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아버지의 말

꿈트리숲 2020. 7. 20. 06:00

 

 

1800년대 초 자녀들이 잘 크기를 간절히 바라며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편지를 써 보낸 아버지가 있었죠. ‘다산 정약용’ 선생입니다. 귀양 가서도 자식들 걱정하며 독서 할 것과 효도할 것, 세상을 제대로 살 것을 주문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에도 비슷한 시기에 그런 아버지가 있었어요.

18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며 문필가로서도 이름을 날린 필립 체스터필드가 바로 그 아버지입니다. 네덜란드 주재 영국 대사로 머물면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1774년 책으로 출간되고 영국 상류사회에서 교과서로 사용되었다고 하는군요.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상을 예리하게 파헤쳐, 삶에 꼭 필요한 지혜를 선사하는 <아버지의 말>을 읽으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가 생각났어요.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이 변화무쌍한 세상에 자녀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좋은 사람으로 자랄 것을 당부하는 부모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말>은 체스터필드의 아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른인 저에게도 마음에 새기면 좋은 메시지들을 가득 담고 있어요.

 

“나는 능력도 있고 실력도 뛰어난데, 단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가진 상식으로 그런 일은 결코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능력 있는 사람은 그만한 대가를 얻게 되고 성공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지식과 식견이 있고 태도도 훌륭한 사람을 의미한다. (17쪽)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 내가 빛을 못 보고 있다’고 하는 말 가끔 듣기도 했지만 20대 때 제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종종 했던 말이에요. 나는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졌는데, 세상 사람들은 왜 몰라줄까 원망을 했었죠. 그게 태도가 훌륭하지 못해서라는 걸 서른이 훌쩍 넘어 논어를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공자께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해야 한다”(학이)고 하신 말씀에 저는 아직 한참 갈고 닦아야 할 사람임을 처음 깨달은 것 같아요. 남을 알아보는 식견을 갖추고 내 삶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그때 이후로 많이 바뀌었던 게 기억납니다.

 

이렇듯 <아버지의 말>은 동서양 구분할 것 없이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되는 상식이 참 많은데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세상에 대한 공부를 멈추지 말 것과,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 역사 공부를 꼭 할 것 등은 제가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것들인 동시에 아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인생 지혜입니다.

 

체스터필드가 네덜란드에서 영국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영향 때문인지 아들에게 이런 당부도 했더라고요.

 

지금은 지구촌이 하나로 묶여서 돌아가고 있는 시대이다. 가능하다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친분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사귀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93쪽)

 

요즘에 절실히 느끼고 있는 ‘세계가 하나’라는 걸 300년 전에 이미 간파하고 자식에게 지혜로 물려주는 아버지였군요. 만고불변의 진리는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동서양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구나 싶기도 하고요.

 

뿌리지 않은 씨는 자라지 않는 법이다. 주위에서 호감이 가는 인물도 온갖 정성을 다하여 씨를 뿌리고 풍성하게 맺은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197쪽)

 

다른 이들의 나무에 열린 풍성한 열매를 보며 부러워한 적이 많았어요. 지금도 부러운 열매가 있긴 한데요. 열매는 부럽지만 씨를 뿌리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통해 이제는 씨 뿌리기가 먼저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학문보다 중요한 교육이라고 말한 것이 있어요. 바로 인격입니다. 인격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선행에 대해서 인용글로 아들에게 교훈을 줍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선을 행한다. 그것은 남이 보기 때문에 청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청결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샤프츠베리 경- 208쪽)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 자녀 양육의 古典에서 선행과 청결이 나를 위한 것으로 똑같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네요.

 

728x90

'배움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과 바다  (12) 2020.08.03
돈 키호테  (16) 2020.07.27
금오신화  (12) 2020.07.13
리마커블 천로역정  (16) 2020.07.06
삼국유사  (10) 202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