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꿈트리숲 2019. 9. 25. 06:12

돈보다 시간이 많다면 떠나자

 

 

투박하지만 생생한  여행책을 발견했습니다. 잘 차려진 12첩 반상도 아니요 멋지게 차려입고 먹는 코스 요리도 아닌 배추 된장국에 밥 한 그릇 먹은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에요. 그렇다고 한 끼 대충 때운 건 아니고요. 그 어떤 진수성찬 못지않게 배부르고 맛있게 먹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 진짜 리얼 배낭 여행기입니다.

 

학창 시절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공부를 했던 저자. 그러나 막상 피부로 느끼는 대학 생활은 이상과 너무 달랐어요. 여자 친구가 안 생기는 건 물론이고요.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었대요. 그런데 과제-시험-영어의 뫼비우스 띠가 무한 반복될 것 같던 현실에 변화가 생깁니다.

 

대학 동기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아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는데, 닭고기 공장에서 일하며 주급을 100만 원 받는다는 내용이었지요. 저자의 가슴에 불을 지릅니다. 무전여행의 불을, 세계 여행의 불을 제대로 질러버렸어요.

 

저자는 100만 원을 들고 무작정 호주로 떠났는데요. 700일간의 세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자의 수중엔 200만 원 넘게 남아있었대요. 실화냐? 라며 못 믿을 얘기다 싶었는데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아~~~ 그래서 가능했구나 하고 머리로 이해하고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저자도 닭고기 공장에 취직을 해요. 그 닭고기 공장은 워홀러계의 삼성이라고 불린답니다. 돈도 많이 주고 근무 여건, 위치 등 여러 면에서 월등했나봐요. 그런데 돈을 많이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생생하게 묘사해놓은 저자의 글을 보며 나 같으면 1시간도 못 버티겠다 했는데요. 뚝심 있는 저자는 6개월을 견딥니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견뎠지만 나중엔 그 일을 즐겼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고생담이 여행이라는 옷을 입으면 신기하게도 재밌는 에피소드로 둔갑을 하죠. 초반에 나온 닭고기 공장 이야기에서 전 책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아마도 제가 그런 배낭여행을 못 해봤기에 대리 만족, 간접 체험을 즐겼는지도 모르겠어요. 장담은 못하지만 앞으로 저자와 같은 배낭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뜻 나서지 못할 것 같아요. 저자의 도전에, 용기에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돈 벌어 호주에서 어학원도 다니고 제대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배낭여행의 장점은 세계인이 모두 내 친구가 된다는 거죠. 저자는 특히 낯선 이와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호기심이 이는 사람에게는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었어요. 히치하이킹을 하며 마약상이 운전하는 차를 탔을 때도, 에펠탑 앞에서 팔찌를 팔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 성격이 궁핍한 배낭여행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싶어요. 풍요로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죠. 바로 돈인데요. 저자가 어떻게 100만 원으로 시작해서 200만 원을 남겨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게 가능했던 건 돈을 쓰지 않기 위해서 시간을 썼고요. 돈을 쓸 때는 가장 효율적으로 썼기 때문에 가능했었어요.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방법은 바로 지출 이상의 경험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원에서 텐트를 치며 노숙을 하고 히치하이킹을 하기 위해 도로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 건 돈보다 시간이 많은 자신의 능력을 적극 활용한 케이스고요. 천원에도 벌벌 떨던 저자가 한주에 30만 원을 써가며 영어를 그것도 여행 중에 6개월이나 공부한 건 그 이상의 경험을 하기 위해 또 실제로 지출 이상을 경험했기 때문에 돈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자는 돈을 남겨오는 신묘한 재주도 부림과 동시에 삶의 지혜도 가득 담아 왔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보다 오늘 하루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것, 매 순간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돈이 없어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등이 그것이에요. 살아있는 교과서로 세상 학교 제대로 다닌 저자입니다.

 

아무리 돈을 안 쓰더라도 사람 인연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 여행은 바로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신기하리만큼 저자에게는 좋은 인연이 따릅니다. 그 비밀을 스포하면서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인 꿈트리의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후기를 마칩니다.

 

p 310 상대가 내게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전적으로 내가 그에게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손을 내밀자 귀찮은 호객꾼조차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이게 내가 오랜 시간을 여행하면서도 나쁜 사람을 만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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