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멋진 신세계

꿈트리숲 2020. 12. 14. 06:00

멋진 신세계가 있다면 거기서 살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질병도 없고 노화도 없고, 가난도 불만도 없고 전쟁이나 폭력도 없는 세상이 있습니다. 외로움, 고독, 우울도 없고 힘들게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있다면 그 세상은 유토피아일까요?

 

1932년에 올더스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는 그런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포드 자동차가 만들어진 해(1908)를 기점으로 포드 기원 600여 년이 흐른 영국이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데요.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을 내건 유토피아 세상입니다. 신세계에는 다섯 개의 계급이 존재해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엡실론까지. 계급 사회라면 중세나 근대 사회처럼 계급간 불평등 때문에 폭동이나 반란은 없을까요?

 

멋진 신세계에서는 인간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기 공장에서 태어나는데요. 알파는 최상위 계급으로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가 태어나도록 하지만 최하위층 엡실론의 경우엔 난자 하나에 태아가 96명까지 쌍둥이로 태어나도록 기술적 조작을 합니다.

 

계급이 낮으면 낮을수록 그에 따라서 산소를 더 적게 공급합니다. 포스터가 말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기관은 두뇌였다. 다음으로는 뼈대, 정상적인 수준의 산소 가운데 75펴센트만 공급을 받으면 난쟁이들이 태어난다. 70펴센트 이하로 내려가면 눈이 없는 괴물들이 태어나고. 46쪽

 

표준형 감마들, 다양성이 없는 델타들, 획일화한 엡실론들.

엡실론은 사회 최하층으로서 제일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반면 최상위 알파는 보통 인간들이 하는 지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엡실론은 알파와 비교해서 불만을 갖거나 하지 않습니다. 엡실론은 반백치 상태로 설계되어 세상에 나오기 때문이죠. 계급별로 외모차와 키차이, 능력 차이가 확연하고 어릴 때부터 최면 학습과 습성 훈련을 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다들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오히려 다른 계급으로 태어나지 않은 걸 아주 다행으로 여기며 살죠.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면 이런 세상이 올까요?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금도 생명 공학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있으니까요. 과학은 인간을 배제하고 발전해간다는 얘기를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과학이 인간을 배제하고 인간성을 무시한다면 헉슬리가 말한 멋진 신세계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상일 것 같아요.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333쪽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야만인이에요.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는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사람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때문이죠. 부모가 없고 가정이 없는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하기는 불가능해 보였어요. 그들에게 사랑은 1회성 욕구 충족으로 미련도 없이 끝나더라고요. 그런 그들에게 책임과 의무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의미에 의무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믿는 저는 비록 노화나 질병이 없다고 하더라도 멋진 신세계가 오히려 재앙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362~363쪽

 

불행해질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세상, 글을 읽고,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세상, 생로병사가 있는 세상,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내 품에서 키우는 세상이 유토피아라고 믿고 싶습니다. 부디 과학이 인간과 더불어 발달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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