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꿈트리숲 2019. 9. 20. 07:01

'나'부터 되찾는 일

 

 

한때 저희 가족 세 명 중에서 제가 영어를 제일 잘했어요. 잘했다는 수준이 원어민과 프리토킹이 되고, 원서 읽고, 영화를 자막 없이 본다? 그런 거 하고는 절대 거리가 멀고요. 그저 아이들 용으로 나온 얇은 그림책을 떠듬떠듬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세 사람 중 제가 제일 잘한다는 자부심에 겁도 없이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던거구요. 저의 잘난 체에 남편이 자극 받았는지 어느 날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토익을 900점 가까이 받아오고 영자 신문을 매일 같이 줄줄 읽는 겁니다.

 

아이는 자막 없이 영화를 보고 두꺼운 해리포터 원서를 즐겁게 보는 경지가 되었지요. 제가 영어책 읽어 주고 DVD 볼 때 항상 옆에 있어 주고 했는데, 그렇다면 저의 영어도 일취월장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저의 영어는 제자리, 제자리 버티다 못해 더 추락한 듯싶습니다. 위기감을 느껴 영어를 공부해야겠다 마음 먹었을 때 운명처럼 만나게 된 책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였어요. 영어책 한 권 외우고 나면 영어가 술술 나올 것만 같아 이 악물고 외웠는데요. 외운 영어를 써먹을 곳이 없습니다.

 

저를 이태원에 데려놓거나 아니면 원어민 수업이라도 해야 입 뻥긋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찬찬히 마음 가다듬고 우리 아이 영어 진행할 때의 과정을 생각해봤습니다. 책 읽고, DVD 본 것이 거의 다였는데요. 그림책부터 보기 시작했던 책 읽기가 챕터북 읽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영어 원서 읽기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시도했지만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와 덮고 펼치고 숱하게 반복하다 최근에 이르렀어요. 그러다 오늘 소개해드릴 <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책을 만난 겁니다.

 

저자도 나와 비슷한 엄마였겠지?, 나처럼 이런저런 시도 하다가 영어 원서에 정착한거겠지?’ 하는 넘겨짚기로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좀 오버해서 배신감도 살짝 드는 작가의 이력에 저는 기가 죽었어요.

 

책을 덮을까 하다가 그런 능력 있는 저자가 왜 영어 공부를 시작했을까 미국에 살면서도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가 살짝 궁금해집니다.

 

저자는 미국에 18년째 살고 있는 한국 엄마예요. 한국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유학하면서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는데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력만 봐도 남부러울 것 없을 듯한데, 아이를 낳고 심한 우울감에 빠졌다고 하는군요.

 

아마도 24시간 아이만 보면서 를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출산과 동시에 라는 사람과 이별하고 갑자기 엄마로만 살아야된다 싶어 슬펐을 때가 있었기에 저자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런 우울감의 우물에서 올라올 수 있게 해준 것이 원서 리딩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토종 한국인 저자와 달리 미국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와 친구 같은 사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부!’ 라는 답이 늘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부에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책 읽기지요.

 

전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엄마도 공부가 꼭 필요하다 생각하거든요. 십대의 문화, 이십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아이와 소통할 수 있으려면 엄마가 책을 읽고 변해가야 한다 싶어요. 그것이 나를 잃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하물며 한국교육을 받은 엄마와 미국교육을 받을 아이 사이는 더 필요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p 81 “그렇게까지 해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라고 묻는다면, “내 시간을 갖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고,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고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 아닐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 엄마들도 한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자아를 실현하고 싶고, 매 순간 발전하고 싶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엄마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바로 자아실현 하고 싶은 가장 기본적이고도 가장 인간적인 욕구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전 아주아주 쉬운 책으로 원서 읽기를 시작했어요. 언젠가 저도 해리포터 읽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 선언합니다.

 

p 204 중단자는 결코 승리를 얻지 못한다. 반면에 승리자는 결코 중단하는 일이 없다. -나폴레온 힐-

728x90

'배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부의 미래  (12) 2019.09.24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16) 2019.09.23
유머니즘  (12) 2019.09.18
페미니즘 교실  (12) 2019.09.17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18) 201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