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빨래하는 강아지

꿈트리숲 2020. 1. 9. 11:40

왕이 왕답게 살게 될 날을 꿈꾸며

 

 

연말에 책 선물을 여러 권 받았어요. 그 중에 한 권인 빨래하는 강아지오늘 소개해드릴 책입니다. 어린이 동화책이긴 하나 어른이 봐도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인데요. 이 책의 저자인 김리하 작가는 저의 블로그 이웃인 나겸맘 리하님이시기도 하죠.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파워블로그라는 명칭을 요즘도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제 기준엔 이미 파워블로거, 그 높은 선을 넘으신 분인 것 같아요.

 

작가는 세상에 모든 개는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받으며 지낸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길거리를 헤매던 유기견 딸랑이를 만납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녀 털은 서로 엉겨 붙어 뭉치가 생겼고, 몸 색깔은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대요. 사람들은 딸랑이를 보게 되면 인상을 찌푸리고 슬글슬금 피하게 됩니다.

 

그때 알았어요. 세상에는 친구네 애완견처럼 사랑받는 개도 있지만, 딸랑이처럼 버려지는 개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딸랑이를 지켜볼 때마다 저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누군가가 데리고 가서 키워 줬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 누군가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말 )

 

저도 딱 그 마음입니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길에서 고양이나 개를 마주치기만 해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라 애묘인, 애견인이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버려진 개를 보고 마음까지 얼어붙는 건 아닙니다. 불쌍하게 측은하게 생각이 되거든요. 하지만 작가님 말씀처럼 누군가 입양을 해주면 좋겠다 생각만하지 제가 나서지는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랑이가 사라져버렸어요. 부디 좋은 누군가를 만났기를 바라면서도 적극적으로 딸랑이를 돌봐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듯 이 동화를 쓰셨다고 합니다. 저 역시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들이 인간과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없지는 않습니다. ‘빨래하는 강아지를 읽으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이기심을 함께 생각해불 수 있었어요.

 

이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2032년 서울입니다. 늘어나는 유기견들로 몸살을 앓던 도시는 이제 한시름 놓게 됩니다. 과학자들이 사람과 동물의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이중 언어 칩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인데요. 유기견 센터에서는 유기견들에게 이 칩을 이식하고 한 가지씩 기술을 가르칩니다. 대부분의 개는 산업 현장의 생산직에서 일하는데 가장 영리한 소수의 개는 가사 도우미로 파견되어요.

 

그렇게 해서 수정이네도 가사 도우미견 이 오게 됩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빨래를 도맡게 되는데요. 영 미덥지 못한 엄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왕은 최선을 다해 빨래를 합니다. 어찌나 잘하는지 당장 돌려보내려던 엄마의 마음도 차츰 누그러지죠.

 

왕은 빨래에만 최적화 된 줄 알았더니 다림질도 아주 수준급으로 해내고요. 청소도 곧잘 합니다. 엄마를 대신해서 시장도 보고, 화초도 돌보는 그야말로 만능견이었습니다. 왕은 어떤 마음으로 그 모든 일을 척척 해낸 걸까요?

 

나는 그제야 왕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있었다. 죽지 않아도 돌봐주지 않는 시든 화분처럼, 잃어버려도 아까울 것 없는 흔한 연필처럼, 많은 개가 그렇게 사람들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마음 아픈 것 같았다. (61)

 

왕은 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빨래만 하기로 수정이네 왔다가 청소에 이어 장보기 화초돌보기 등을 다 해내야만 했던거였어요. 급기야는 만능로봇 도우미와 김밥 싸기 대결까지 펼치는데요. 과연 누가 승리할까요? 빨래만 하는 줄 알았던 왕은 어떻게 청소와 장보기 김밥 싸기까지 가능했던 것인지... 책 말미에 반전이 펼쳐집니다.

 

아이에게는 무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이야기, 어른에게는 감동과 반성을 안겨주는 스토리여서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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