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세요?
예능 프로그램? 아니면 스포츠 경기 관람? 아니면 영화도 있겠고요. 컴퓨터 게임도 요즘은 빼놓을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가 됐어요. 보는 것 말고 직접 몸으로 하는 생활체육을 여가시간에 즐기는 분들도 있지요. 제 지인은 시간 날 때마다 등산을 하시더라고요. 등산도 훌륭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전 어떤 여흥을 즐겼나 한번 돌이켜봤더니요. 주로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고요. 카페투어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몸으로 직접 즐기는 생활체육은 스쿼시도 좀 해보고, 수영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는 그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일시에 다 중단했어요. 아이를 돌봐야 하니 사람들 만나서 카페투어 하기는 당연히 안됐고요. 그 당시 개봉 영화에 대해선 아예 깜깜합니다. 운동이라 하면 아이랑 보내는 24시간 강제 체육 시간을 갖게 되니 따로 필요 없더라고요.
결혼 전에 즐겼던 엔터테인먼트들 하나도 못 했었지만 사는 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신기하죠. 왜 그랬을까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딴 곳에 정신을 못 쓰게 하는 것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는 게 그 어느 엔터테인먼트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재밌었기 때문입니다(사실입니까?).
저... 사실을 고백하자면 갓난아기일 때는 초보 엄마 딱지 떼느라 정신없이 24시간을 보내서 재밌는지, 박진감이 넘치는지 전혀 감을 못 잡았어요. 그런데 2~3년 반복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아이만 보면 절로 광대가 승천하고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세상에 이보다 더 감동적인 영화가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스포츠가 어디 있을까요? 난생처음 뒤집기 한 날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환호를 하고요. (2002 한일 월드컵 4강 못지않습니다)
걸음마를 뗄 때는 아이 걸음 한 걸음 한걸음에 온 가족이 응원의 기합 소리를 넣어가며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봅니다. 마치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양희은님의 [상록수]가 재생되는 듯 환청이 들리는 감동적인 순간을 경험합니다. 아직도 저에겐 그 감동적인 영화의 한 장면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얼마 전 지인 댁에 놀러 갔었는데, 그 댁에서 돌도 안된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아이만 쳐다보는데도 시간이 어찌나 잘 가던지요. 아무리 재미난 영화도 2시간 정도면 끝나잖아요. 근데 아이를 보는 건 끝나지 않는 영화 같았어요. 아기의 해맑은 웃음 한방에 좌중은 아~~ 신음소리를 내며 눈 녹듯 쓰러지고요. 아기 혼자서 뒤집고 손뼉 치는데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오구오구’ 하면서 잘한다 잘한다 합창을 했습니다.
정말 뒤집기만 해도 박수받고 하품만 해도 감탄 받는 그 시기는 부모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주는 때입니다. 물론 그런 시간이 거저 오는 건 아니지요. 밤을 새워가며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노고 뒤에 그런 꿀맛 같은 행복이 찾아오죠. 뭔가 대가를 바라고 의무를 한다고 하면 그 일은 지상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지상 최악의 괴로움이 될 겁니다.
지상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려면 우리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내 아이는 잘 자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나도 같이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라는 다짐이면 되지 않을까요?
오늘도 저는 리얼 버라이어티 엔터테인먼트에 직접 참여해서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너무 많이 웃어서 얼굴 근육이 얼얼하지만 그래도 꿀맛 같은 행복이 보장되는 엔터테인먼트라 놓치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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