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꿈트리숲 2019. 8. 27. 06:40

살아온 기적으로 살아갈 기적을 쓰다

 

 

책을 읽다 보면 문장 부호를 잘 쓴 책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럴 때면 책 읽는 재미가 한층 더해집니다. 놀람과 감탄을 마치 내가 느끼게끔 해주고, 마음속 말은 저만 알아들은 것 같은 착각도 하게 해주니 책에 쏙 빠져들어요. 그리고 적절한 때에 쉬게 해주는 쉼표가 호흡을 가다듬게 도움을 주죠. 사실 소리 내서 읽는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문장 부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또 소설보다는 교양서, 인문서를 주로 읽다 보니 묵독으로 한 문장은 기본이요 한 단락 두 단락 그냥 내리 달립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핵심은 무언가 생각하기도 해요. 쉼표만 잘 고르면서 읽어도 작가가 언제 힘주어 말하고 싶은지 알아낼 수 있고요. 또 쉼표 이후에 더 잘 읽혀지는 기분도 들어요.

 

우리 인생에서도 쉼표가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일명 숨 고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쉬어가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좌절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요. 혹은 휴식의 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그 시기를 잘 쉬어 준 사람은 다음의 도약을 멋지게 해낼 수 있습니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나가는 사람은 동력이 떨어질 때가 찾아옵니다. 그런 시기를 ! 쉬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구나로 받아들인다면 참 현명한 사람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일이 안 풀린다고 괜히 남 탓, 환경 탓을 하게 되거든요. 평소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쌓아두면요, 마음 그릇에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까지 찹니다. 그러다 아주 사소한 건수 하나가 그 그릇에 똑 떨어지면 사소한 한 방울은 물론이고 이전에 쌓였던 짜증과 스트레스까지 흘러넘치죠. 그러면 사소한 것 가지고 대폭발한다고 자책하게 돼요. 그러니 인생에 쉼표 미리미리 찍는 센스가 필요할 듯해요.

 

독서에서도 쉼표가 필요해요. 주로 자기계발서나 고전, 역사서 같은 것을 읽는 저는 소설, 에세이, 시를 읽을 기회가 드물어요. 제가 갈급한 책들만 찾다보니 문학은 일부러 손을 뻗치지 않으면 저와 인연이 되기 어렵더라구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열정을 불태웠다면 소진한 열정 다시 공급해줘야 하는데요. 그것이 쉼표더라구요. 저는 그 쉼표를 문학에서 구합니다.

 

소설은 얼마 전까지 읽었던 <토지>로 올 한해 쉼표 다 채운 듯하고요. 시는 틈틈이 읽어요. 제가 이용하는 방법은 엘리베이터 기다릴 때 한 편씩 읽는 겁니다. 기다린다는 느낌 없이 시 한 편에 몰두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독서 편식하지 않으려 에세이도 빼먹지 않아요. 저는 제가 생각해도 감정이 참 메마른 사람이거든요. 말랑말랑한 감성을 좀 넣어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한쪽으로만 치우친 독서보다는 쉼표 찍는 마음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시를 읽습니다. 문학이 문학으로만 제자리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간 읽었던 다른 분야의 책들과 섞이면 놀랍도록 생각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아요. 그러니 자기계발에 문학을 꼭 함께 넣어가시면 좋겠다 싶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이 수필집인데요. 쉼표 얘기하다 여까지 와버렸네요. 장영희 선생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입니다. 장영희 선생님은 오래전 신문 기사와 샘터 잡지에서 글로 몇 번 접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는 기억속으로 침잠해버렸는데요.

얼마 전 유튜브 꼬꼬독 채널에서 김민식 작가님이 교보문고를 터는 영상을 봤어요. 거기서 이 책을 봤는데요. 세상에 100쇄 기념 에디션이 나왔다고 하는 겁니다. 전 이 책을 100쇄나 찍을 동안 왜 한 번도 못 봤을까요? 나름 서점 러버인데 말이죠. 꼬꼬독의 책 받기 이벤트 응모했는데 보기 좋게 떨어지고, 제발로 서점 찾아가서 구입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상황이 이입되어서 그런지 선생님 글 하나하나가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었고, 세 차례 암투병을 하면서도 유쾌하게 지내시며 희망을 전하신 선생님. 생전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셨는데요. 제자들에게서 받는 메일에 정성껏 답하시는 선생님을 보니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건 사람을 오래도록 빛나게 하는구나 싶었어요.

 

p 54 영국 작가 새뮤얼 버틀러는 잊히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지요. 떠난 사람의 믿음 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위 문구는 선생님이 돌아가신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의 일부에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선생님께 하는 말처럼 생각됩니다. 책으로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 편지로, 메일로 기억되는 선생님은 남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계실거라 생각해요.

이 책은 선생님께서 죽음을 예견하고 쓰신 것인지 우리에게 당부하시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p 122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중략)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먼저 살다 가신 분이 경험치로 남기신 말씀. 나에게서 나가는 친절과 사랑은 절대 밑지는 일이 없다는 말씀이에요. 평생 그 사람의 마음에 살아 있을 수 있는 방법이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인 겁니다.

 

선생님의 살아온 기적으로 우리에게 살아갈 기적을 선물해주셔서 저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 저의 살아온 기적으로 앞으로 살아갈 기적을 써내려 갈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독서에 쉼표를 찍으려다 잡은 책이 삶의 쉼표까지 찍게 해줘서 일거양득했습니다.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김종삼, 어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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