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꿈트리숲 2020. 12. 28. 06:00

 

니체 - 네이버 이미지

 

신은 죽었다.

 

이 말을 이해해보려고 올 한해 문·사·철 50권을 달려왔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싶어서 인문학책 50권 읽기를 시작했는데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만나는 것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어려워서, 중학생이 보는 차라투스트라로 옮겨 탔습니다. 무늬만 ‘중학생이 보는'이었지 여전히 저에겐 난공불락이었어요. <니체, 버스킹을 하다>를 읽고, 다른 책들에서 니체 부분을 찾아 읽으며 차라투스트라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원전 번역본을 완독하진 못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니체의 말을 이해할 것 같고 간신히 차라투스트라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로 문·사·철 50, 문을 닫으려고 합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을 했어요. 신은 원래부터 죽은 존재 혹은 영원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신은 도덕 혹은 선을 말합니다. 도덕이 무너진 세상에 인간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디이며 믿을 사람은 누구일까요?

 

 

 

차라투스트라는 내가 기댈 곳, 내가 믿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이란, 동물과 초인 사이에 놓인 하나의 밧줄 같은 존재이다. 심연 위에 놓인 하나의 밧줄과 같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 위를 뛰어넘는 것도 그 위를 지나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한 일이며, 공포에 질린 채 떨고 있는 것도, 머물러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중학생이 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쪽-

 

한 사람이 고층 건물 사이에 놓인 외줄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것이 거의 공포에 가깝습니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가기도 두렵습니다. 아득한 과거와 막막한 미래가 만나는 그 순간에 인간은 한 발을 뗍니다. 미래로 한 발을 떼는 것이죠. 공포 극복의 순간, 즉 나를 극복하는 순간입니다.

 

 

 인간이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를 극복해야만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극복해야만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이 아니라 내가 오직 스스로 내린 결정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서지. (중략) 네가 스스로 너를 극복하도록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네가 너 자신의 주인이 되지 않는다면, 네가 행복감을 느끼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어. 니체, 버스킹을 하다 16쪽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심연에 놓인 외줄에서 한 발짝을 내디딜 때는 한 발짝 앞에 행복이 있기 때문이 아니죠. 앞으로 나아가는 건 행복도 불행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현재를 극복하고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으므로 어렵더라도 힘들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니체는 초인이 되는 방법을 얘기하면서 인간 정신의 발전 단계를 얘기했습니다. 낙타, 사자, 어린이 단계인데요. 낙타는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주인이 이끄는 대로 인내하며 삽니다. 고통을 참으면 천국에 이른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자의 단계는 자신의 자유를 침해하면 사납게 달려듭니다. 사막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죠. 그러나 불안하고 고독합니다. 어린이의 단계는 망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을 놀이처럼 즐기지요. 어제의 아픔도 잘 잊고 현 순간에 몰입하며 즐기는 어린아이 같은 정신을 가지는 것이 초인이 되는 길입니다.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라틴어죠. 이 말은 니체의 세계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전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를 만나고 나니 다르게 해석됐어요. 네 운명은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네가 선택한 운명, 그러니까 네가 선택한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었더라고요.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의 과정에서 얻는 부산물입니다. 내가 선택하는 삶이 행불행이 다 들어있다고 해도 나는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삶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 선택이 힘들고 어렵더라도요. 마치 고층 빌딩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것 같은 느낌일지라도요. 그래야 진정 내 삶의 주인이 되니까요.

 

영원히 반복되는 과거 현재 미래는 매 순간 나에게 현재를 던져줍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순간을 ‘이게 삶이라면? 다시 한번’이라는 마음으로 내가 선택한 내 운명 전체를 사랑해보고 싶습니다.

 

차라투스트라를 0.1%나 이해했을지 모르겠지만, 이 한 편의 글로 저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원전 번역본에 다시 도전하고픈 의지가 생깁니다. 어떤 두려움이 있더라도 저의 선택을 사랑할 준비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 이해되는 문장을 하나만 만나더라도 큰 행복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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