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논어

논어 전 구절 생각필사#92(제 9편 자한)

꿈트리숲 2021. 1. 2. 06:00

제9편 자 한 (子 罕) 

 

9-1 공자께서는 이익과 같이 의리를 해치는 것이나, 천명(天命)과 인(仁)처럼 실현하기 어려운 도리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씀하지 않으셨다.

 

공자는 이익, 운명, 인(사랑)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왜?

이익은 의리를 해치고 운명은 뭐라고 정해졌다 말할 수 없고, 인은 알지만 평생 실천하며 살아도 인의 경지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그랬을까?

 

9-2 달항 고을의 사람이 말하였다. "위대하도다, 공자여! 그러나 폭넓게 공부는 했지만, 한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명성을 이루지는 못했구나."

공자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문하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무엇을 전문으로 할까? 수레몰이를 전문으로 할까, 활쏘기를 전문으로 할까? 그렇다면 나는 수레몰이를 전문으로 해야겠다."

 

달항(마을 이름) 사람이 말하기를 공자는 폭넓게 공부했다면서 뭐하나 특출 난 게 없다고 비꼰다.(나 역시 배우는 것은 많아도 잘하는 게 없어서 뜨끔)

공자는 이 얘기를 듣고 상심하지 않고 자신은 무엇에 더 전념할 것인지 얘기한다.

활쏘기 보다 수레 모는 마부 역할을 하겠다고. 남의 눈에 띄는 화려한 일보다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이름을 드날리지 않고 박수도 받지 못하는 도와주는 역할을 자처한 결과 공자의 명성은 2500년이 지나도 유효하다. 모순 같은 얘기다. 유명해지지 않으려 했더니 더 오래 유명해지는 신비한 도와 같다.

 

9-3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삼베로 만든 관을 쓰는 것이 예법에 맞지만, 지금은 명주로 만든 것을 쓴다. 이것이 검소하므로, 나는 여러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르겠다. 마루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예법에 맞지만, 지금은 마루 위에서 절을 한다. 이것은 교만한 것이므로, 비록 여러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나는 마루 아래서 절하겠다."

 

전통이라고 무조건 지키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합당하다면 지킬 건 지키고 바꿀 건 바꾸는 유연함을 가진 공자다.

삼베로 만드는 관이 만들기 복잡하고 비싸서 명주로 만든 것으로 바뀌는 건 간편하고 검소한 것을 따르는 시대 변화이다. 공자는 시대 변화를 받아들였다.

반면 손님을 맞을 때 마루 아래서 인사하는 예법을 별 다른 이유 없이 마루 위에서 절을 한다. 이는 교만한 것이기에 비록 여러 사람이 따른다 해도 전통을 고집한다. 공자의 학문은 실생활에 적용되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는 합리적인 생활 철학이다.

 

9-4 공자께서는 네 가지를 절대로 하지 않으셨다. 사사로운 뜻을 갖는 일이 없으셨고, 기필코 해야 한다는 일이 없으셨으며, 무리하게 고집부리는 일도 없으셨고, 자신만을 내세우려는 일도 없으셨다.

 

공자가 끊은 네 가지 - 의도, 기대, 고집, 이기심

사사로운 뜻을 가지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게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고집이 세면 사람이 사람들이 멀리한다. 이기심은 나만을 위해 살기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곁에 남지 않는다.

 

9-5 공자께서 광 땅에서 위태로운 일을 당하셨을 때 말씀하셨다. "문왕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니 이제 그 문화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하늘이 장차 이 문화를 없애려 하신다면, 나는 이 문화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이 문화를 없애려 하지 않으신다면 광 땅의 사람들이 나를 어찌하겠느냐?"

 

공자의 외모가 광 지역 사람들을 괴롭혔던 '양호'와 닮아서 공자가 광 지역에서 곤란을 겪을 때다. 이때 공자는 자신은 문왕의 계승자이고 문화를 잘 지켜 세상에 널리 알리는 임무를 하늘이 주었기에 쉽게 죽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협박과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당당함이 제자들에겐 큰 감동일 것이다.

죽음 앞에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외칠 수 있을 만큼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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