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5

금오신화

김시습의 아주 익숙한 제목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는 문학사적 가치 때문이라도 마르고 닳도록 외웠거든요. 그런데 정작 내용은 무엇인지, 제목에는 어떤 뜻이 있는지 책을 읽고서야 알았어요. 우리나라 고대부터 중세 근현대를 거쳐오면서 이름난 작품들은 죄다 제목만 꿰고 똑똑한척했던 제가 이제야 그 작품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나 완전 허술한 사람이었구나’ ‘정말 무지했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는 김시습이 30대에 경주의 금오산에 약 칠 년 동안 머물렀던 시기에 썼다고 추정되어 제목이 ‘금오신화’가 되었을거라고 하는군요. 김시습은 세종대왕 때 태어나서 문종, 단종, 세조, 성종까지 다섯 임금을 거쳐가는 동안 살았어요. 그러면 엄청 오래 살았을 것 같지만 정작 쉰아홉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시습의 이름이 ..

배움/인문학 2020.07.13

만화 사기열전 사기어록

역사서 가 항상 저의 찜 목록 상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그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어 쉽사리 도전을 엄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에 이라도 읽어보자 하고 책을 펼쳤지만 그것 역시 만만치 않은 두께에요. 정공법이 안되면 우회공략을 해볼 참으로 과 으로 미리보기를 합니다. 미리보기로 예습이 되면 실전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벽돌책의 진입 장벽을 좀 낮춰보려고요.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견디면서 자신의 혼을 담아 써내 는 하나같이 명언 명구로 장식된 정교한 갑옷 같은 책이다. 삶의 가혹한 조건 속에서 탄생한 명작이기에 깊은 생각의 단초들이 행간에 녹아 있다. (사기어록 서문 中) 는 사마천이 지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거예요. 사마천은 한 무제 때 태사령 벼슬을 지낸 인물입니다. 태사령은 천문..

배움/인문학 2020.06.08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100년 전에 인간의 가치가 도구로 전락하는 걸 비판한 작가가 있습니다. 벌레처럼 변해버려 가족에게 짐이 되고 사회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인간의 얘기를 소설로 그려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얘기는 가능할 것만 같아 소름 돋네요. 프란츠 카프카가 1912년에 내놓은 을 얘기해보려고 해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이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놀라는 것도 잠시, 그레고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죠. 변신은 했지만 그의 정체성은 몸에 맞춰 아직 변하지 못했어요. 자의든 타의든 매일 하는 걸 못하게 됐을 때 우리는 평소 해오던 습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죠. 그레고르 역시 발버둥을 치면서까지 직장에 늦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데요. 변신을..

배움/인문학 2020.05.18

달과 6펜스

어릴 때 축약본으로 봐서인지 몰라도 서정적인 여운으로 기억하고 있는 , 화가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서는 그 제목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고갱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그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니 이번엔 고갱이 더 이상 이전에 제가 알던 고갱이 아니게 되더라고요. 그를 아예 다른 세상으로 인도했던 그림에 대한 열정은 단지 사랑이라는 말로는 뭔가 꽉 차지 않은 느낌이었죠. 그때 봤던 그림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를 읽으면서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건지 느껴보고 싶습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결혼 생활 17년째를 맞고 있는 40대 주식 중개인이에요. 아들, 딸을 두고 교양있는 부인과 영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돌연..

배움/인문학 2020.05.11

싯다르타

대우(大愚)는 대지(大智)에 통한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소설로 쓴 작품이라 생각했는데요. 싯다르타와 석가모니는 소설 속에서 다른 인물로 그려집니다. 싯다르타는 실존 인물인 부처의 어릴 적 이름으로 ‘목적을 달성한 자’라는 뜻이라는군요. 싯다르타는 바라문(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나 가르치는 것은 무엇이든 잘 깨치고, 지식욕에 불타올라 아버지는 싯다르타가 위대한 현인이자 바라문의 우두머리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그러나 싯다르타는 진정한 깨달음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친구 고빈다와 함께 구도의 길에 오릅니다. 부와 권력을 다 버리고 사문(떠돌아다니며 도를 닦는 탁발승)이 된 싯다르타의 목표는 오직 하나, 모든 것을 비우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욕망, 소원, 꿈에서 벗어나면 자아가 극복..

배움/인문학 20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