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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심리학

꿈트리숲 2020. 5. 15. 06:00

살면서 때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한 번씩 철학관이나 점집을 떠올리지 않으세요? 저는 직접 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궁금하기는 해요. 내 사주가 어떨까 하고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철학관도 아니요, 점집도 아닌 곳을 가봤는데요. 호기심에 등 떠밀려 가서는 남편과 저의 사주를 보고 왔어요.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다 잊어버렸습니다.

 

그러고 2년 뒤 제가 큰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하고서 문득 그날 받아왔던 종이가 생각났어요. 귀신같이 맞췄더라고요. 그 이후에도 아픈 곳을 딱딱 맞춰서 그 종이가 운명 종이 같고, 저의 사주를 봐줬던 그분은 마치 예언가처럼 느껴졌어요.

 

좋을 때는 그 종이가 생각이 안 나는데요. 삶이 답답하다 싶을 때,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길 때는 그 종이를 찾아보게 됩니다. 그 종이에 적힌 내용과 저의 상황을 맞춰보면서 저의 운명을 종이에 기대는 꼴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저의 사주가 적힌 그 종이를 볼 때면 운명은 정해져 있다 믿었었어요. 그래서 명리학에 관심이 생기고 사주(태어난 년, 월, 일, 시를 나타내는 4개의 기둥)풀이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2년 전에 <다르게 살고 싶다>를 읽고 제 사주를 풀이해보려 했는데 어려워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냈어요. 그리고 이번에 양창순 선생님의 <명리 심리학>을 읽으며 또 한 번 도전했는데요. 지난번보다는 쉽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속 시원하지 않은 면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내 사주를 풀이해서 좋은 게 나오면 다행이지만 안 좋은 것이 나오면 난 또 이후의 삶을 그 사주에 기대어 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과감히 눈 딱 감고 풀이해보지 않기로 했어요.

 

운은 늘 변화하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말 그대로 돌고 돈다. 그래서 자신과 맞는 운에는 일이 잘 풀리고 자신과 맞지 않는 운에는 좋지 않은 일을 당하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우리는 ‘운수가 사납다’라고 표현한다. (258쪽)

 

나와 맞는 사람, 나와 맞는 환경이 있으면 그 반대도 분명 존재할 텐데 우리의 사고에는 나와 맞지 않는 건 아예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안 좋다 나쁘다고 평가하나 봅니다. 그런데요 운은 늘 변한다고 하니 오늘 나쁘다고 해서 내일도 나쁘라는 법이 없고, 어제 좋았다고 해서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좋을 수만은 없는 거죠.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 참 잘 만들어냈어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살면서 좋은 날을 경험하기도 하고 나쁜 날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좋은 날에는 좋은 일만 이어질 것으로 생각해 자만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반대로 나쁜 날에는 계속 나쁜 일만 생길 것으로 생각해 절망한다. (259쪽)

 

명리학과 심리학은 우리에게 그걸 가르쳐 주는 것 같아요. 좋은 날에는 자만하지 말고, 나쁜 날에는 절망하지 말라는 것을요. 전 좋은 날에는 자만을 많이 했고, 나쁜 날에는 지독하게 절망을 많이 한 과거가 있어요. 그러니 운을 제대로 활용 못 하고, 좋은 운을 많이 당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양창순 선생님은 삶의 가장 큰 지혜는 매 순간 모든 것에 감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깨달음은 위기와 시련을 겪기 전까지는 결코 얻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말로는 감사라고 하지만 진정 온 마음으로 느낄 수는 없다는 거겠죠.

 

운(運)은 ‘돌다, 구르다’의 뜻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의 운도 돌고 구르고 하면서 오늘까지 왔어요. 그런데 평탄한 길, 만만한 길만 굴렀다면 지금처럼 단단하지 못했을 거예요. 진흙 길도 구르고, 험한 산도 돌고 돌아왔기에 삶을 감사로 받아들이는 내면의 힘을 가지게 되었죠.

 

이제는 사주를 보지 않아도 저의 사주 관상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지금부터 살아갈 날이 더 좋다.”는 뜻으로 풀이하겠습니다. 이 또한 삶의 지혜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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