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뭐니?/영어

홈메이드 영어로 입시영어도 준비합니다

꿈트리숲 2020. 12. 29. 06:00

지난 두 편의 글에 이은 사교육 없이 배우는 영어 마지막 글입니다.

앞선 두 글은 아래 링크 참조해주세요.

 

2020/12/22 - [공부가 뭐니?/영어] - 사교육 없이 하는 영어 어디까지 가능할까?

2020/12/24 - [공부가 뭐니?/영어] - 홈메이드 영어 울돌목 통과하기

 

아무런 준비 없이 입학한 중학교. 1학년은 자유 학년제로 수행평가 정도만 있고 지필고사가 없었다. 입학 때 반 편성 고사와 학력평가를 본 게 다였는데, 그때 아이는 OMR 답지 작성법도 몰라서 마킹도 다 못하고 낼 정도였기에 영어 점수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문법을 배우는 수업에서 아이는 일부러 그런다고 선생님의 의심을 살만큼 깜깜이였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1년을 넘겼다. 아이가 뒤처지는 것 같아도 내가 나서서 문법책을 들이밀지는 않았다. 꾸준히 영어책 읽기를 해왔으니 생소한 문법 용어만 익히면 절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중학생이 되고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디비디로 보던 각종 영화나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보게 됐다는 것. 넷플릭스는 영어 공부의 천국이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미드의 보고였다. 아이는 보물창고에서 꼴찌 마녀 밀드레드(The Worst Witch)를 찾아냈고, 마르고 닳도록 봤다. 밀드레드 보면서 자연스레 영국 발음에 익숙해졌다.

 

영국 발음은 남편이 특히 좋아해서 틈만 나면 아이에게 영국 발음으로 책을 읽어달라고 하거나 영화 대사를 읊어달라고 졸랐다. 버터 얹고 모터 달고 솰라솰라 하지만 여전히 집안에서만 분출하는 아웃풋이었다.

 

나도 아이도 어디 대회 나갈 생각을 안 해봤고, 학원 가서 레벨 테스트해 볼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냥 영어를 싫어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마음과 테스트는 학교 시험으로 충분하다는 아이 마음이 만났기에 홈메이드 영어는 평화 그 자체였다.

 

그러다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 아이가 자진해서 참가하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변과도 같은 일이었다. 5분 이내의 대본을 직접 작성하는 것은 물론 PPT도 만들어야 하는 대회를 스스로 나간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아이는 즐겁게 준비했다.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는 온몸으로 보여줬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등 떠밀려서 하는 게 아닌 온전히 자신의 내적 동기로 하는 것. 그것은 힘들든 어렵든 신나는 일임을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서 배웠다.

 

아이의 첫 영어 대회는 친구들은 물론이고 학교 선생님들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으레 미국식 영어를 하겠거니 하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영국 발음으로 속사포 랩 하듯 좔좔 말했기 때문이다. 영국 살다 왔냐, 영어는 어디서 배웠느냐, 언제부터 했느냐 등 딸은 영어로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영어 말하기 대회는 2학년에도 이어졌고,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다. 3학년 때도 꼭 참가할거라 했건만 코로나로 대회가 무산되어 아이보다 영어 선생님이 더 아쉬워하셨다. 영어 말하기 대회로 자신감을 얻은 아이는 쓰기 대회도 자진해서 출전하고 2년 연속 수상을 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 본격적으로 지필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아이는 시험공부라고 따로 하는 것 없이 시험에 임했다. 별 얘기가 없어서 무난한 시험인가보다 했다. 나도 큰 관심을 두지 않다가 주위에서 영어 공부를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에게 물어봤다.

 

영어 시험공부는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시험 전날 선생님이 내주신 프린트물 한 번 읽고 시험 본다고 했다. 그래도 90점 넘게 나온다고. 답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궁금했다. 아이는 문장을 읽어보고 어색한 걸 고른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두어 문제 틀리긴 하지만 아이도 나도 그 정도면 괜찮다고 넘어갔다. 굳이 꼭 100점을 맞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영어 시험 준비를 할까? 아이 말로는 많은 친구들이 교과서의 시험 범위 지문 전체를 외운다고 했다. 그리고 프린트물도 다 외우고. 그러니 영어 시험공부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힘들 수밖에 없다. 범위가 넓기라도 하면 외우는 시간은 더 늘어날 테고 완벽하게 외우기도 불가능할 것이다. 파닉스와 문법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도 홈메이드 영어로 중학교 내신도 거뜬했다. 그렇다면 수능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딸. 주위에서 고등영어는 차원이 다르다고 너무도 많이 겁을 줘서 12월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문제집을 사봤다.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라 90점만 넘으면 A를 받는다고 한다. 기출문제 풀어보니 90점이 넘어서 수능 준비도 되는구나 싶다. 시디와 디비디로 듣기 능력이 길러지고, 원서 읽기로 길고 긴 수능지문 소화력도 길러진 것 같다. 고등학교 입학해서는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 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문법 용어도 정확하게 모르고 파닉스의 ‘파’조차 배운 적 없지만, 영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성인이 되어 배워도 충분히 소통 가능한 외국어다. 그런데도 부모들이 일찍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우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부모의 바람과 달리 교육은 특히 사교육은 불안을 부추긴다. 이 나이에는 이 정도 레벨은 해줘야 한다. 다른 아이들은 다 윗단계를 하고 있다. 중학교 가기 전에 문법은 마스터해야 한다 등 부모를 불안에 떨게 하는 말이 너무 많다.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져 아이와 부모가 함께 불안해지면 사교육의 유혹을 떨칠 수가 없다. 결국엔 아이도 힘들고 엄마도 힘든 시험 영어로 달리게 된다.

 

사교육에도 분명 좋은 커리큘럼과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그 좋은 커리큘럼이 내 아이에게도 효과가 있으려면 아이의 취향과 잘 맞아야 하고 내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설사 맞는 프로그램과 선생님을 만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든다. 아이의 취향과 속도를 귀신같이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아이를 지켜본 부모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학교도 학원도 못 가는 요즘엔 더더욱 홈메이드 영어가 중요해진다. 내 아이를 관찰할 시간이 많아지는 이때 아이의 속도와 취향을 잘 살펴서 아이표 영어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아이도 재밌어하고 엄마도 조급해지지 않는 영어,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영어, 입시도 준비할 수 있는 영어. 준비물은 아이가 좋아하는 책과 디비디 그리고 부모의 관심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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