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삼국유사

꿈트리숲 2020. 6. 29. 06:00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달달 외웠던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 어느 작품이 먼저인가, 작가와 작품을 섞어 놓고 바른 것 찾기 등 많은 시험을 치러와서인지 헷갈리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내용도 어떤 것들이 들어있다는 걸 여러 책을 통해서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의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삼국유사>에 도전해봤어요.

 

<삼국유사> 원전 해석본들은 너무나 깨알 같은 글씨들로 제 눈이 감당을 못하겠더라고요. 노안이 온 제 눈 지켜주려고 만화책과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그 참맛을 대신했습니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많이 비교되는데요. 삼국사기(三國史記)는 한자 그대로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김부식 외 11명의 당대의 문장가가 참여해서 문장이 화려하고 형식이 잘 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 사대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하는군요.

 

삼국유사는 삼국사기 이후 100여 년 후에 지어졌는데요. ‘三國遺事’의 한자에 그 뜻이 담겨있습니다. 이미 지어진 역사책에서 빠진 얘기라든가, 고려조에 와서 잃어버린 일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삼국유사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이유, 아마 다 알고 계실 거예요. 단군신화를 가장 먼저 기록한 책이지요. 그 외에도 우리 고유의 시, 향가가 14수 실려있고요. 삼국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불교와 관련한 기록들, 우리 조상들의 민속신앙 등 종교, 문학, 미술, 지리 여러 면에서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익히 알고 있는 단군신화 이야기 외에도 재밌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듬뿍 담겨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낍니다. 연오랑세오녀 이야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만파식적, 서동과 선화공주, 처용의 이야기 등 지금 생각해보니 연극과 영화 소설 드라마 등 무수히 많은 작품에 삼국유사의 이야기들이 등장했음을 알겠더라고요.

 

서양의 많은 문학 작품들이 성경의 얘기를 바탕으로 계속 리메이크되어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삼국유사의 내용들로 각색하고 편집하여 오늘의 문학과 예술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삼국유사는 우리의 정신의 뿌리, 마음의 고향을 두루 담고 있다 봐야겠습니다.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쓰게 된 이유를 한번 짚고 가고 싶어요. 저는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삼국유사가 집필되던 시기는 고려가 몽골의 침략을 받아 백성들이 온갖 핍박과 설움, 가난에 내몰린 때였어요. 그런 가여운 백성들을 위해 삼국유사를 쓰셨다고 합니다.

 

단군왕검으로부터 이어진 유구한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가 몽골의 야만적인 침략에 결코 쉽게 무너질 수 없다는 믿음을 심어주려는 스님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전 그냥 단순 역사의 기록 혹은 설화들을 담은 책이겠거니 했는데요. 삼국유사가 만들어진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합니다. <만화 삼국유사>가 삼국유사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는 일연스님의 삶에 대해 소설 형식으로 그려 놓은 책입니다. 청소년 또래의 제자들과 지내며 그들에게 우리 모두가 단군왕검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귀중한 사람임을 가르쳐주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지나간 시간이라는 것이 말이다. 어떻게든 잊어야 할 것도 있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도 있는 법이다. 지나간 일을 잊어도 될 때가 있고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지금이 바로 우리 고려가 지난 삼국의 일을, 아니 더 멀리 올라가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의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이 된 일을 기억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이렇게 다른 나라에 비참하게 짓밟히고 있어도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는 힘이 있다는 걸, 그 힘이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에게 있었단 증거를 위해서라도 꼭 우리의 옛이야기들은 필요한 것이지. (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 184쪽)

 

지금 역시도 우리 대한민국이 지난 삼국의 일을, 아니 더 멀리 올라가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의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이 된 일을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를 존대하고 세계의 여러 나라에 비추어 결코 뒤지지 않는 역사와 문화를 가진 훌륭한 민족임을, 안팎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다시 우뚝 설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삼국유사가 일러줍니다.

일연 스님이 그토록 공들이고 정성을 쏟아부었던 삼국유사의 의미를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꿈트리의 알쓸신잡 : 우리를 왜 배달의민족이라고 부를까요?

단군檀君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박달나무 임금이 된다고 합니다. '박달'은 '밝달(밝은 땅)'과 통하는 말이고, 여기서 '배달'이라 말이 나왔대요. '배달민족'은 '밝은 땅에 사는 사람들' 이라는 뜻이됩니다. 배달의민족을 배달앱으로만 기억하지 마시고 '밝은 땅의 사람들'이라는 것도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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