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엄마와 딸

고등학교 원서를 쓰니 학부모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꿈트리숲 2020. 12. 10. 06:00

 

 

요즘 저는 유튜브로 대학 입시에 대한 영상들을 보며 열공 중입니다. 대학을 다시 가려는 건 아니고요. 예비고 학부모로서 대학 가는 방법을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제가 몰라도 너무 모르거든요.

 

전 사실 제 딸이 대학교는 고사하고 중학교도 갈까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애가 고등학교 더 나아가 대학교에 간다고 하니 부모 된 도리에서 뭐라도 좀 알아야 대화도 도움도 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중이지요.

 

아이가 초등학생 때 학교에 무척이나 가기 싫어했었어요. 학교 가면 정면 응시하고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게 아이에게는 고역이었나 봐요. 딸이 유달리 돌아다니거나 장난꾸러기가 아니었음에도 아이는 멍하니 앉아 있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제가 ‘초등 6년만 참자, 그 이후엔 학교 안 가도 돼. 초등학교 안 가면 경찰이 엄마 찾아오거든. 아이를 왜 학교 안 보내냐고.’ 그러니까 초등학교만 졸업하자고 설득했죠.

 

그러던 애가 6학년이 되더니 교복이 입고 싶다고 중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때만 해도 전 공교육에 불신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 좋은 담임 선생님을 못 만나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학교를 안 보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머리가 마구 복잡해졌어요. 일반 중학교 말고 국제 학교로 눈을 돌렸습니다. 국제 학교는 아무런 준비 없이도 갈 수 있나? 한해 2천만 원은 족히 넘는 학비를 내면서까지 다닐 만한 가치가 있을까 등등.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면서 시험을 봤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아이가 합격해서 전 더 깊은 고민에 빠졌죠.

 

차라리 불합격했으면 마음 편히 집 근처 중학교 가면 되는데, 합격하고 나니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더라고요. 십 여일 고민 끝에 일단은 일반 중학교 입학을 선택했습니다. 1년 다녀보고 정말 공교육이 실망스럽다고 생각되면 다시 시험 보기로 하고요. 아이는 국제 학교에 외국 학생이 엄청 많을 거로 생각했는데, 한국 학생들이 많아서 국제 학교에 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일반 중학교 3년을 보내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저는 가보지 않은 길에 미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일반 중학교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3년 내내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났고,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서 아이가 여러 방면으로 자신의 꿈과 끼를 펼쳐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많이 선명해진 것 같아요.

 

공부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 대학은 필요하다 느껴서인지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모두가 대학 입시만을 향해 달리는 시스템이 참 못마땅했는데, 막상 우리 애가 그럴 시기가 되니까 그 시스템이 수긍이 되고 이해가 되더라고요. 지금의 환경으로서는 이 제도가 최선이겠구나 싶어요.

 

유튜브로 공부하면서 얼마 전에 정시와 수시의 개념을 알았습니다. 이제 학생부 교과와 학생부 종합을 이해했고요. 세특, 행특, 지균, 자동봉진 등의 용어는 아직 외계어 같아요. 그런데 아이와 소통하려면 이런 용어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공부는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혼자 하는 거로 생각해서 아이 공부에 관심 끄고 있었어요. 그제 고등학교 원서를 썼습니다. 원서 쓰는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날이 도적처럼 소리도 없이 와버렸네요.

 

앞으로 다가올 3년, 딸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또래의 언어로 편하게 소통하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경쟁이 싫다고 내 아이만 빼서 무인도에서 키울 수 없으니 올바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조언도 적절히 하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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