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내 마음에 시선을 고정하고... 컨투어 드로잉

꿈트리숲 2020. 11. 3. 06:00

제가 올해 1월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첫 한 달은 수채화 일러스트를 했고요. 둘째 달은 선생님을 바꿔서 수업했는데, 처음 접하는 수업내용에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이름하여 ‘컨투어 드로잉’인데요.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은 아~ 하실 용어인데, 그림 문외한인 저는 네? 뭐라고요? 하며 두 번 세 번 다시 물었던 용어입니다.

 

컨투어 드로잉 교안

난 수채화 하러 왔는데, 선생님은 왜 이상한 걸 시키시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렸어요. 관찰력과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서 그림 입문자인 저에겐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습니다. 그림 배운지 11개월 차 되면서 ‘그림은 역시 관찰력이 뛰어나야 하는구나’를 수십 번 느끼고 있는데요. 사람 얼굴 하나 그리는데도 눈의 위치, 코의 높낮이, 머리카락 방향 등 관찰력을 많이 필요로 하더라고요. 잘 아는 것 같아도 막상 그리려고 펜을 잡으면 손은 일시 정지하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아는 것 같아도 손으로 재현해낼 수 없게 그저 흘려보았기 때문입니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 -대학-

 

꿈트리네 가족 -10개월차에 겨우 얼굴을 그렸습니다

살면서 제 얼굴은 얼마나 많이 봤으며, 가족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많이 봤겠어요. 그러나 저는 자신도 그렇고 가족의 얼굴을 제대로 본 게 아니었더라고요. 보아도 제대로 본 게 아니고 들어도 마음이 없었기에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컨투어 드로잉에 대한 내용을 만났는데요. 컨투어 드로잉으로 사람의 성격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blind contour drawing) 수업은 스케치북을 보지 않고 오로지 그릴 대상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연필을 떼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인데, 시각과 촉각을 발달시키고 집중력과 관찰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완성된 그림을 보면 그린 사람의 성향이 한눈에 보인다.

일필휘지로 쓱쓱 그린 사람은 성격도 과감하고, 머뭇머뭇 망설인 흔적이 있는 사람은 성격도 조심스럽고 예민하다. 부드러운 선을 그린 사람은 원만하고 온화한 성격, 날카롭고 뾰족뾰족한 선을 그린 사람은 예민한 성격으로 봐도 무방하다. 종이를 꽉 채워 풍성하게 그림을 그렸다면 대담하고 활기찬 성격일 가능성이 크고, 귀퉁이에 조그맣게 그렸다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일 수 있다.

완성된 그림을 통해 그린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믿는지도 알 수 있다. 스케치북을 보지 않고 오로지 대상에만 시선을 고정하기 때문에 자신을 믿지 못하면 그림에도 망설임과 주저함, 두려움이 담길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 수업은 그릴 대상을 관찰하는 동시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나는 오늘도 나를 믿는다. 62~63쪽-

 

첫 컨투어 드로잉

컨투어 드로잉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는 말에 이전에 그렸던 그림들을 살펴봤습니다. 선이 지저분하고 비율도 엉망이지만 전 저를 믿었는지 망설임 없이 쓱 그려나갔네요. 하지만 종이를 가득 채우는 대담함은 아직 없는 듯 보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저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림 실력이 늘지 않아 짜증이 나는 저를 볼 때도 있고요. 어떤 날은 ‘오~ 제법 잘 그리는데’ 하면서 우쭐하는 자신이 보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나는 이럴 때 속상하구나, 이럴 때 기분이 좋구나, 이럴 때 눈물이 나는 구나를 알게 됩니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가까운 가족도 알 수가 있고 밖에서 만나는 타인들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나의 감정을 이해하면 타인의 감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죠. 나를 알지 못한다는 건 나를 제대로 볼 마음이 아직 없는 것이고, 타인을 보듬을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혹시 방황하고 계시는가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은 느낌인가요?

 

우리가 길을 잃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목적지가 없어서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지도가 없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길을 잃는 진짜 이유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믿는다. 65쪽-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신다면 내 마음부터 들여다보시면 어떨까요? ‘난 뭘 잘하는 걸까? 난 뭘 하고 싶은 걸까?’를 고민하느라 인생 절반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가 요즘은 하고 싶은 걸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좋아하는 게 되고 그다음엔 잘하게 되는 경지까지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나의 현재 위치 찾기, 하루 이틀 해서 답을 못 찾을 수도 있어요. 컨투어 드로잉 하듯 나를 믿고 과감하게 내 마음만 보고 쭉 나가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내 마음을 알아채면 보이고 들리고 맛이 느껴지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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