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12

토지 19

찬 이슬에 날개를 접고 숨만 쉬는 나비 같이 토지 19권이 되면서 이제 진짜로 일본의 패망이 멀지 않음이 시시각각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이 보이거든요. 전장으로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도 징용으로 내보내고 있어요. 전쟁이 지속되다 보니 보급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그러기에 산의 나무도 다 뽑아가고, 집의 쇠붙이들도 죄다 쓸어갑니다. 조선에서는 식량이 배급제가 되고, 전기도 기름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워졌어요. 모든 걸 전쟁터에 보내야 하니까요. 식자들은 일본이 머지않았다 예견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바람 불 때는 드러눕는 풀처럼 지냅니다. 가급적 그들의 눈에 띄지 않아 징용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전쟁에 끌려 나가지 않으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용에 나갈 ..

배움/인문학 2019.08.05

토지 18

자손의 핏줄을 타고 돌게 되는 나의 모든 것 토지에는 남녀간의 사랑 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시국을 한탄하고 앞으로의 일들에 저마다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 종종 나옵니다.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은 스쳐가는 바람처럼 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정도지요. 때로는 애욕에 사로잡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포로가 되는 장면도 심심찮게 그려지는데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전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일 뿐이지요. 대부분 힘으로 또는 신분을 이용해 주로 남자가 여자에 대해 욕심을 부립니다. 여자와 노비는 주권이 없는 시대라 이해는 하지만 그런 장면이 나올때마다 참 씁쓸했어요. 양현이는 이상현과 기화 사이에 난 딸인데요. 양반 가문의 핏줄을 절반은 타고났기에 상현이 집에서 양현이를 호적상 딸로 받아들입니다. 서희가 애..

배움/인문학 2019.07.29

토지 11

죽음으로 삶을 완성하다 한주 잘 보내셨나요? 월요일은 토지 하는 날입니다. 드라마도 아니겠고 재밌는 예능도 아닌데, 왠지 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토지를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읽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저 사실 예전에 2권까지만 읽어더랬는데...). 블랙홀 같은 토지, 한권을 끝낼 때마다 다음 얘기가 궁금해서 일주일 내내 토지만 읽고 싶도록 만드는 토지. 11권 이야기 시작합니다. 토지의 등장인물은 모두가 주연이자 모두가 조연입니다. 매주 한편씩 후기를 쓸 때 미처 다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인물들이 자꾸 생겨나요. 서희와 길상에게 초첨 맞추다 보면 용이와 임이네를 놓치게 되고, 홍이 얘기를 쓰다보면 봉순이와 상현이 얘기를 건너뛰게 됩니다. 오늘은 자신의 얘기가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던 두 여인의 얘기..

배움/인문학 2019.06.10

토지 10

토지의 욕망, 사람의 욕심 월요일은 토지 하는 날... 토지 잘 하는 토지 블로그이고 싶은 꿈트리 꿈틀꿈틀입니다. 어느덧 10권, 스무 권의 절반을 왔어요. 매주 한편씩 후기를 쓰지만 사실 대작을 읽고 그 감동과 재미를 표현하기엔 많이 모자란다 생각해요.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요. 그래도 계속해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기록이니까요. 나중에 글을 보고서 내가 지나온 과정을 알게 될 것이고 그리고 부족한 글이 모이고 쌓여서 좋은 글로 조금씩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서요. 5부 능선 넘은 저를 셀프 축하하며, 10권의 얘기 이어갑니다. 10권에서는 홍이의 얘기를 비중있게 다룹니다. 작가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느낌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서희와 길상이도 가져보지 못한 혼인 얘기가 상세하게 나와..

배움/인문학 2019.06.03

토지 9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옳은가 8권의 이야기, 토지 1, 2부가 끝나고 3부가 시작됩니다. 2부가 시작될 때도 그랬듯이 시간이 흐르고 장소가 바뀌면서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했더랬어요. 기껏 1부에 나오는 사람들과 사귀어놨는데, 2부에서 새로운 사람 또 소개받는 기분이었죠. 그래도 작가가 짜놓은 얼개에 따라 흘러가다보니 금새 그들이 나의 지인들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제 좀 정들었다 싶은데, 3부가 되면서 이별해야 할 사람이 생기고 새로이 맞는 인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바야흐로 토지 3세대들이 등장한거지요. 아직 좀 서먹한데요. 그래도 개연성을 잘 부여해주는 작가님 믿고 3부를 시작합니다. 평사리 땅을 대부분 찾은 서희는 가족과 평사리 사람들과 진주로 돌아왔어요. 물론 그 가족에 길상은 없습니다. 독립..

배움/인문학 2019.05.27

토지 7

도대체 운명의 실꾸리를 어디다 숨겨놨기에 얽히고 설키고 지난 한 주 쉬고, 토지 7권의 이야기 이어갑니다. 토지 6권에서 마차 사고로 인해 서희와 길상의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되려나 했더니 7권에서는 어느새 두 사람이 결혼을 해버렸어요. 박경리 작가의 는 이야기 전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을 쓰기 보다는 먼저 뒷 이야기를 앞서 풀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대화나 회상 속에 사건 실마리가 전해지는 방식이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차 사고 이후의 스토리를 건너뛰고 바로 결혼 생활이 나오기에 길상이나 서희의 회상 또는 다른 인물들의 대화에서 어떻게 결혼에 이르게 됐는지 나오겠다 싶어 목 빠지게 7권을 읽었는데요. 그냥 몇 줄의 이야기로 결혼했음을 알려줍니다. 그나마 봉순이가 서희를 만나러 용정에 왔..

배움/인문학 2019.05.13

토지 6

신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용기를 낸 서희 매주 월요일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후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6번째로 토지 6권의 얘기를 이어갑니다. 간도에 간 평사리 사람들, 그들을 중심으로 용정과 회령의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면서 얘기는 더 풍성해지고 흥미진진해져요. 과연 서희와 길상 상현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정리가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토지 5권에서 서희가 상현의 마음을 떠보려 상현 앞에서 자신은 길상과 결혼 할 것이라고 선언을 했어요. 상현은 자신의 처지에서 결코 서희를 잡을 수 없으면서도 분노와 치욕이 일어 마시던 술잔의 술을 서희 얼굴에 던지고 가버립니다. 더 이상 용정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거죠.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요. 그즈음에 길상은 서희의 일을 봐주느라 회령에 자주 왔다..

배움/인문학 2019.04.29

토지 5

간도로 간 사람들 매주 월요일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한 권씩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인데요. 지난주로 토지 1부 4권이 끝나고 오늘부터는 2부가 시작됩니다. 4권 말미에서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사람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버리고 도망치듯 간도로 갔어요. 마지막에 길상의 마음을 저울질 해보던 봉순이는 모이기로 했던 장소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는데 간도로 이주한 인물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가 없네요. 평사리에서 봉순이와 길상이 그리고 서희의 흔히 일컬어지는 삼각관계가 있었다면 간도, 용정 땅에서는 서희, 길상이, 그리고 상현의 삼각관계가 그려집니다. 요즘을 생각하면 얽히고 설킨 삼각관계를 연상할 수 있는데요. 100여 년 전의 그들은 마음으로 성을 쌓았다 허물기에 작가의 심리묘사와 내면을 함축한 대사만..

배움/인문학 2019.04.22

토지 4

악(惡)은 악(惡)을 기피한다 매주 월요일에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한편씩 후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완독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는데, 1부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왔네요. 1부는 총 4권으로 되어있고요. 오늘이 4권의 얘기입니다. 4권 초반부는 김훈장과 조준구의 시국 얘기들로 채워지는데, 살짝이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었어요. 그래도 그 둘의 대화에서 나라 상황과 평사리 사람들의 현실을 잘 알 수 있어서 양반이든 상민이든 참 녹록치 않은 삶이다 싶어요. 나라 잃은 책임을 온전히 통감하고 자결하는 양반이 있는 반면에 어디에 줄을 대면 살기 편해질까 하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양반도 있어요. 다 기울어진 가세에 딱히 양반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형편이지만 무주공산 깃발 꼽고 목에 힘..

배움/인문학 2019.04.15

토지 3

토지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땅이었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꽃들이 일제히 봉기를 하는 시기라 집에만 있기가 다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요. 겨우내 준비하고 바야흐로 봄을 맞아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어찌 봐주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주말 꽃 나들이를 해볼까 했는데, 날이 차고 미세먼지도 발목을 잡고, 비까지 흩뿌리니 찬란한 봄을 만끽하는 건 다음으로 미뤄뒀습니다. 오늘은 월요일, 토지 이야기 이어가는 날입니다. 지난 1, 2권 후기를 무사히 끝내고 나니 여기저기서 토지 얘기를 듣게 됩니다. 남편은 저에게 줄거리를 맡겨 논 것 마냥 계속 얘기해달라고 하고요. 본인은 읽은 지 오래되어 이야기가 가물가물 하다는군요. 전 버튼만 누르면 나오는 토크박스가 아닌데 말이죠. 글이든 말이든 제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배움/인문학 201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