 이식받았기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유럽, 미국, 심지어 우리도 로마의 영향권에 놓여있다 할 수 있겠어요. 인류사가 계속되는 한 로마의 먼 거울 역시 계속 비추고 있겠지요.

 

이렇게 오래도록 강한 영향을 미치는 로마는 어떻게 세상의 중심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요? 정복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혀갔습니다. 로마의 정복 전쟁 승리 비결은 시스템, 무기, 전술 이 세 가지를 꼽는데요. 거기에 사회 인프라도 추가합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로마 제국도 이제는 역사 속의 나라가 되었는데요. 김대식 교수가 말하기를 제국의 멸망은 제국의 탄생 시점에 이미 심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p 107 전 세계를 아우른 로마 제국은 광대한 제국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때문에 그 멸망을 이미 예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로마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게르만인들도, 페르시아인들도 아닌, 바로 로마인들 스스로였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로마의 성공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로마가 망하게 되었는지에 더 관심이 갔어요. 신기하게도 제국의 멸망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다 느껴졌습니다.

 

전 세계를 제패한 로마는 넓은 영토를 이동할 방법이 도보밖에 없다 보니 전쟁에 한번 출정하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당시 전쟁은 시민만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은 건장한 남자, 그것도 자기 돈으로 무기와 갑옷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만 시민 군인이 될 수 있었죠. 각 가정에서는 경제력 있는 남편이나 큰아들이 시민 군인으로 전쟁에 나갔어요. 그러다보니 농사지을 남자가 없어 가정 살림이 파탄 나고 전쟁 이전에 중산층이었던 사람들이 노예로 전락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노예가 증가하는데 중산층의 몰락으로 노예가 또 양산되니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도 없어지는 겁니다. 무료로 일하는 노예가 있어서 직업을 찾기가 어려운거죠.

 

p 121 단순한 노동은 모두 노예의 차지고, 고차원적인 일은 교육을 훨씬 많이 받은 세넥스의 후손만이 할 수 있으니 중산층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들을 보호할 사회 보장 제도 또한 전혀 없었다. 로마 공화정에 상상을 초월할 수준의 불평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광대한 제국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로마 미래를 좌우할 가장 큰 문제가 로마인들 스스로라는 말이 확 와닿는 순간입니다. 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생각했어요. 중산층이 튼튼해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그것이 왜 필요한지 로마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불평등은 몰락의 징조라는거죠. 오늘의 권력층이라고 할 수 있는 세넥스와 몰락한 중산층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극과 극의 삶이 지속돼요. 불평등이 만연하게 되면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러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지요.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구요.

 

위 얘기를 오늘날로 빗대어 보면 세계화를 통해서 두 부류로 갈리는 현상과 거의 일치하는 것 같아요. 김대식 교수는 애니웨어 피플과(anywhere people) 섬웨어 피플(somewhere people) 이라는 말로 설명했습니다.

 

p 331 지식이나 경험,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세계화에서 훨씬 큰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세계화 덕분에 어디에서도 살 수 있고 사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애니웨어 피플이라 한다.

반면 오히려 세계화로 경쟁이 많아지는 사람들, 본인의 경험과 지식과 돈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곳이 딱 한 곳인 사람들을 섬웨어 피플이라 한다. 이들은 자신의 민족, 국가, 도시를 떠나는 순간 경쟁력을 잃고 만다.

 

세계화는 기회가 많아지는 사람들에게는 축복, 경쟁이 많아지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라고 얘기 했어요. 로마가 정복 전쟁으로 세계화를 했다면 지금은 인터넷과 무역으로 세계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해법은 경쟁이 많아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많아지는 사람이 되는 것일텐데요. 기회가 많아지는 사람이 되려면 과거를 통찰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겠다 싶어요. 로마의 먼 거울이 비추는 앞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생각이 많이 드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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