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뭐니?/영어

엄마표 영어

꿈트리숲 2018. 6. 20. 15:16

귀차니즘 엄마 밑에서 영어 하기

 

오늘 책을 소개하려고 글을 쭉 쓰다보니 저의 딸 영어 공부 얘기로 흘러버려서 방향을 살짝 바꿔야겠어요. 소개해드릴 책은 영어 DVD만 보고 영어를 잘하게 된 어느 소년의 이야기인데요. [산골 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 박사 되다]입니다. 지금 이책은 더이상 출판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인터넷 서점들 검색해봐도 다 품절이네요. 10년전에 나온 책인데, 그때 소년이었던 나기업군은 지금은 어엿한 어른이 되었어요. 인터넷 검색해보니 로펌에 최연소로 들어갔다는 글도 있네요. 진정 능력자입니다.

 

제가 이 책을 본건 2009년 저의 딸이 다섯 살때쯤 이었어요. 아이 영어보다는 제가 잘하고 싶어서 선택했던 책인데, 결국에 저는 제자리 걸음이고 아이만 성공했네요.^^

이 책을 봤을 땐 영어가 이렇게 쉬운거였어? DVD만 봐도 된단 말이지? 하면서 그대로 해볼려고 했죠.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냉정하리만치 차이가 크더라구요. 저의 작심삼일 습관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품었던 원대한 꿈. 흐지부지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답니다. ㅎㅎ 그래서 저의 영어는 아직도 ing중이구요. 오늘은 저의 딸 영어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저도 언젠가 멋지게 성공해서 '영어 이렇게 했어요.' 얘기할 날이 오겠쥬?

 

백팩처럼 메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영어 놀이 책(펼쳐보면 사물 사진과 영어가 찍찍이로 붙어있어요.)

 

저의 딸은 네 살때까지는 영어 교육을 했다기 보다 우리글 책 사면서 영어책도 종종 샀었어요. 요즘도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는데, 노부영(노래로 부르는 영어) 책들을 많이 사서 읽어줬어요. CD도 함께 들어있어서 제가 읽어주고 CD 들려주고, 또 노래가 나오니까 흥이 많은 저의 딸에게는 딱이었어요. 길거리 가다가도 흥얼흥얼, 그냥 책을 외워서 말하기에, 우리 아이가 천재인가 생각하던 머절맘 시기도 있었네요.

 

그러다 이 책을 만나고, 또 아는 분이 영어 DVD를 추천해 주셔서 책과 DVD를 병행하며 보여줬어요. 저는 아이가 어릴때 별로 영어 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냥 책으로만 접근해줄려고 했는데, DVD라는 신세계가 등장하니 아이의 관심이 DVD로만 가는 것 같아서 못보게도 했었어요. 어릴때 일찍 미디어에 노출되면 안된다는 전문가의 말씀들이 있어서,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죠. 디비디 시청은 30분 넘지 않게, 최대한 자극적인 것은 배제하구요.

 

그리고 영어를 가지고 놀이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것 저것 그림 오려서 찍찍이 붙여서 뗐다 붙였다 하며 놀기, 좋아하는 책 표지 그림 그리기, 또 아이가 흥이 많아서 낮에 봤던 DVD나 책의 CD 노래만 틀어놓고 춤추기 등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 위주로 영어를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영어를 해서 학교 시험을 잘 보고, 더 나아가 토익 점수를 잘 받는 그런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런 식으로 공부해서 실패했기 때문에 아이는 그냥 언어로만 받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모 윌렘스 코끼리와 꿀꿀이 그림이네요.

 

매달 영어책과 DVD를 사면서 학원을 가지 않아도 비용은 얼추 비슷하게 든다 싶었어요. 영어책과 CD가 많이 비싸더라구요. 그래도 한번 시작했으니 계속 밀고 나가야겠다 생각이 있었고, 남편 또한 아이가 영어로 뭐라뭐라 하니 마냥 좋았나봐요. 적극 응원하더라구요. 일곱살때쯤 저의 딸이 혼자 씻기 시작했는데, 샤워하는 30분 동안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중얼중얼 하더라구요. 아이가 처음 우리말 말문 터질때처럼요. 그때, 완전 소오름~~~이었어요. 별기대 안했는데, 책읽고 DVD보고 하는게 정말 효과가 있구나 싶었어요. 유치원 선생님도 가끔 만나면 아이 영어 뭘로 가르치냐고 묻기도 하구요. '어라! 진짜 영어가 되는거였네, 산골 소년 영어책이 일반적으로 가능한 얘기였구나.' 싶은 느낌이 팍 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체계적으로 할껄, 책도 단계별로 넣어주고. . .  그런데 욕심이 앞서면 애를 닥달할게 뻔해서 원래하던 대로 쭈~~욱 하기로 했어요.  체크하기, 확인하기, 테스트하기 절대 안하기요.

 

 

그래서 지금까지 영어 사교육 없이 책과 DVD만으로 진행 되고 있어요. 다행히도 저의 딸은 영어를 공부라 여기지 않고 즐겁게 사춘기를 보내고 있죠. 청소년 미드를 봐도, 극장 개봉 영화를 봐도 전 자막 없으면 이해불가에다 또 그들의 웃음코드를 이해 못하겠는데, 딸은 박장대소를 하더라구요. 저보고 '엄마, 완전 웃기지않아?' 하는데 전  . . . 뭐라 할 말이 읎어요.ㅠㅠ 학교에서 듣기 평가하고, 지필 시험도 보는데, 공부란 걸 따로 안해도 만점 받고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도 나가서 일등 하구요.^^ 영어에 이만큼 투자했으니 으레 나가는 대회들에 참가하고 학원가서 레벨 테스트도 받아보고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쯤으로 여기는 분들도 많으실거에요.

 

저는 전혀 아이 레벨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큰 대회에 나가서 아이 실력을 뽐내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오로지 우리 아이가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외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더 나아가 세계인과 소통하는 문화인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 신기한게 엄마가 책과 DVD만 사주고 아무것도 권하지 않으니 아이 스스로 대회를 나가겠다는 그런 일이 생기더라구요.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걸 새삼 또 경험했습니다. 시키는 건 주구장창 안하고, 하지말라는 것만 한다는 말이요.

 

저를 아는 분들은 이런 말씀하세요. 엄마표 영어 그정도 했으면 엄마도 영어 잘 하겠어요? 왠걸요. 저의 경우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아이 DVD볼때 옆에 있어주고 책도 목이 쉬도록 읽어줬는데, '나는 왜 영어가 늘지 않았을까?' 저도 의문이에요. 아이는 영어를 접하는 그 시간이 온통 즐겁고 신났었는데, 저는 즐기지를 못했던 것 같아요. 아님 제 귀가 꽉 막혔든지요.^^ 지금도 아이의 영어는 계속 성장중이고 더불어 일어와 중국어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일본 애니들 보고, 중국어도 유튜브에서 영상을 알아서 찾아보구요. 9년정도 영어를 하다보니 아이도 대충 어떻게 언어를 익히는지 감이 오나봅니다.

 

책보고, 영화 보고서 듣기와 읽기는 되는데, 그럼 말하기와 쓰기는 어떻게 해요?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학원을 다니지 않기에 외국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아이가 선택한 말하기 연습은 영화나 미드 보면서 등장인물과 대사 같이 하기입니다. 보스베이비 보면서 보스의 빠른 말을 따라할때는 입에 버터바른 모터가 달렸나 할 정도로 아주 신기하기만 합니다.

한때는 쓰기가 하고 싶다고 학교 가서 아이들 영어 학습지 다 대신해주고, 집에 있는 영어책 따라쓸테니 잘했어요 표시를 해달라고 하기도 하구요. 전 손가락 아프다고 쓰지 말랬어요. 체크하기 귀찮기도 하고. . . 매번 감탄사도 다르게 적어줘야 하구요. ㅎㅎ 귀찮은 엄마는 애가 하겠다고 해도 말리는 용감함(?)을 발휘합니다. -.-

 

제가 아이 영어 교육 이렇게 했어요 하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가 토익이 만점이라든지, 이름난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했다든지 하는 전력은 없거든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의 딸이 영어를 공부로 생각지 않게 해줬다는 거에요. 물론 학문적으로 깊이있게 연구하고 싶으면 영문법도 공부하고 영미 문학을 공부하는 게 맞죠. 하지만 실용 영어를 생각하신다면 영어는 즐겁게, 한국말처럼 그냥 언어로 생각하고 접하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아이도 엄마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속도의 차이가 개인별로 다 있어요.

 

해리포터 원서로 초등 1학년때 읽는 걸 목표로 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었는데, 아이의 관심분야와 속도에 철저히 맞춰서 영어책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의 아이는 아직 해리포터 원서로 읽지 않았어요. 재미없대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여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영원히 안읽어도 괜찮고, 혹은 더 커서 읽어도 좋구요. 어쨌든 엄마는 너른 마음으로 기다려주면 됩니다. 그러면 스스로 말하고 읽고 쓰는 것을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할 날이 올거에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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