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강의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북토크 2부

꿈트리숲 2020. 6. 2. 06:00

지난주에 이어 김민식 작가님의 북토크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2부 이야기 이어갑니다.

 

예전 같았으면 광화문 북바이북 강연장이 입추의 여지 없이 청중들로 꽉 들어찼을 텐데요.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북토크에서도 어김없이 어쩌면 더 철저히 지켜지는 것 같아요. 듬성듬성 앉게 자리가 마련되었고 애초에 신청 인원도 50명으로 제한이 되었거든요.

 

전 운 좋게도 50명 안에 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역시 스피드!라는 걸 제가 입증했습니다.

 

강의 시작 전에 작가님과 인사를 나눌 때는 분명 흰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요. 강의가 시작 즈음 작가님께서 슬며시 마스크를 바꿔 끼시는 겁니다. 아~~ 저 센스!!! 이래서 김민식 작가님의 인기가 날로 고공행진을 하는가 봅니다.

 

마스크를 쓰고 두 시간 가까이 강연을 하는 거 무척 힘든 일일 거라 짐작이 되어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작가님은 청중의 걱정을 마스크 하나로 훌훌 날려 보내 주십니다. 이번 강의를 위해서 특별히 주문을 하셨대요. ‘마트 시식 코너 마스크’를요. 강의하며 숨은 자유롭게 쉬고 비말 전파는 차단하는 1석2조의 마스크.

 

마스크 하나만 보더라도 이번 강의를 얼마나 고대하셨는지 짐작됩니다. 새 책을 출간하면 가지는 저자 특강부터 시작해서 도서관 강의, 지방 강의들이 모두 취소가 되었기에 얼마나 독자들을 만나고 싶으셨을까 아마 제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겠지요.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의 북토크 안내글에서 어쩌면 한 번뿐일 북토크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셔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어요. 노동조합의 파업 이야기... 묵직한 주제일 것 같아 엄근진 자세로 강의를 듣는데요.

 

첫 말씀에서 바로 엄근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재밌고 즐거운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집니다. 무거운 주제 같지만 사실은 사랑 이야기라고 강의 포문을 여시고 어떻게 mbc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노조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얘기를 해 주셨어요.

 

책에 나온 내용이기는 하지만 잠깐 언급하자면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mbc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요. 딴따라인 자신은 노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노조에 들어가 어떻게든 파업을 막아보려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전설적인 웃픈 이야기예요.

 

이야기꾼은 삶 자체가 이야기 눈덩이를 굴리는 것만 같아요. 살면 살수록 이야기가 계속 살이 붙고 새 이야기가 깜빡이도 없이 훅 치고 들어와 같이 붙어 가자고 야단이니 말입니다.

 

그 이야기 속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용마 기자님 얘기가 빠질 수가 없는데요. 어쩌면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용마 기자님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우리나라 정치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용마 기자님의 말씀에 김민식 피디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용마야, 너 이야기 다 옳고 훌륭한 얘기이긴 한데, 사람들은 훌륭한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아. 재밌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그래서 mbc 노조 파업 당시 이론가는 이용마 기자님이, 실천가의 역할은 김민식 피디님이 맡았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실천가 김민식 피디님은 힘든 건 웃으면서 괴로운 건 재밌게 바꿔가며 파업도 딴따라가 하면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셨죠.

 

파업 당시 검찰에 기소되어 영장 실질 심사를 받는 동안 경찰서 유치장에 하룻밤을 보낼 때 작가님의 유쾌함은 절정에 이릅니다. 그 당시 법정 드라마 준비 중이라 검찰이며 재판장 다 사전 답방을 했는데 유치장만 사전 답방을 못했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참에 유치장 경험 제대로 해서 리얼리티 죽이는 법정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 호언장담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드라마는 성사되지 못했어요. 인생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가봐요. 준비한 드라마는 타 방송사로 넘어가고 피디님은 현업에서 배제가 되었어요. 우리가 책으로 강연으로 만나는 이야기들 말고도 얼마나 많은 괴로움이 있었을까 짐작만 할 뿐입니다.

 

싸워야 할 때 못 싸우는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아는 게 없어서 일 수도 있다고 피디님은 얘기하셨는데요. 싸워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이용마 기자님이었고, 얼떨결에 싸우게 된 사람은 김민식 피디님이었지요.

 

파업이 끝나고 해고당한 동료, 일을 잘해서 고과를 A 받았다고 현업에서 쫓겨난 피디님 자신, 그 외 여러 부당한 처사들. 이제 싸울 이유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싸워야 할 때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의 아픔과 힘듦이 누군가에게는 도움 될 날이 올 것이라 믿었고요. 싸우면 피해 보고 희생당한다는 선입견을 바꾸고 싶었다고 합니다.

 

싸움이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힘든 과거가 작가의 삶을 살 수 있게 전화위복이 되었던 건 피디님의 오랜 습관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좋은 습관 만들어서 선택의 순간 좌고우면하지 않고 습관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씀. 마음에 새기고 당장 실천 들어가야겠습니다.

 

좋은 삶은 좋은 선택의 합이겠지요. 그렇다면 싸움 역시도 좋은 삶을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작가님의 삶이 보여줍니다.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터득한 자의 싸움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이자, 타인의 인생에는 길라잡이가 될 필살기가 녹아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mbc를 사랑한 피디님의 싸워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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