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교육

우리는 모두 호모픽토르

꿈트리숲 2020. 7. 3. 06:00

 

그림 - little Space

 

요즘 제가 흠뻑 빠져있는 것이 있는데요. 드라마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쇼핑보다 몇 배는 더 재밌는 것입니다. 바로 그림 그리기에요. 엄밀히 말하자면 디지털 드로잉에 푹 빠져있습니다. 매일 아이패드를 끼고 살 정도로 말이지요. 끼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아직 디지털 드로잉 생초짜여서 하나를 그리는데도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리거든요.

일전에 제 글에서 그림을 배운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처음엔 수채화 일러스트를 하다가 얼마 전부터 아이패드 드로잉에 진입했거든요.

 

매일 아이가 그리는 걸 지켜 봐온 저로서는 눈으로 충분히 익혔기에 쉽게 될 줄 알았는데 눈으로 보는 거랑 손으로 직접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름을 느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에게 다 물어봐야 하고, 물어본 것 또 물어보고...  (이때 아이가 참을 인을 수십 번 외쳤다는 건 안 비밀) 이러니 그림 하나 완성하는데 몇 시간씩이 걸리는거죠.

 

지난주부터 그림일기와 비주얼씽킹 한 달 클래스를 시작했습니다. 마흔 넘도록 그림과는 담쌓고 살았던 제가 그림의 매력에 취해서 요즘 눈뜨면 그림 그리고 눈 감으면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림 그리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잠 오는 것도 달아나고, 아픈 것도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요. 사랑에 빠질 때 이런 기분이었던가요? 너무 오래되어 그 기분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비슷한 감정일 것 같아요. 몰입에 푹 빠졌다가 나오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어요. 또 몰입의 결과물이 눈앞에 보이니 스스로가 대견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태초에 인간의 문자는 다 그림이나 기호였었죠. 그래서인지 본능에 가까운 어린 시절엔 글자보다 그림을 좋아하고 거침없이 잘 그리는 것 같아요. 전 그리기보다 보는 것을 더 좋아했던지라 제 안에 그리기 본능이 있는 줄 미처 몰랐었습니다.

 

호모 픽토르 : 놀이와 상상 그리고 창조적 힘으로 끝없이 삶을 허구와 이미지로 충만하게 하는 인간

 

비주얼씽킹 한 달 클래스 이름이 호모 픽토르입니다. 놀이를 공부처럼, 공부를 놀이처럼 제 삶을 이미지로 그려내기 위해 창조적 힘을 영혼까지 합세해서 끌어모으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알았어요. 창조라는 것이 모방을 하면서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봐요.

 

 

따라 그리는 수준에 점 하나 달리찍는 단계입니다.

 

매일 아침 주어지는 숙제를 따라 그리다 보면 나만의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모방에서 나의 생각 플러스를 하면 새로운 창조가 나오는 신기한 시스템. 그런 환경 안에 저를 두게 되면 그 안에서 단련이 되면 창의적 인간이 되겠다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마도 수많은 책에서 이미 다 알려준 것 같아요. 그러나 정작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창조는 창의성은 남의 얘기가 되고 말 거라 생각이 듭니다.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우리 생활에서 모방을 통해 창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여럿 있어요. 제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책 필사이지요. 유명한 작가들의 데뷔 전의 얘기를 들어보면 필사를 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또 노래를 빼놓을 수가 없네요. 가수 지망생들이 제일 처음 하는 것이 대부분 모창이 아닐까 싶어요. 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은 모방 아닌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다들 부모의 입 모양을 보고 따라 하면서 말문이 터지고요. 엄마가 밥 먹여주는 걸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밥 먹는 스타일을 만들어내곤 하죠. 처음 글씨 쓸 때는 인쇄된 글자를 따라 쓰다가 점차 개성 넘치는 필체를 갖게 됩니다.

 

저의 목소리, 숟가락 드는 자세, 글씨체, 걸음걸이 전부 다 창조구나 싶어요. 모방에서 온 창조인거죠. 화가나 작가가 아니라도 우리는 모두 창조자이고 창의성을 일상에서 뿜어내고 있었어요. 새로운 창조를 하고자 하신다면 모방부터 시작해 보세요. 더 많은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다면 모방에 내 생각 하나 더하시면 어떨까요? 일상을 장식하는 나의 모든 것은 캔버스에 옮기지만 않았다 뿐이지 모두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창조적인 그림, 나의 창의성이 듬뿍 담긴 그림. 우리는 모두 호모 픽토르입니다.

 

다음엔 그림일기 후기를 리뷰해볼게요. 

그림일기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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