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마스크는 사랑을 싣고

꿈트리숲 2020. 4. 1. 06:00

 

 

오늘은 제가 마스크 재벌 된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요즘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마스크가 엄청 귀한신 몸이 되었죠. 그러면서 온라인에서는 재미난 패러디 사진들이 등장했습니다. 요즘 재벌지갑이 올라왔고요.

 

 

 

심지어는 마스크로 남자보는 기준이 바뀐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사진을 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는 마스크를 1월에 사고 아직 한차례도 사보지 못했는데요. 1인당 5매씩 구매 가능할 때는 집순이인 저보다 더 필요한 곳에 쓰이라는 뜻에서 마스크 구매 줄서기를 아예 하지 않았어요. 마스크 5부제 되면 그때 사야지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마스크 5부제가 되고, 아이 학교 개학도 가까워져서 슬슬 마스크 구매를 해볼까 하고 약국엘 갔는데요. 어찌나 빨리 동이 나는지, 저에게 돌아오는 마스크는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었죠.

 

동네 약국에서 구할 수 없다면 옆 동네라도? 하면서 마스크 원정대 출동했지만 역시나 허탕이었습니다. 하루에 약국을 세 군데나 돌았는데도 말이죠.

 

이제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어떡하지 하던 차, 꿈블리 중 한 분이신 달자님은 마스크를 직접 만드셨다 하셔서 저도 마스크 제조 하기로 결심했죠. 그러나 이번엔 마스크 재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더군요.

 

들어가는 사이트마다 모두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품절, 매진, 마감의 문구를 띄우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수제 천 마스크에 필터를 끼워서 파는 거라도 살까하고 기웃했는데, 운 좋게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2주를 기다린 끝에 며칠 전에 받았는데요. 코 받침 없어서 코에 고정이 안 되고 사이즈도 맞지 않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필터 끼우다가 하세월, 그리고 필터 끼우면서 제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서 이미 오염되지는 않을까 불안도 하고요. 결국엔 반품 신청을 했습니다.

 

저도 사정이 이럴진데,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친척들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 연락을 드렸더니 상황은 비슷하더라고요. 그래도 두 장씩 구매하는 건 살 수가 있었다며 그거라도 저희 가족에게 보내겠다고 해서 한사코 만류했습니다.

 

 

 

며칠 뒤 어머니가 한 박스 가득 여러 봄나물과 다양한 채소를 보내셨는데요. 박스 한 귀퉁이에 하얀 물체가 눈에 띄더라고요. 마스크였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귀한걸 보내시다니... 물론 KF94 마스크는 아니었지만 일회용이라도 급한대로 쓰라고 하시며 보내셨던거였어요.

 

감사한 마음, 아까워서 어떻게 쓸까 싶었는데, 정작 마스크가 없으니 당장 쓰게 되더군요. 하지만 저절로 아껴서 쓰게 됩니다.

 

그러고 또 며칠 뒤, 조카에게서 택배가 왔어요. 마스크와 손세정제에 편지까지. 저 정말 조카 사랑 듬뿍 받는 외숙모입니다. 저 아플 때 병문안도 와주고, 생일 때는 편지도 써주고요. 몇 달 전엔 이사했다고 저와 딸을 초대해서 떡국도 끓여주더라고요. 저와 조카사이는 외숙모와 조카 사이 이렇게까지 좋을 수 있을까? 해도 될 만큼 아끼고 또 아끼는 사이랍니다.

 

 

 

조카는 회사에서 매일 마스크 한 장씩 받는다며 자신이 줄서서 약국에서 산 공적 마스크를 저희 가족을 위해 보내줬어요. 이것 역시 아까워서, 조카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어떻게 쓰나... 했지만 역시 당장 급하니 쓰게 되더라고요. 대신 한 번 쓸때마다 잘 말려서 이틀 삼일, 사일, ...n day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십일 뒤, 어제 택배를 하나 받았어요. 꿈블리 리하작가님으로부터 온 택배입니다. 저희 딸 여드름에 좋을 거라 비누 챙겨주시고, 책도 챙겨주시고 게다가 귀한 마스크까지!!! 제가 건강이 나빠서 많이 신경 쓰이게 해드렸더니만 쉽게 구할 수 없는 마스크를 저에게까지 나눔해주셨네요.

 

아~~~ 제가 정말 몬살아요. 이렇게 감동주기 있긴가요?

이 마스크는 정말 아끼고 아껴둘거예요. 앞서 받은 마스크 다 소진할 때까지 쳐다만 볼겁니다. 너무 아까워서, 너무 고마워서요.

 

저 마스크 빈곤에서 일약 마스크 재벌로 등극했습니다. 지갑에 빵빵하게 마스크 넣고 자랑해도 될 만큼요. 

 

전국에서 보내주신 구호 물품에 저 몸 가누기도 힘들 만큼 감동먹었어요. 마스크는 사랑을 싣고 와서 기쁨과 감사도 한꾸러미 내려놓습니다. 저는 마스크 대신해서 이 글에나마 사랑을 실어 보내고 싶습니다. 모든 꿈블리분들에게요. 사랑이 꽃피는 4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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