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21

히든 피겨스

얼마 전 미국의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죠. 이 남성은 비무장 상태였음에도 경찰이 무릎으로 숨을 못 쉬게 압박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데요.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도 사망한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요. 축구선수 이동국씨는 골세러머니를 한쪽 무릎 꿇는 자세를 취하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었어요. 이제 인종차별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되었어요. 차별은 미국을 넘어서 우리의 문제도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차별 없는 자유 국가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과 인습에는 그 습성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남녀차별 성차별 지역 차별을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한 것처럼요. ..

모노노케 히메

얼마 전부터 넷플릭스에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이 줄줄이 오픈되기 시작했습니다(왓챠에서도 볼 수 있어요). 미드, 중드, 코난까지 달릴 만큼 달린 딸에게 또다시 정주행할 타깃이 생겨서 아이는 즐거움의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지브리 애니메이션들 중에 는 아이가 어릴 때 이해하기 좀 어려울 것 같아서 보여주질 않았는데요.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보고는 인생 영화라며 엄지 척을 어찌나 하던지요. 아이가 엄지 척을 수없이 한다는 건 제가 꼭 봐야만 하는 영화라는 뜻입니다. 아이가 조르고 졸라서 를 강제 시청하고, 또 외압에 못 이겨 리뷰까지 쓰고 있습니다. 한 달 가량 버텼으니 제 나름 많이 버텼다 싶어요. 매일 아침 눈뜨면 아이가 첫 번째로 하는 말이 ‘오늘은 무슨 글을 쓸 거야?’에요. 평소 제 글에 관심도 주지..

인터스텔라

인구에 회자 되는, 그래서 꼭 봐야 하는 거라며 적극 권유를 받았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이제야 보게 됐어요. 2주 전쯤 봤던 것 같은데, 러닝타임도 길고, 과학 용어도 많이 나와서 이해가 안 되는 버퍼링 구간이 좀 있었습니다. 같이 봤던 남편과 딸은 슬프다며 눈물을 훔쳤지만 저는 영화에 등장한 과학이론이 궁금해서 감동은 잠시 접어뒀어요. 며칠을 시간, 중력, 상대성 원리, 등가 원리... 등등을 찾다가 영화가 아니라 점점 물리와 천체과학에 빠져들 것만 같아요. 문과 출신인 제가 인터스텔라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를 읽었다는 자부심으로 어려운 이론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 발버둥쳤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00년 쯤으로 기억하는데요. [메멘토]라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 설 연휴에 친정 시댁 방문 다 패스하고 집에서 세식구 복닥복닥 삼시세끼 해먹으며 보냈어요. 지난 추석에 고향 방문을 건너 뛴지라 이번 설에는 꼭 부모님 뵈러 갈려고 했는데, 건강의 변수가 생겨서 또 그냥 지나가게 됐습니다. 작은 선물로 제 마음 전했는데, 잘 받아주셨으리라 믿어요. 민족 대이동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니 조용하고 고요한 날들이라 전 참 좋았는데요. 남편은 너무 조용하다며 영화라도 보자고 제안합니다. 요즘 영화관 가는 것도 시큰둥해서 개봉 영화 소식은 깜깜해요. 그래서 집에서 다운 받아 보기로 하고 검색 중 몇 달 전 개봉한 을 남편이 추천해줬어요. 이 영화는 제가 한창 아플 때 개봉해서 저 빼고 남편과 딸, 둘이서 보고 왔던 영화에요. 보고 와서 남편이 제 손을 잡..

엑시트

쓸모없음의 쓸모 지난달에 목수정 작가의 강의를 듣고, 또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천만 영화는 보지 않겠다 마음 먹었어요. 우리나라의 영화가 돈이 되는 대작들만 영화관에 걸리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상영관을 찾기조차 힘든 실정이거든요. 봄에 영화를 김민식 작가님이 아트나인 영화관의 한 관을 대관해서 단체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감독이었던 김재환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거대 자본에 밀려 작은 영화들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요. 그래서 저라도 천만 영화는 패스해야겠다 다짐하고 있었습니다만. 추석 연휴라는 복병을 만나서 그 다짐은 그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요. 남편과 딸이 연휴에 영화 한 편 정도는 봐줘야 한다며 성화여서 따라나섰습니다. 결국엔 천만 영화에 카운트 하나 더 보탰습니다. 영..

영화 - 나의 소녀시대

꿈트리... 나의 소녀 시대 제가 20대에는 개봉작은 거의 놓치지 않을 정도로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요. 물론 과한 폭력, 욕설, 성적인 내용 등은 지양하고 대부분 잔잔하거나 재밌는 영화 위주이긴 했어요.(그래서 정우성 배우의 영화를 한편도 못본 기이한 일이...) 그러던 제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정말 가뭄에 콩 나듯 간간히 영화를 봐와서 또 애니만 봐와서요. 영화에 대한 감이 이제 많이 떨어졌어요. 요즘은 거의 딸을 통해 영화 정보를 얻고 아이가 좋다는 것 위주로 보게 됩니다. 몇 주 전 딸이 뜬금없이 “엄마 유덕화 알아?” 하고 물어왔어요. 내가 아는 그 유덕화를 말하는건가... “홍콩 배우 유덕화?” 했더니 그렇다고 그래요. "당연히 알지, 근데 왜?" "어... 지금 보는 영화에 유덕화 나와." "..

알라딘

I wish... to set you free. 제가 이 영화의 매력에 이렇게 푹 빠질 줄은 전혀 생각 못했어요. 영화관에서 두 번 보고 몇십년 만에 돈 주고 ost다운까지 받는 등 알라딘 폭풍 사랑 중입니다. 디즈니 애니 중 큰 관심 두지 않았던 영화가 알라딘이었는데요. 아라비안나이트 책으로 몇 번 봤던 터라 알라딘 애니가 그렇게 신선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실사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관심이 갔었어요. 지니는 어떻게 표현될지, 누가 연기를 할지, 마법 양탄자는 CG 티나지 않게 잘 날아다닐까 궁금하더라구요. 영화 개봉되기 전 공개된 자스민 공주 역의 나오미 스콧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어머머 ‘이 영화는 꼭 봐야해’ 하고 찜 목록에 올려뒀습니다. 영화 개봉되고 초반 입소문은(저에게만 ..

칠곡가시나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지난 금요일 영화 단체관람을 하고 왔습니다. 그동안 영화 본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단체관람이긴 해요. 한날 한시에 한곳에 모여 영화를 보니까요. 하지만 금요일은 달랐죠. 영화관람 하러 모인 사람들 모두 김민식 PD님의 팬이었고 또 거대 영화 체인에 밀려 상영관을 잡지 못한 웰메이드 영화를 응원하러 모인거라 그간의 영화 관람과는 성격이 다르다 생각합니다. 아마 대학때 이후에 처음이지 않았나 싶어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말고 개별 이름이 붙은 영화관에 간 것이요. 소규모 영화관은 거의 없어졌거나 남아있다해도 시설이 많이 노후 되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웬걸요. 크기만 조금 작다 뿐 제가 자주 찾는 영화관과 별 차이가 없었어요.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

알리타 : 배틀 엔젤

여전사의 매력에 풍덩 명절에 전 부치느라, 장시간 이동하느라 지치고 고단한 몸과 마음을 연휴 마지막 날 영화로 달래줍니다. 모두 저와 한마음인지 영화관은 북적북적해요. 연휴에 만났던 사람들이 입소문을 제대로 내줘서 한번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으레 가족들도 그 영화를 볼 것이라 여겼어요. 이 15세 관람가여서 전 보지않으려는 편이었고, 본 사람들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고 하니 남편과 딸은 적극 보자는 쪽이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을 보게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를 남편이 제안했어요. 연휴 시작 전 신문에서 알리타를 놓고 두 기자가 좋아요, 글쎄요를 표했던 기사를 보고서 알리타는 리스트에 넣어두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왜 극한직업이 아니고 알리타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대학생때인가 일본 만..

영화 - 국가부도의 날

두 번은 지지 맙시다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왔어요.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뜰 수 없게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였습니다. 20년전 그때와 지금이 많이 다르다면 과거를 재밌게 추억하는 자리가 됐을텐데. . . 영화 속 얘기와 지금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아서 답답했네요. 이 영화가 왜 지금 만들어졌을까 한번 생각해봤어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경제 위기때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구제 금융의 조기 상환이 목적이었기에 빌린 돈을 갚느라 또 그들이 제시한 조건들을 이행하느라 본질을 파악할 새가 없었을거에요. 그리고 경제 위기를 초래한 주역이 이른 성공에 도취되어 과소비한 개인, 일찍 축포를 터뜨린 개인이라고 생각을 했기에 우리 공동의 문제라고는 여기지 못했을 듯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