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잦은 이사가 만들어 주는 집에 대한 생각들

꿈트리숲 2021. 3. 15. 06:00

이사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바뀐 집에 금세 적응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어색한 부분이 있다. 방 세 개와 거실이 나란히 일렬로 있는 4bay는 금세 적응이 되었다. 뭐 적응이랄 것도 없이 전에 집과 같은 구조였기에 어색함 제로였다.

 

그 외에는 다 달라서 하나씩 둘씩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밥그릇 찾느라 수납장 다 열어보고, 믹싱볼 찾다가 어디 넣어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냥 냄비로 대체하기도 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본능만 가진 동물은 또 아니기에 바뀐 환경에 순식간에 적응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우린 본능과 더불어 습관이라는 무서운 습성을 가졌기 때문.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받는 정글의 생태계라면 모를까, 밥그릇 못 찾는다고, 믹싱볼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해서 내 생존을 위협받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의 적응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도 목숨에 지장 없고, 가랑비에 옷 젖듯 시나브로 진행해도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

 

결혼하고 여러 아파트를 살아보니 어떤 구조가 편하고 어떤 시스템이 갖춰져야 더 편리하다는 걸 알게 된다. 집의 방향은 남향이나 남서향이 채광과 난방에 있어 여러모로 이롭다. 부엌은 一 자형 구조보다 ㄷ자 구조가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나란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주방 가까이 있어야 주부에겐 더없이 수월하다.

 

더불어 세탁기 못지않게 건조기도 필수 가전이 된 요즘에는 그 두 가전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편하고 편리한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안에서의 움직임만 많이 줄일 수 있어도 그게 어디인가 싶다.

 

골골하고 비실대는 체력에다 쉰을 바라보고 달리는 중년의 아줌마에게는 조금이라도 시간과 노동을 아껴준다고 하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정도이다.

 

요즘의 신축 아파트는 아파트 조경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 또한 잘 되어있어서 이제는 아파트를 고를 때 그런 시설도 선택 기준에 넣게 된다. 단지 내 운동 시설, 음료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카페 시설도 삶의 질을 up 시켜 주는 요소라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주거 환경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현재의 대세 주거 형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파트가 아닐까 싶다.

 

층간 소음에서 자유로운 단독주택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아파트라는 큰 울타리 안에 사는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오기에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리라. 내가 가꾸지 않아도 사시사철 볼 수 있는 나무와 꽃들이 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당 청소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방범 또한 중요한 문제인데, 내가 직접 챙기지 않아도 되니 아파트의 장점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 같다.

 

2년 뒤에 또 어디로 옮겨 갈지 알 수 없지만 사는 동안에는 이 집이 주는 편리함과 이 아파트가 주는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며 살아야겠다.

 

Jorge De Jorge/Unsplash

언젠가 이런 따뜻한 느낌의 주방을 갖게 될 날도 오리라 생각하며 오늘 내가 가진 것과 내가 누리는 작은 행복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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