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톰 소여의 모험

꿈트리숲 2020. 11. 2. 06:00

 

 

일전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헤밍웨이가 극찬한 마크 트웨인을 만났었습니다. 그의 소설 한 권으로 마크 트웨인을 아는 건 충분하다 여겼는데 인연은 그리 짧은 게 아니었나봐요. 인문 고전 지도사 과정에서 함께 읽는 책으로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마크 트웨인을 또 만났지요. 먼저 읽었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인데요. 그래서인지 <톰 소여의 모험>을 읽고 나니 허클베리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왜 양자로 들어갔는지가 다 설명이 되어서 허클베리가 더 풍부하게 이해됐습니다. 마치 어벤져스 앤드게임을 보고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부터 거꾸로 보며 '아~~' 하는 거와 같다고 할까요?

 

톰 소여는 엄마가 죽고 이모의 손에서 자라는 개구쟁이 소년입니다. 성경 외우는 걸 싫어하고 학교 다니는 건 더 싫어하죠. 늘 어딘가로 모험을 떠나기를 좋아합니다. 수업을 빼먹고 놀러다녀 이모의 속을 태우기도 하는데요. 톰이 꼭 나쁜 아이여서가 아니라 호기심 많고 동적인 성격이어서 그런 것인데, 어른의 눈에 비친 톰은 예의도 없고, 거짓말투성이인거죠.

 

마트 트웨인도 톰 소여처럼 어린 시절 공부하기 싫어하고 노는 데는 지칠 줄 모르던, 장난기 많은 소년이었다고 해요. 그러니 톰 소여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고도 할 수 있겠어요. 에너지가 넘치는 톰에게 얌전히 앉아 성경을 외운다는 건 너무 따분하고 지루한 일입니다. 작가의 현실 비판 장치가 여기서 작동하는데요.

 

작가는 자기중심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상과 고루하고 허례허식에 가득한 교회, 겉치레뿐인 학교 교육 등을 비판하고 풍자했다고 합니다. 풍자와 비판은 대놓고 이러이러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재미가 없죠. 그래서 현실을 비꼴 수 있는 멋진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작가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캐릭터 톰이 그 역할을 하기에 적임자입니다.

 

톰은 결코 마을의 모범 소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어떻게 행동해야 모범 소년이 되는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톰은 모범 소년들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18쪽

 

톰은 사는 게 그렇게 허무한 것만은 아니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행동의 중요한 법칙을 하나 발견해 낸 셈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면 다들 탐내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34쪽

 

위 두 문구에서 보면 톰의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집니다. 어떻게 행동하면 모범 소년이 되는지 어른에게 칭찬을 받는지 잘 알아요. 하지만 자신은 고루하고 겉치레가 싫은 거죠. 그래서 격식 없는 자유를 원하는데 규칙을 강조하는 이모 밑에서 그 자유를 손에 쉽게 넣을 수가 없으니 더 모험을 갈망하는 건가 싶습니다.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톰은 허클베리와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갔다가 살인 사건을 목격합니다. 너무 무서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동안 엉뚱한 사람이 살인범으로 사형당하게 생겼어요. 사실을 발설하면 진범에게 쫓길 것이 두렵고 진실을 숨기자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괴로워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도 진실을 당당히 밝히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언제나 사고만 치고 이모의 눈을 속이며 요리조리 피해다니기만 할 줄 알았던 톰이 이 사건을 통해 한 뼘 성장하는 면모를 갖춰갑니다.

 

톰과 허클베리는 해적 놀이를 하다가 살인 사건의 진범이 숨겨놓은 막대한 돈을 발견합니다. 두 아이는 이제 부자가 되었어요. 하지만 허클베리는 부자로 살기를 거부하죠. 더글러스 부인을 위기로부터 구해주고 부인의 양자도 되었는데, 창살과 족쇄가 손과 발을 꼼짝 못 하게 붙들고 있다며 옛날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런 허클베리에게 톰은 다들 그렇게 산다고 얘기를 해요.

 

톰이라면 네 말이 맞다며 허클베리 의견에 동조했을 것 같은데, 톰의 생각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명을 따르는 건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했던 톰이 이제는 친구에게 같이 문명의 혜택을 누려보자고 설득합니다. 비록 모순 가득한 문명일지라도 말이죠.

 

네가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하면 우리 패에 끼워 줄 수 없어. 369쪽

 

톰은 자신의 절친에게 문명사회로 들어올 것을 주문합니다. 학교 다니고 성경을 외우고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같이 놀 수 없다는 말은 어떤 명령보다도 더 강한 설득이죠. 철딱서니 없던 개구쟁이가 친구에게 문명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건 이제 자신도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는 뜻인 거죠. 나 역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선언 같아요. 자유를 억압하는 문명이지만 문명 안에서 더 크고 흥미진진한 세상을 만나겠지요. 어른의 세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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