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당신을 믿어요

꿈트리숲 2019. 10. 4. 07:06

I've been there!

 

 

김윤나 작가의 <당신을 믿어요>를 읽으며 <말 그릇>의 저자와 같은 분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 그릇>을 읽었을 때는 순탄하게 자라 공부를 잘해서 별 어려움 없이 좋은 직업을 갖고 상담을 하는 분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예측과는 정반대의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였어요. 지금 작가의 모습에서는 불우한 시기를 전혀 예상할 수가 없는데요. 코칭심리전문가로 강사로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너무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수치심, 아니면 부모님이나 사회에 대한 분노, 그것도 아니라면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탈출이었을까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믿음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을 믿어요는 곧 난 나를 믿어요로 들리거든요. 힘들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자아가 자라 있더라. 그러니 당신 자신을 한번 믿어봐요 라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아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그냥 노랫말이 아니었던거죠. 아픔은 고통만 주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마음이 크고 깊어지는 기회도 주고 갑니다. 나를 돌아볼 기회, 타인을 바라볼 기회, 그리고 세상을 받아들일 기회 말이지요.

 

힘든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은 한층 더 깊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자기와 같은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다가가서 이런 말을 하죠.

 

I’ve been there.

 

p 15 깊은 슬픔은 때때로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 해요. 시간이라는 지도상의 한 좌표처럼요. 그 슬픔의 숲에 서 있노라면 도저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죠. 그럴 때 누군가가 자기도 거기 가봤고 이제는 빠져나왔다고 말해주면 희망이 생기는 법이에요.

 

나 거기에 가봤어.” 이 말은 네 입장이 되어봤어. 너랑 같은 경험을 해봤어. 네 기분 이해해. 등으로 해석이 되겠죠. 저는 이 말을 진심을 담지 않고 말로만 하다가 이 후에 온마음을 담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남편과 제가 서로의 시간의 좌표에 가보지 않았던 결혼 초, 그때는 서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때죠.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직장에서 속상한 일을 갖고 집에 오거나 친구 만나서 기분 나쁜 채로 집에 가면 속내를 털어놓아요. 그러면 남편이 저의 잘못을 집어내서 알려주죠.

 

저 역시 남편의 속상한 얘기를 들으면 포와로 탐정이 된 것 마냥 아주 이지적으로 잘잘못을 가려주고요. 전 제가 참 똑똑하게 잘 한다 생각했어요.

 

남편과 저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서로에게 더이상 얘기가 하기 싫어졌어요. 좋은 이야기마저 입을 닫게 되었지요. 왜 그럴까요? 배우자에게 얘기를 하는 이유는 밖에서 생채기 난 마음 좀 다독이고 싶고 괜찮다 잘했다 위로받고 싶어서 인데요. 저희 부부는 그걸 몰랐던거에요.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남편에게 부탁했어요.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을 집에 와서 얘기하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당신 기분 이해합니다.’라는 말을 해주기로요. 판관 포청천처럼 판결하고 싶어도 꾹 참고 무조건 배우자 편에 서서 당신을 이해한다고 얘기해주는 겁니다.

 

이게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야 그 진심이 전해질 것만 같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마음에 없는 소리여도 네 기분 이해해이 말을 듣고 나니까 화가 스르륵 가라앉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저의 잘못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껴지고요. 참 신기하죠. 전에는 나를 화나게 한 사람보다 잘잘못을 따지는 남편이 더 미웠는데요. 빈말이어도 나를 이해한다는 말은 내 편이 되어준다는 말 같아서 든든하고 안심이 되었던 것 같아요.

 

I’ve been there, 빈 말이라도 하면 거기에 마음이 담기게 됩니다. '나 거기에 가봤어. 그 터널 지나오니까 나에겐 상처를 극복할 힘이 있었더라. 나를 믿고 너를 믿고 어둠의 터널 잘 빠져나와봐.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p 205 우리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고난의 시간을 뚫고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렇다. 그것을 믿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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