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강의

세바시X꼬꼬독 강연 후기

꿈트리숲 2019. 8. 26. 06:28

강연을 통해서 엄마와 딸은 쑥쑥 자란다

강연 다니기를 좋아한다고 소문을 냈더니 신기하게도 강연 들을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한주에 두 번씩 가기도 하고 한 달에 여섯 번 강의 들으러 갈 때도 있었어요. 들은 강의를 다 기억한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그 모든 강의에서 단 한 가지라도 제가 실천한다면 강의 듣기는 성공입니다. 독서가 저자와의 무언의 대화라면 강의는 저자와 진짜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적극적 소통을 넘어 공감과 감정이입까지 되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7월 달에 <팩트풀니스> 저자가 방한했었어요. 그 저자가 꼬꼬독에 출연 한다하여 녹화 현장에 딸과 함께 갔었는데요. 온통 영어로 진행이 되어서 전 번역기에 의지해야만 했었죠. 웃는 타이밍도 놓치고, 또 저자의 영어와 번역자의 말에 시간차가 있어서 영어가 참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간간이 들리는 영어가 있어 뿌듯하게 마무리한 날로 기억됩니다. 그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다른 청중들을 보니 현장에 가서 배울 것이 참 많다 여겨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석해야지 마음을 먹었어요.

 

 

제 마음을 읽었는지 8월에도 외국 저자가 꼬꼬독을 찾아오셨더라구요. 무려 TED 강의 350만 조회수를 기록한 강연자이자 여러 권의 책을 낸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입니다. 김민식 작가님의 블로그를 통해 미리 아디치에 작가의 책을 접했던 저는 딸과 함께 꼬꼬독녹화 현장으로 향했어요. 이젠 번역기 다루는 법도 익숙하고, 강연장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앉아 함성 지르고 박수치는 것이 재밌기까지 합니다.

 

 

이번 강연에는 <글쓰기의 최전선>의 은유 작가도 함께 하셨어요. 한 자리에서 김민식 작가, 은유 작가, 그리고 아디치에 작가까지 세 분을 다 만나다니요. 참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 마음속에 흐르는 눈물을 좀 훔쳤어요. 그냥 저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하고 그랬습니다. 결혼 허들, 육아 허들, 건강 허들 3종세트에 무너져 내려 괴로워했던 지난날의 저로서는 감히 오늘을 상상도 할 수 없었거든요. 흥분된 마음 가다듬고 은유 작가님 말씀, 아디치에 작가님 말씀 귀담아 듣습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오신 은유 작가님. 익히 명성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날 그렇게 많은 팬들이 있는 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깜짝 놀랐어요. 두 눈에 하트 뿅뿅은 기본이고 너무 좋아서 멀리서 아주 멀리서 달려온 청중들도 계시더라구요. 은유 작가님은 글을 쓰면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페미니즘의 렌즈로 세상을 보니까 페미니스트가 되어간다고 하셨어요.

 

페미니스트여서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니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요. 그러면서 권력에서 밀려나는 여성, 청소년, 장애인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기에 페미니스트라고 세상은 그를 부르는 것이겠죠. 생각과 느낌, 의견을 정확하고 안전하게 표현하는데 글쓰기만큼 파급력이 큰 것도 없다고 작가는 얘기합니다.

 

우리 사회에 폭력이 사라지게 하려면 아이러니 하게도 폭력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해야 된다는 말씀, 마음에 크게 와닿았어요. 전 글로 누군가의 아픔을 표현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느끼는데요. 글은 쓸 수 없어도 약자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한 글에 눈은 감지 말아야겠다 다짐을 했습니다.

 

 

두 번째 연사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가 나오셨어요. 세상에, 아디치에 작가 역시도 구름 같은 팬을 몰고 다니시는지... 좌석이 모자라서 청중들이 바닥에 앉는 것은 물론이고요. 무대 위에까지 앉았더랬어요. 전 아디치에 작가의 <보라색 히비스커스> 책을 가지고 가서 사인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에 번역 출판되었는데요. 이 책은 저자의 데뷔작입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작가는 미국 유학 생활 도중 향수병에 걸려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해요. 향수병도 이겨낼 만큼 글쓰기의 힘은 강력한가 봅니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페미니스트는 왜 글을 써야하는가?” 였는데요. 그에 맞춰서 글쓰기가 왜 페미니스트에게 중요한 무기일까? 라는 질문에 아디치에 작가는 문학이 자신의 첫사랑이었다고 말해줬어요. ‘나는 그냥 작가입니다. 동시에 페미니스트이기도 하고요. 글쓰기를 통해 나의 얘기를 할 창구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작가는 전했어요.

 

여성의 목소리가 신뢰감을 주도록 더 말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요. 페미니스트는 굳이 여성에게만 국한되어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아니다 싶었어요. 권력에서 소외된 약자들 모두, 힘에 밀려 혹은 문화 때문에 기회의 차별이나 성별 등의 차별을 받는 모든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저도 여러분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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