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조선에서 배달음식을?! - 효종갱

꿈트리숲 2021. 1. 28. 06:00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의 효종갱 한상차림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 자주 합니다. "배달"은 물건을 배달한다는 뜻이 아니라 밝은 땅을 뜻하는데요. 오늘 말하고픈 배달은 말 그대로 배달입니다. 각종 다양한 배달 어플이 있고, 동네 시장도 배달 앱을 이용한 서비스를 할 정도로 우리에게 배달은 아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배달이 잘 되니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신속 정확 배달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놀라곤 하죠.

 

정보통신이 발달한 덕에 전국 어디서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과거에도 배달은 있었어요. 스마트폰은 없었지만 새벽마다 오는 신문 배달이 있었고요. 우유배달, 야쿠르트 배달, 또 일일 학습지 배달도 있었죠. 제 과거만 되짚어 봐도 배달 역사가 50년은 족히 넘겠다 싶었는데요.

 

그런데 조선 시대에도 배달 음식이 있었다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신문을 읽다가 정말? 하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봤습니다. 어떤 음식을 배달했으며 어떻게 배달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효종갱

조선시대 배달 음식은 바로 효종갱이라 불리는 해장국입니다. 효종갱은 새벽 효(曉), 쇠북 종(鍾), 국 갱(羹)을 써서, ‘새벽 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조선시대 남한산성 일대에서 밤새 달인 국을 파발이 항아리에 담아 새벽을 알리는 타종이 울릴 때쯤 양반집에 배달했다고 합니다. 조선후기 문헌 ‘해동죽지’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는군요.

 

해동죽지에 의하면 효종갱은 밤새 술자리를 펼친 조전시대 양반들이 해장을 위해 시켜 먹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음식이라고 하는데요. 최고급 식재료와 오랜 정성이 더해져 해장뿐만 아니라 보양식으로도 일품이라고 합니다.

 

들어가는 재료로는 푹 곤 사골 육수에 배추 속대, 콩나물, 표고, 송이, 전복, 해삼, 쇠고기 등 몸에 좋은 재료 듬뿍 넣고 끓여 냅니다. 전 해장국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해장국 먹으면 정말 숙취 해소가 말끔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20대때 저는 숙취해소엔 라면이 최고라 여겼던지라) 그래도 좋은 재료가 듬뿍 들어갔으니 몸 보신에는 좋겠다 싶습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도 술 종류만 달랐지 술 먹은 뒤에는 반드시 해장이 필요했나 봅니다.

 

그 시대 효종갱을 어떻게 배달했을까요? 지금처럼 보온이 되는 스티로폼도 없고, 국물 흘리지 않게 랩 포장도 없었을텐데요. 지게를 졌을까, 달구지를 끌었을까 생각하다가 달구지로 끌면 너무 속도가 느리니 아마도 지게에 얹고 잰걸음으로 배달갔을거라 추측해봅니다. 파발이 항아리가 정확하게 어떤 건지 모르겠는데, 여러 명이 먹을 만큼의 국을 담으려면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항아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역사 속의 음식, 조선 최초의 배달 음식이라고 불리는 효종갱.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맛볼 수가 있습니다. 호텔 한식당에서 쪼끔 거금을 들이면 먹을 수 있고요. 아니면 마켓컬리에서도 효종갱을 구입할 수가 있더라고요. 

 

배달 음식은 최첨단을 달리는 요즘 시대의 특화된 서비스라 생각했는데요. 통신도 교통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조선 시대에 배달 음식이 있었다니 많이 놀랍고도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전화 한통으로 혹은 스마트폰으로 몇 번 터치하면 언제 도착한다는 안내까지 오는데, 그때는 양반댁 머슴이 구두로 전달했을까요?

 

오토바이도 튼튼한 철가방도 없던 시절부터 음식 배달이 있어 왔으니 우리는 진짜 배달의 민족이라 할 만합니다. 누군가의 시원한 속풀이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 만들고 배달 품을 팔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지금도 우리 곁에는 그런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식은 달라도 정성과 온기를 전달하는 그 마음은 변함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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