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지킬 박사와 하이드

꿈트리숲 2020. 11. 30. 06:00

어릴 때 만화로 봤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커서는 뮤지컬로 봤던 지킬 앤 하이드. 책으로 읽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책으로 읽으면서 처음 알았어요. 지킬 박사가 유능한 과학자여서 실험하다 우연히 하이드가 된 게 아니라는 것을요. 그는 스스로 하이드가 되기를 선택했더라고요. 원작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이야기가 더욱더 흥미로웠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에 발표한 소설인데요. 한 인간의 본성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데 악이 선을 삼키도록 내버려 두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어요.

 

19세기 영국, 의사 지킬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이자 자선 활동가입니다. 부와 명예를 갖췄고 외모 또한 흠잡을 데가 없는 멋진 신사에요. 지킬은 사람들이 아는 자신의 겉모습과 달리 부도덕한 일을 벌이고 싶은 본성이 있어요. 젊은 시절 지킬은 방탕한 생활에 빠져 살았습니다. 술집을 드나들고 술 취한 여자들과 밤을 즐기던 지킬이었죠. 모순 같지만 존경받는 의사 지킬의 마음속엔 다시금 그 생활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자신의 안에서 도덕적인 자아와 악랄한 사고뭉치가 다투고 있어 고통을 느끼는데요. 지킬은 성실한 지킬과 방종한 지킬을 분리하고자 합니다.

 

성실한 지킬 안에는 악보다는 선이 더 많았고, 방종한 지킬 안에는 분명히 선보다는 악이 더 많았어. 그들은 서로 혼합되어 있었네. 사람들은 나를 한 사람으로 보았지만, 사실 나는 두 명이었어. 조금씩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섞여 있긴 했지만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동시에 들어 있는 것이었지. 만일 내가 어떤 식으로든, 악한 사람을 선한 사람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면 내 안에서 악한 사람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네. 154쪽

 

지킬은 실험을 통해 자신 안에서 악을 분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래서 평소 지킬 박사로 있을 때 해보지 못했던 혹은 자신 안에서 꿈틀거리던 악의 본능을 소환하게 됐어요. 하이드가 등장하게 됐네요. 지킬은 자신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해서 괴로워서 그 둘을 분리하고자 했다지만 어쩌면 악의 본능대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고 싶어서 실험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하이드는 처음엔 떳떳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킬 안에서 숨어지냈습니다. 그런데 악행이 한 번 두 번 거듭되면서 더는 숨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악에 중독된 하이드, 아니 지킬이 자처해서 하이드로 변신하는 약을 계속 삼키기 때문입니다. 선과 악 사이에 고민하다가 양심을 벗어난 해방감은 악을 더욱 부채질하고 그 몸집을 키웁니다. 급기야 지킬이 약을 먹지 않아도 하이드가 불쑥 튀어나오게 되었어요.

 

악이 양심을 삼키고 하이드가 지킬을 삼키자 지킬은 설 자리가 없게 됩니다. 지킬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데요. 내 안에서 악을 분리해 내면 악은 마음대로 행동해도 될 거라는 생각은 지킬의 오만과 교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지킬은 중독된 것이었다. 그것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가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나 양심의 족쇄를 던져 버린 채 본능이 원하는 것만을 하도록 자기 자신을 내버려 두었을 때 얻는 그 자유로움에 중독된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 것을 시도하는 일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들은 서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187쪽

 

지킬의 생각으로는 자신에게서 악을 분리해 내면 도덕적으로 괴로워할 필요 없이 지킬은 선을 행하고 하이드는 평소 지킬의 마음속에서 꿈틀대던 욕망을 실행할 수 있으니 완벽하다고 생각했겠지요.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을 함께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는 이성과 교육으로 악이 선을 삼키지 않게 노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또한, 완벽하게 될 수도 없다는 것도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니 악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알게 되더라고요.

 

악은 결코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없애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188쪽

 

728x90

'배움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멋진 신세계  (12) 2020.12.14
쉽게 읽는 백범일지  (14) 2020.12.07
한국명작단편  (12) 2020.11.23
탈무드  (15) 2020.11.16
호질 - 범의 호통  (14) 202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