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카카오가 잘 되는 이유(지극히 개인적인 고찰)

꿈트리숲 2021. 1. 19. 06:00

 

카카오 홈페이지를 처음 방문해봤다

 

 

내가 20대 때 삼성, 현대, LG 등에 취직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들을 했었다. 공무원보다 훨씬 취직을 잘했다고 한턱내는 선배들도 많았다. 한편에는 떠들썩하게 취업 턱을 내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취직한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선택한 회사는 듣도 보도 못한 컴퓨터 프로그램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그 회사들이 오늘날 크게 관심받는 회사가 될 줄이야 20년 전에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언젠가부터 대기업의 정의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분위기이다. 자동차, 조선, 텔레비전, 냉장고 등 눈에 보이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수출 잘하면 대기업인 줄 알았는데, 요즘의 대기업은 그들의 정체성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

 

특히나 예전에 없었던 네이버나 카카오, 엔씨소프트는 물건을 만들지 않고도 시총 순위로 대기업 반열에 오르니 기업은 산업 변화에 따라 꾸준히 변해야만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을 하지 않아서 엔씨소프트를 접할 일은 거의 없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만나고 있다. 그들이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느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 그 기업들을 만나는 이가 어디 대한민국에 나뿐이겠는가. 그러니 그 기업들이 날로 성장하는 것이겠지. 밖에 나갈 수 없는 요즘 방구석에서 쇼핑하고 선물 보내고, 돈 들이지 않고 메시지도 주고받고 자주 만날 수 없는 부모님과는 화상 통화도 무료로 한다. 언택트라고 해도 고립과 단절 없이 지낼 수가 있다.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니 네이버와 카카오는 많은 젊은이들이 입사하고픈 회사가 되었을 것이다.

 

카카오가 잘 되는 이유 1. 뭘 좋아할지 몰라 일단 퍼준다.

 

 

작년 하반기 카카오 프로젝트 100일에 참여했었다. 100일 동안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보증금 만 원을 내고 시작해서 완주하면 만원을 돌려주는 시스템. 난 100일 완주하고 만원을 돌려받았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전 중간중간에 이벤트로 홈런볼을 준다든지, 다른 상품들을 주는 것이 아닌가? 아니 고작 만 원 받고 이런 것을 진행할 수 있나? 싶었다.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고 완주 후에 더 큰 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완주한 사람들에게만 주는 황금종료상. 황금종료상으로 제시되는 몇 가지 선물 중에 난 친환경 세제 세트를 신청했다. 나무 칫솔, 재활용 비누, 다용도 청소 솔까지. 어떻게 이런 걸 다 준비했지? 이렇게 다 퍼 줘도 되나 싶게 많이 준다. 환경을 중요시 하는 시대 변화까지 읽어내다니 칭찬해!

 

카카오가 잘 되는 이유 2.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적금의 시대는 한물갔다고 모두 예금을 깨서 주식으로 뛰어드는 요즘, 풍차돌리기 적금에 빠진 나는 카카오가 주는 당근에 아주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적금은 이자의 매력보다 씨앗자금을 만들기 위해 묶어두는 성격이 강해서 이자를 몇 프로 주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가입도 쉽고 조회도 이체도 쉬운 카카오뱅크의 적금을 주로 이용했는데, 연말쯤 카카오와 마켓컬리가 콜라보 한 풍자 적금에 가입했다. 미리 정해진 주차마다 적금 성공하면 총 7차례에 걸쳐 마켓컬리 할인 쿠폰을 준다. 벌써 쿠폰을 두 번이나 받았다. 소비자는 카카오의 독려와 컬리의 당근에 적금 완주할 수 있고, 카뱅 입장에서는 적금의 돈을 묶어둘 수 있으니 대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신박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구인지, 정말 칭찬해!! 풍차 적금 아니어도 소액으로 따박따박 모으긴 했지만 내 돈 내고 내가 적금하는데, 잘했다고 할인 쿠폰을 주다니 감동이다. 덤으로 카카오와 마켓컬리 콜라보 굿즈도 받을 수 있다는 것.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40대 아줌마도 선뜻 받을 만큼 라이언이 그려진 굿즈는 심쿵이다.

 

 

내가 아는 프렌즈 체크카드는 이게 다인데...

 

카카오가 잘 되는 이유 3. 미래의 충성 고객을 미리 확보한다.

 

카카오는 10대의 마음도 잘 사로잡는다. 몇 년 전 딸의 카뱅 계좌를 만들어주려고 했더니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미성년자는 카뱅 계좌가 개설 안 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내 계좌를 하나 더 개설해서 용돈계좌로 쓰게 하고 체크카드도 만들어주었다. 다른 은행과 다르게 카뱅의 체크카드는 구경하는 맛이 있다. 딸은 체크카드를 꺼내고 싶어서 일부러 나에게 과자도 사주고 분식도 쏘고 했었다. 아주 칭찬해!!!

 

 

 

어느 날 딸이 말하기를 다른 친구들은 체크카드 색깔이 파스텔 색깔이라고 했다. 어? 내가 찾아봤을 땐 핑크, 초록, 하늘, 노랑, 회색이 다였는데…. 카뱅 mini가 새로 생겼다. 14~18세 청소년들이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mini 카드도 상큼 발랄했다. 역시나 소비자의 마음을 잘 아는 카카오다. 딸은 얼른 카뱅 미니를 신청하고 카드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다 카드 받고 또 이 어미를 위해(속내는 카드를 한번 써보고 싶어서) 간식을 사다 주었다. 효녀 납셨다.

 

어제 글에서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태권도 관장님 얘기를 했었다. 그 책 제목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카카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도가 튼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좋아할까? 매일매일 그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꾸준함에는 장사가 없다더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꾸준하게 소마법(소비자의 마음 사로잡는 법) 필살기를 쓰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라이언이 먼저 가보고 심쿵 요소를 찾아내어 날마다 혁신하는 카카오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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