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전세 노마드의 전성기

꿈트리숲 2021. 2. 16. 06:00

디지털 노마드 재테크 노마드, 바야흐로 노마드 전성시대. 여기에 난 전세 노마드를 하나 더 보탠다.

 

몽골에나 있을 유목민. 우리와는 생활 방식이 다름에도 유목민이라는 말, 즉 노마드가 우리에게 깊숙이 파고들어 친숙한 단어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발전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온라인에 자신의 빌딩을 차곡차곡 세우는 사람들이다. 돈 가치는 하락하고 자산 가격은 급속도로 오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둘째라도 가는 게 아니라 벼락 거지가 된다고 재테크 노마드가 인기다.

 

주식이냐 부동산이냐처럼 간단한 대분류가 이제는 직접투자 간접투자 단타 장투로 나뉘는 것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아파트 토지 상가로 경매와 공매로 나뉘며 차익실현을 할 것인지 현금흐름 세팅할 것인지로 세분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유목민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에 한 발 들여볼까 하다가 아직 그럴 깜냥이 아닌 듯싶어 발을 빼고, 재테크 노마드를 해볼까 달려들었는데, 생각보다 공부할 게 너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마드는 마지막 하나 남은 것 자동 당첨이다. 전세 노마드.

 

내가 전세 유목민이 될 줄은 예전엔 상상도 못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난 전세 노마드가 되어있다.

여러 지역, 여러 집을 살아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사할 때마다 드는 비용과 옮길 때마다 집값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단점이 생각보다 크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집 한 채씩은 다 가질 수 있겠거니 순진하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집 한 채 가지는 건 앉아서 귤 까먹듯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결혼하면서 바로 내 집 마련을 했기에 집에 대한 집착도 고민도 없었던 나는 그 집에서 평생 살 줄 알았다. 신혼집 계약하고 기분 좋아서 남편과 함께 비싼 한우를 먹을 때만 해도 전세 노마드는 세상에 없는 단어였다. 그런 집을 뒤로하고 벌써 다섯 번째 집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 번째 집까지는 내가 소유하고 내 상황에 맞춰 매매했기에 전세살이의 어려움보다는 전세의 장점만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과감히 선택했던 것 같다. 세 번째 집부터 전세 살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무소유, 그리고 집값 하락 전망 때문이었다. 미니멀 하면서 집까지 갖지 않기로 하다니 너무 무모했나 싶기도 하다. 남 탓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지만, 집이 남아돈다던 그 전문가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시는지. 집이 남아돌기는커녕 눈뜨면 몇천씩 집값이 올라서 그냥 돌아버리겠다.

 

한때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곳(LIVE)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Buy든 Live든 둘 다 자유롭게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젠 집을 가지려면 법 공부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집을 사도 걱정 안 사도 걱정, 집값이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 집 걱정만 덜어져도 인생의 즐거움은 배로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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