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윷놀이 - 도의 새로운 발견

꿈트리숲 2021. 1. 22. 06:00

 

구글이미지

 

아무리 좋은 놀잇감이 많이 나와도 설이나 추석이 되면 으레 구관이 명관이라고 윷놀이를 합니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고, 많은 장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놀이지요.

 

20일 후면 설 연휴가 시작되고, 여느 때와 달리 고향 방문이 쉽지는 않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전 지난 추석에도 집콕하며 딸랑 세 식구로 윷놀이를 즐겼습니다. 아마 이번 설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남편과 딸과 함께 또 셋이서 윷놀이를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윷놀이할 때면 모와 윷이 나오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어서 자주 나오기를 바라지만, 개나 걸은 다음 사람에게 잡히기 딱 좋은 위치라 그저 피하고만 싶습니다. 특히 도는 모와 윷만큼 자주 나오진 않지만 모 언저리까지 갔다가 뒤집힌 거라 여겨 찬밥신세로 칠 때가 많죠. 어쩌다 상대 말을 잡을 때 빼고요.

 

오늘 이 ‘도’에 대해서 새로 알게 된 사실 하나(저만 이제 알았나요?) 소개해 드릴게요.

 

윳 패 그러니까 도, 개, 걸, 윷, 모가 각각 의미하는 동물이 있다는 것은 아시죠?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나타내는데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윷놀이판을 농토라 여겼고, 윷판의 도, 개, 걸, 윷, 모의 한칸 한칸을 밭으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참고로 윷놀이는 부여시대부터 시작했다는 썰이 있습니다)

 

도가 나오면 한 밭을 가고, 걸이 나오면 세 밭을 간다고 하는 식이죠. 그런데 왜 하필 동물의 순서를 돼지, 개, 양, 소, 말로 했을까요?

 

가축의 크기와 빠르기에 따라 윷 패의 밭 수와 윷말의 걸음이 결정되도록 했다고 합니다. 도, 개, 걸, 윷, 모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나름대로 근거 있는 규칙이있었어요. 한 30년 넘게 윷놀이를 했는데, 처음 알게 된 사실이네요.

 

윷 패 중 도를 나타내는 돼지는 다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시작’입니다.

 

우리에게는 사업을 시작하거나 고사를 지낼 때 무사고와 번영을 기원하며 돼지머리를 놓는 풍습이 있습니다. 돼지머리를 놓고 절을 해야 드디어 고사가 시작되죠. 이는 고구려 시대에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돼지를 사용한 것에서부터 기원했다고 하는데요.

 

조선 시대에도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에 돼지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요. 고대 중국에서도 전쟁터 출정을 앞두고 돼지머리를 놓고 무사 귀환을 빌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새해를 맞는 풍습에 돼지가 이용되었어요.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돼지 족발을 먹으며 새해를 맞는데, 단지 동양과 차이가 있다면 서양은 무사고와 번영보다는 행운에 좀 더 큰 의미를 뒀다고 합니다.

 

윷놀이에서 아싸라고 할 수 있는 윷 패인 ‘도’. 도는 돼지를 뜻하고 이는 시작, 번영, 풍요, 행운 등을 기원한다는 걸 새롭게 알았습니다. 모와 윷에 열광하듯 도에도 그렇게 열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윷판에 말을 놓을 때만이라도 힘없이 대충 놓지 말고 시작과 행운을 생각하며 힘차게 놓아야겠다 싶어요. 비록 돼지 걸음이라도 꾸준히 윷 패를 던지다 보면 윷판을 다 돌아오는 때가 있겠지요.

 

1년은 큰 성과를 만들기에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러나 큰 성과를 만드는데 1년은 생각보다 많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윷판처럼 우리는 하루씩만 나아갈 수 있어요. 윷놀이에서 줄곧 도만 나오는 것처럼요.

짧은 하루긴 하지만 매일 이어지니 그 모인 하루하루는 1년이라는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하루 한 칸씩 움직이며 그 하루에 시작의 에너지, 풍요의 기운, 행운의 축복까지 다 담아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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