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유머니즘

꿈트리숲 2019. 9. 18. 06:52

나는 웃는다, 고로 존재한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학창시절 저는 아주 잘 웃는 학생 중 한 명이었어요. 친구들이 어디서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오면 저에게 제일 먼저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왜냐면 저의 웃음 리액션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지요. 심지어는 저에게 웃긴 얘기를 하면 재미의 정도를 선별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아무 얘기나 잘 웃어서 이게 진짜 재밌는건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했거든요.

 

그래도 친구들의 얘기에 확실한 웃음으로 보답해주기에 재미난 이야기의 첫 번째 수혜자는 늘 저였어요. 그런 제가 직장 생활 하면서 웃음을 거의 잃어갔어요. 아니 웃기는 매일 웃지만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억지 미소를 띨 뿐이었지요. 아이 키우면서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아이는 뱃속에 웃음 폭탄이라도 장착하고 태어났는지 어찌나 잘 웃는지요. 웃음 잃은 엄마를 치료하기 위해서 마치 웃음봇이라도 된 것 마냥 온몸으로 웃습니다.

 

유머 하면 생각나는 저의 지인이 있어요. 5년 전 알게 된 언니인데요. 어찌나 유쾌하고 경쾌한지 매일매일 얼굴 근육이 아플 정도로 웃었어요. 책을 잘 읽는 사람도 아닌데, 그 언니의 입담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참 궁금했었습니다. 그런 언니 주위엔 항상 사람이 끊이지 않아요. 언니는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요. 또 슬픔은 슬픔대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었지요. 한마디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 배려도 장착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유쾌한 언니를 닮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잘 웃는 건 자신 있기에 입담만 장착하면 될 것 같아 재미난 이야기에는 항상 촉을 세우고 있는 편인데요.

<모멸감> 책으로 유명한 김찬호 교수님이 쓰신 <유머니즘> 책을 그런 이유로 보게 됐어요. 이 책을 읽으면 유머 한 자락 배우게 될까, 아님 유머 감각을 좀 키우게 될까 어설픈 기대를 하면서요.

 

그런데 저자는 유머 감각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 우리는 모두 천부적인 유머리스트였기에 희미해진 그 감각을 회복하기만 하면 된다는군요. 전 너무 희미해져 감 떨어졌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데, 이런 저도 회복가능 하겠죠.

 

이 책의 제목 유머니즘은 유머와 휴머니즘을 조합한 것인데요. 단어의 조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머는 단지 웃음만 일컫는 건 아닌 듯합니다. 휴머니즘이 같이 들어있기에 따뜻한 인간애도 포함하는 것이 유머니즘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p 19 유머는 삶의 무늬이자 인격이다. 자신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거기에는 인생 전체의 이력이 깃들어 있다.

 

웃음없는 삶으로도 삶의 무늬를 만들 수 있고 유머 없는 사람이라도 인격이 없진 않죠. 하지만 그 삶의 궤적은 크지 않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 영역이 줄어든다 싶고요. 웃음은 여유에서 나오기에 그런데요. 나를 대하는 마음의 여유, 타인을 대하는 여유, 그리고 세상을 대할 때 여유 속에서 나의 가능성이 넓어지고 관계도 확장되는 것 같아요. 책에서는 삶 속에서 웃음이 피어나게 하려면 화술이나 개인적 능력 신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일상에서 관계를 리모델링 하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관계를 리모델링 하라는 문구에서 유쾌한 언니가 다시 떠오릅니다그 언니는 관계 맺기의 달인 같았어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와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었기에 삶 속에 웃음이 늘 함께했던가 봅니다.

 

유머는 행복하고 좋은 삶의 재료인 것 같아요. 웃음은 건강의 동반자 같고요. 회복할 수 있다면 천부적 기질인 유머 감각을 회복하고 키울 수 있다면 배워서라도 갖고 싶은 능력입니다.

 

p 107 유쾌한 사람은 농담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며, 상쾌한 사람은 농담에 웃어줄 줄 알며, 경쾌한 사람은 농담을 멋지게 받아칠 줄 알며, 통쾌한 사람은 농담의 수위를 높일 줄 안다. -김소연, <마음사전>에서-

 

유머 감각은 남을 웃기는 능력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농담에 흔쾌히 반응하고 크게 웃는 것도 유머 감각의 중요한 속성이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전 상쾌한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상쾌한 아침, 열린 마음으로 상쾌한 사람이 될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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