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행복한 왕자

꿈트리숲 2020. 9. 7. 06:00

 

 

매주 월요일 문사철 한 권씩 소개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생각보다 제가 읽기에 버거운 책들이 많다는 거예요. 도전했지만 완독 못 하고 중도에 덮은 것도 있고요. 완독해도 이해가 안 되어 블로그 글로 싣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왜 문사철은 어려운 게 많은 걸까?’, ‘쉬운 건 고전이 될 수 없는 걸까?’ 하다가 결국엔 ‘아직 나의 독서력이 한참 부족하구나.’ 생각으로 귀결되며 의기소침해졌어요. 그러다 동화도 문사철이 되고, 고전이 될 수 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이 어렸을 때 많이 읽어줬던 그림책과 동화책들. 거기엔 문학, 역사, 철학이 들어있었고요. 지은 지 100년이 훌쩍 넘는 고전도 있었거든요. 좋은 책이라고 하니 그냥 읽어주고 내용을 깊게 곱씹어보지 않았는데, 다시 되돌아봐도 좋은 보석들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일곱 살 때 읽어줬던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초등 고전 읽기 혁명>에서 초등 1학년 추천 도서로 선정된 책입니다. 이 책 역시 되돌아보게 되는 좋은 보석이에요.

 

질문하며 책을 읽으라는 말 자주 듣곤 해요. 그런데 옆에서 누가 시키지 않으면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일부러 질문을 만들어야겠다 작정하지 않는 이상 눈으로 글을 읽는 것에만 익숙해서 질문거리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총 42페이지의 얇은 책, 어른이 읽기엔 만만한 책입니다. 그러나 질문을 만들어야겠다 마음먹고 읽으니 만만하기보다는 오히려 버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여덟아홉 살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얕잡아 봤던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기둥 꼭대기에 순금으로 덮인 왕자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왕자는 생전에 궁전에서 매일 즐겁게 보냈어요. 성벽 너머의 세상엔 전혀 관심 없는 채로 자신이 사는 궁전 안 세상이 전부라 여기며 슬픔이 뭔지도 모르고 지냈죠. 그래서 행복한 왕자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왕자가 동상이 되고 내려다본 도시는 그야말로 슬픔 천지입니다. 자신이 궁전에서 사는 동안 결코 볼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너무 마음 아파 동상이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왕자를 안타깝고 측은하게 여긴 제비는 추운 겨울이 다가옴에도 따뜻한 이집트로 떠나지 않고 왕자 곁에서 그의 부탁을 다 들어줘요.

 

왕자는 자신의 칼자루에 박힌 루비를 뽑아서, 사파이어 눈을 빼서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습니다. 거기다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금박을 한 장씩 떼어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 주지요. 높은 기둥에 발이 묶여 직접 나서지 못하는 왕자를 대신해 왕자의 부탁을 열심히 들어줬던 제비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지 못하고 왕자의 발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요.

 

빛나는 보석도 번쩍이는 금박도 없어진 왕자는 사람들이 보기에 더는 행복한 왕자가 아니었습니다. 황금으로 치장이 되어있을 땐 사람들이 다 쳐다보며 행복한 왕자라 한마디씩 하더니 이제는 쇠붙이 동상이라 거지나 다름없다며 용광로에서 녹여버립니다. 용광로에서 녹지 않았던 왕자의 납 심장은 죽은 제비가 있던 쓰레기 더미로 버려집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귀한 것 두 가지를 가져오너라.” 하나님이 천사에게 명령했어요. 그러자 천사는 하나님께 납 심장과 죽은 새를 가져왔어요.

“잘 골랐구나! 이 작은 새는 나의 천국의 동산에서 영원히 노래할 것이고, 행복한 왕자는 나의 황금 도시에서 나를 찬양할 것이니라.”

 

왜 천사는 가장 귀한 것으로 납 심장과 죽은 새를 가져왔을까?

슬픔을 모르던 행복한 왕자는 타인의 슬픔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반성합니다. 또 돕고 싶지만 돕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흘리지요. 다행히 제비의 도움으로 자신이 가진 걸 나누며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던 왕자는 슬픔과 희생 공감과 배려를 알게 되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겁니다. 진실한 사랑을 찾아 떠돌던 제비는 따뜻한 나라로 가지 않으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왕자 곁에서 도움을 줍니다. 왕자의 진심을 알고, 또한 그가 움직일 수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최선을 다한 제비는 왕자를 도우며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되었어요.

가장 귀한 것 두 가지는 희생을 통한 사랑과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https://coupa.ng/bJpCp1

 

행복한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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