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수세미 뜨기

꿈트리숲 2020. 2. 7. 06:00

수세미 쓰일 곳을 찾다

 

이게 뭔가요? 싶으시죠. 수세미입니다. 

 

첫 시작은 이랬어요.

저는 설거지 할 때 털실 수세미로 이제껏 사용해왔는데요. 그동안 계속 돈 주고 사서 썼어요.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요런 사진을 보고서 혹 했습니다. 나도 수세미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털실 파는 곳에서 도안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코바늘 '코'자도 모르면서 덥석 물어버렸습니다.

 

겁도 없이 실은 무려 7타래나 주문했어요. 호기롭게 도안을 펼쳤는데, 아무리 두 눈 크게 뜨고 봐도 풀이할 수 없는 암호 같은 기호들만 잔뜩 그려져 있어서 그냥 덮었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사둔 실이 아까워서 뭐라도 떠야할 것 같기는 한데, 방법은 모르겠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제일 쉬운 것 찾아서 따라해봤어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미니미 모자입니다. 초록이들 모자를 만들어줬어요. 작지만 이것도 5개 정도 뜨고 나니까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왠지 수세미도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그래서 제일 쉬운 수세미부터 도전해봤습니다. 

 

홑겹 수세미인데요. 뜨면서 가장자리 색깔 변경하는 신공도 부리게 되고요.

 

와플 수세미까지 뜨게 되었죠. 뜨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일곱 타래 실을 다 소진하기 위해 수세미를 뜨긴 하는데, 이걸 어디다 다 쓰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블로그 이벤트를 다시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러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송도나비에서 저자특강이 있을 때 회원분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싶어요. 매번 회비를 내고 저자특강에 오시는 회원분들께 간단한 간식 말고는 달리 선물을 드렸던 적이 없었어요. 옳다구나! 이제 수세미 쓰일 곳을 찾았으니 더 열심히 떠 보겠다 결심합니다.

 

때마침 송도나비 2020년 상반기 도서가 선정됐어요. 제가 바라고 기다리던 저자특강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도 '김리하' 작가님의 저자특강이군요. 이런 대박^^ 을 외치며 이제는 때가 되었으니 호빵 수세미에 과감히 도전해 봐야겠어요.

 

도전 결과는 호떡 수세미가 됐네요. 빵빵한 모양은 어떻게 하면 나오는거죠? 아쉽지만 이제 얼추 호빵 수세미 방법은 익혔어요. 애초에 하려고 했던 그 호빵 수세미에 도전 합니다.

 

비슷하기는 하나 여전히 그 비주얼은 안 나오네요. 그래도 제가 열렬히 응원하는 김리하 작가님의 저자특강 때 선물로 쓰일거라 생각하니 너무 신나서 한땀 한땀 감사한 마음을 듬뿍 담아서 완성했습니다.

 

처음엔 하나도 모를 암호 같은 기호에 포기할 뻔 했는데요. 이것도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기호들이 이해되고 하나씩 둘씩 완성품이 쌓여갑니다. 작은 성취가 쌓이는 게 매일 눈에 보이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마지막엔 마카롱 수세미까지 섭렵했더랬지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대견하고 뿌듯해서 몇 컷 찍어봤습니다. 병원에서 눈만 끔뻑하고 손가락만 까닥할 수 있었던 제가 1월 한 달 동안 마흔 개 넘는 수세미 작업을 했어요. 발이 퉁퉁 붓고 약 부작용으로 손가락은 마비 증상이 와서 남편이 그만두라고 그러는데도 전 계속하고 싶었어요. 저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 쓸모가 될 걸 생각하니 행복해서 멈출 수가 없었지요. 신기하게도 수세미 다 완성해갈 즈음 붓기도 다 빠지고 손가락도 괜찮아졌네요.

 

인생 살면서 꼭 목표가 있어야 하는건 아닌데요. 그래도 목표가 있다면 몰입이 훨씬 수월하고, 하부 목표 하나씩 성취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은 성공의 기억은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되곤 합니다. 저의 수세미의 경우 100% 원하는 모양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또 제가 신뢰하고 지지하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니 남다른 의미 부여가 팍팍 됐어요. 처음부터 큰 그림이 어렵다면 작은 그림부터 시작해보는 것, 인생 살이 팁이라면 팁입니다.

 

저는 올 한해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하루를 알차게 채우자는 생각이에요. 매일매일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수세미로 1월 한 달을 꽉 채웠습니다. 2020년 첫 단추, 이만하면 잘 꿴 거 맞죠?

부디 수세미가 그릇도 잘 닦고, 선배님들의 마음도 잘 닦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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