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파브르 식물 이야기 1

꿈트리숲 2020. 10. 19. 06:00

 

 

우리에게 곤충학자로 유명한 파브르, 그가 남긴 식물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저는 자연관찰 책쯤으로 생각해서 아이에게 사 주고 읽어보지 않았는데요. 초등 고전 읽기를 하면서 파브르의 식물 이야기 참맛을 알게 됐어요.

 

식물 관찰 이야기지만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고요. 나무의 생태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삶의 지혜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를 것 같은 식물이 어떻게 동물과 형제가 되는지, 어떤 면에서 사람과 비슷한 삶을 사는지 파브르의 통찰을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파브르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지나온 아흔 즈음에 이 책을 써서 더 그런 느낌이 드네요.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파브르 식물 이야기>는 추둘란 선생님께서 풀어쓰셨는데요. 파브르의 통찰과 추둘란 선생님의 따스한 시선이 만나 책은 한층 더 세련되고 부드러운 재미를 줍니다.

 

우리가 자주 보고 늘 먹던 식물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 그중에서 감자 고구마 얘기 잠깐 들려드릴게요. 감자와 고구마 뿌리 식물일까요? 줄기 식물일까요? 저는 둘 다 뿌리 식물로 알고 있었는데요. 둘은 엄연히 다른 집안이었더라고요.

 

감자는 덩이줄기요, 고구마는 덩이뿌리라고 합니다. 둘 다 땅속에서 나와서 뿌리인가 했더니만 저의 오해였어요. 감자와 고구마도 그렇지만 식물은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눈을 키우고 싹을 틔워 2세를 키우는데요. 한 기관을 희생하거나 혹은 모양을 바꿔서라도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식물이 저마다의 슬기로 영양분을 마련해 어린눈에게 주는 것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나요? 사람도 식물처럼, 언젠가는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신도 부모가 되어 아들딸을 키울 것입니다. 우리도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았으니, 받은 그 내리사랑을 언젠가는 베풀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를 위하여 좋은 습관, 바른 마음으로 자신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54쪽

 

식물이 말 못 하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이 있을까 싶었는데, 식물은 인간 못지않은 사랑을 자손에게 주고 있었더라고요. 식물의 슬기를 보면서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나의 일부를 희생하거나 혹은 변형을 해가면서까지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자신 있게 답을 못하겠어요.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언어를 갖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유전자에는 분명 언어가 새겨져 있다 생각이 듭니다. 그 유전자 속 언어를 통해 내리사랑이 대를 이어 전해지니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새로운 싹을 또 틔울 것 같아요.

 

나무의 나이를 셀 때 나이테를 본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나이테는 나무의 나이뿐만 아니라 나무의 모든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파브르가 쓰러진 밤나무를 통해 나무의 모든 역사를 꿰뚫어 본 일, 어쩌면 우리도 가능할 것 같아요.

 

나이테로 나무의 역사를 알아보는 팁, 몇 가지 공유합니다.

나이테 가장 안쪽의 결을 가지고 자라날 때의 환경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나이테의 결이 고른 모양이라면 꼿꼿하게 반듯하게 자랐고요.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면 나이테의 한쪽 폭이 좁고 다른 쪽 폭이 넓다고 하네요.

또 열매를 만들기 시작하면 나이테의 두께가 한결같을 수가 없대요. 나이테의 간격이 좁은 해는 열매를 많이 만든 해이고, 간격이 넓은 해는 열매를 적게 만들거나 아예 만들지 않은 해입니다. 왜냐하면, 열매를 많이 맺으면 그 해 줄기는 자라지 못하므로 나이테 간격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가뭄이 들 때도 나이테 두께는 좁아지고요. 겨울에 동상으로 세포가 죽으면 나이테 사이사이에 갈색을 띤 부분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67~68쪽 정리

 

사람은 주름이나 흰 머리카락으로 세월의 흔적을 알 수 있지요. 나무는 나이테에 그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네요. 몇백 년을 산 나무는 자신의 역사뿐만 아니라 지구와 인류의 역사까지 다 담고 있어서 마치 살아있는 화석 같아요. 우리는 주름과 흰머리를 보고서 어느 해에 자식을 낳았는지, 어느 해에 매우 아팠는지 유추할 수 없으니 나무가 한 수 위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나이테와 주름, 그 사이사이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다는 겁니다.

 

사람이건 나무건 강하게 살아남으려면 남모르게 어려움을 이겨 내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37쪽

 

사람이건 나무건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건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왔다는 뜻이겠지요. 잘 살건 못 살건 한 사람으로 몇십 년을 꿋꿋이 살아온 세월은 남모르게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입니다. 어려운 시기 다들 잘 극복하고 계시죠? 나이테처럼 폭이 좁고 결이 곱지 않은 주름이라도 저는 제 주름을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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