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논어

논어 전 구절 생각필사#88(제 8편 태백)

꿈트리숲 2020. 12. 20. 06:00

제8편 태 백 (泰 伯)

 

8-1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태백은 지극한 덕을 지닌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끝내 천하를 양보하였지만 백성들은 그를 칭송할 길이 없었다."

 

태백은 주나라 선조인 태왕의 맏아들. 태왕이 세 아들 중 막내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어 하자 둘째 동생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막내아들에게서 문왕이 태어나고 문왕의 아들 무왕이 은나라 물리치고 천하통일.

권력을 서로 차지하려고 형제의 난을 일으키는 경우도 흔하건만 태백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 뿐만아니라 소리 소문 없이 왕위를 포기하였다. 백성들은 그런 내용을 알 길이 없으니 그의 덕을 칭송할 수 없었다. 선행을 하려면 태백처럼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맞는가?

요즘은 선행을 널리 알리는 분위기다. 더이상 부끄럽게 숨어서 선행하지 말고 떳떳하게 하고 많은 사람이 알게 해서 더 많이 선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공자가 말하는 지극한 덕은 아무도 몰라서 박수 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노자가 말하는 최고 경지의 지도자처럼.

 

8-2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공손하면서도 예(禮)가 없으면 수고롭기만 하고, 신중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두려움을 갖게 되며, 용감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질서를 어지럽히게 되고, 정직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박절하게 된다. 군자가 친족들을 잘 돌봐주면 백성들 사이에서는 인(仁)한 기풍이 일어나며, 옛 친구를 버리지 않으면 백성들이 각박해지지 않는다."

 

공손, 신중, 용맹, 곧음 모두 좋은 덕목이다. 이 좋은 덕목들이 제대로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예"가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 예는 공손과 신중, 용맹과 곧음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것을 막아준다. 예의 절제가 각 덕목들이 지나침 없이 그대로 빛나게 해 준다. 예로써 절제하지 못하면 고생만 하는 공손, 두렵기만 한 신중, 혼란만 일으키는 용맹, 그리고 서두르기만 하는 곧음이 된다.

군자는 예의 절제를 발휘하여 공손, 신중, 용맹, 곧음을 실천. 백성들은 인을 실천하고 옛 친구를 버리지 않으면 세상이 각박해지지 않는다. 곧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얘기

 

8-3 증자가 병이 들자 문하의 제자들을 불러 놓고 말하였다. "(부모님께서 주신 몸에 손상된 데가 없는지) 내 발을 펴 보아라! 내 손을 펴 보아라! 「시경」에 '두려워하고 삼가기를, 못 가에 서 있듯, 얇은 얼음을 밟고 가듯 하노라'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내가 그런 걱정을 벗어나게 되었음을 알겠구나, 얘들아!"

 

전전긍긍. 부모님이 물려주신 내 신체를 조금이라도 손상시킬까 증자는 전전긍긍해왔다.

연못가에 있어 빠지지 않을까 조심하듯, 살얼음을 밟듯 조심하는 마음으로. 이제 죽음을 앞에 두고 있으니 그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효도는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내 몸을 아끼고 잘 보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인가 싶다.

 

8-4 증자가 병이 들어 맹경자가 문병을 가니, 증자가 말을 하였다.

"새가 죽으려 할 때면 그 울음소리가 슬퍼지고 사람이 죽으려 할 때면 그 말이 선해집니다. 군자가 귀하게 여기는 도(道)가 셋 있으니, 몸을 움직일 때는 사나움과 거만함을 멀리하고, 안색을 바로잡아 신의에 가까워지도록 하며, 말을 할 때는 천박하고 도리에 어긋남을 멀리해야 합니다. 제기를 다루는 일과 같이 소소한 예에 관한 일들은 담당자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맡겨 두면 됩니다."

 

맹경자는 노나라의 대부. 사람은 죽음이 가까이 오면 말이 착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마지막이 눈에 보이니까 더 이상 꾸미고 과장하고 속일 필요를 못 느껴서 그런 것 같다.

증자가 맹경자에게 알려주는 세 가지 도

행동할 때 사납거나 거만하지 않게 하기

믿음을 줄 수 있는 안색과 표정

말은 예의 바르고 상식적이게 하기.

제기를 다루는 것과 같은 사소한 예에 관한 일은 담당자에게 맡기고 군자는 세 가지 도에 힘쓰면서 살아라고 한다. 군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세 가지 도에 힘쓰면 싸움이 생길 일이 없겠다.

 

8-5 증자가 말하였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 없는 사람에게 묻고, 많이 알면서도 적게 아는 사람에게 물었으며, 있으면서도 없는 듯하고, 꽉 차 있으면서도 텅 빈 듯하고, 남이 자기에게 잘못을 범해도 잘잘못을 따지며 다투지 않았다. 예전에 나의 친구가 이를 실천하며 살았다."

 

증자가 친구이자 공자의 제자였던 안회를 회상하는 중. 안회는 능력도 뛰어나고 많이 알지만 잘난 척하지 않고 오히려 남에게 묻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있어도 텅 빈 듯, 잘잘못을 굳이 따지지 않는 스타일. 공자는 그런 안회를 호학한다며 가장 총애했었다. 죽음을 앞둔 증자가 공자에게서 같이 가르침을 받던 안회가 그리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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