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꿈트리숲 2020. 5. 21. 06:00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책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이유가 있어서 진화했습니다> 라는 제목의 책을 알게 됐어요. 제목만으로 흥미가 느껴져서 꼭 읽어봐야겠다 하며 찜 리스트에 저장해두었어요.

 

며칠 전 동네 도서관에서 찾아봤더니 <이유가 있어서 진화했습니다>는 없어서 상호대차 신청해두고, 차선책으로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를 가져왔습니다. 동물들의 멸종과 그 이유를 기록해 놓은 책인데요.

 

책 표지에서도 알려주듯이 멸종 동물 도감을 보는 재미 생각보다 좋아요. 과학을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지루해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자연을 이런 책으로 배운다면 외우지 말래도 외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를 보고서 물론 멸종되기는 했지만 지구상에 많은 생물이 살다 갔음을 알게됐어요. 그들의 발자취가 있었기에 우리가 출현할 수 있었을 테죠. 크게 보면 우리의 조상이고, 넓게 보면 다 같은 지구촌의 이웃이었습니다. 다만 지구촌에 터 잡은 시기만 달랐을 뿐이죠.

 

멸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니 왠지 쓸쓸한 느낌인데요. 책의 저자는 멸종이 꼭 슬픈 일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기나 물, 흙과 같은 자원이 한정적이니 생물이 무한정 늘어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 생물은 지구 전체를 무대로 의자 뺏기 놀이를 벌이는 셈입니다. 빈자리가 없으면 다른 종류의 생명이 늘어날 기회도 생겨나지 않지요. (10쪽)

 

의자 뺏기 놀이라니 좀 잔인하다 싶어요. 내가 의자를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종류의 생명이 살 기회가 없다니 좀 미안한 감도 없지 않네요. 그래도 지구상에 모든 생물은 잔인하면서도 치열한 그 놀이를 계속해야만 합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한편으로 우리는 참 행운아라는 걸 실감합니다. 책에서 소개하기로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태어난 수많은 생물 가운데 99.9%의 종이 멸종했다고 해요. 그럼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0.1%의 확률로 살아남은 이들이 되는 거죠. 억세게 운 좋은 우리입니다.

 

멸종은 자연이 일으킨 멸종과 사람이 관여한 멸종으로 나뉘는데요. 자연이 일으킨 멸종의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환경의 변화죠. 대표적인 예가 운석이 떨어져 멸종한 공룡이 있겠고요. 또 눈이 많이 내려 멸종한 털매머드, 에베레스트 산이 높아져서 멸종한 앤드류사쿠스 등이 있어요. 이 동물들 입장에서 보면 억세게 운이 나빴던 케이스겠죠.

 

사람이 관여한 멸종, 의외로 많았는데요. 인간들이 동물들의 가죽이나 고기를 얻기 위해서 멸종시킨 스텔러바다소, 또 멸종 새로 유명한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가 있지요. 위 부화 개구리(이 개구리는 알을 자신의 위에서 부화시킵니다), 자이언트 모아, 파란 영양 등 종류도 가지수도 참 많더라고요.

 

멸종 이후에는 놀라운 진화에 성공한 동물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럼 인간이 멸종시킨 생물들 이후에도 그런 놀라운 진화가 나타났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관여한 멸종에는 진화에 성공한 다음 세대의 동물이 태어나지 못했다고 하네요.

자연이 일으킨 멸종은 자연의 섭리이나 인간이 관여한 멸종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었나 봅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 감수를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님이 하셨는데요. 추천하는 말에 이런 말씀을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이 멸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멸종하는 게 무슨 큰일일까요? 물론입니다. 엄청나게 큰일입니다. 우리잖아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만 보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람은 수많은 생명 가운데 단순한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 자신입니다. 너무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요? 무슨 말이에요. 인간이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지 그러면 지렁이나 풍뎅이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말이 되나요!

 

우리는 어떻게 하든 더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멸종’을 배워야 합니다. 다른 생명이 어쩌다가 멸종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멸종하는 일을 피하고 미룰 수 있을 테니까요. (추천하는 말)

 

동물들이 천적을 피해 외따로이 살다가 멸종된 경우가 저에겐 다른 멸종보다 좀 더 깊게 생각되었는데요. 멸종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함인데, 그렇다면 외따로이 살다가 멸종된 그들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간이 관여한 멸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도 지구에서 외따로이 사는 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고 그들과 함께 진화해가며 0.1%의 운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지구는 모두에게 공평하대요. 가혹한 의미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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