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2

이사 후유증

내가 직접 몸을 써서 짐을 나르지 않았는데도 삭신이 쑤시고 결린다. 몇해 전만해도 고된 줄 모르고 마냥 즐겁게 이사를 했는데, 한해 두해 나이 먹어가며 이사는 더 고되게 다가온다. 이사 전문가들에게는 짐싸는 건 일도 아니고 짐 푸는 것도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우리 가족의 생활 턴전이 단 몇 시간만에 한 트럭에 다 옮겨담아 지는 게 너무 신기했다. 레고 조립하듯 요렇게 조렇게 짜맞춰 트럭안에 들어갔다가 새집에와서 이렇게 저렇게 풀어 제자리 찾아가는 것도. 집주인은 이리 온 몸이 결리는데, 내 살림은 괜찮을까? 그들도 잦은 이사에 몸이 노곤할지 모르겠다. 이사를 하며 다시금 다짐했다. 이쁜 쓰레기는 절대 사지말자!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더더 살림을 줄이자! 그래야 몸이 덜 피곤할 것 같다. 다음 이..

비움/일상 2021.03.08

살림을 살다

살림은 ‘살리다’라는 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은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살림일 텐데요. 저는 사실 살림을 우습게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집안 살림은 바깥일을 할 능력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 여겼던 거죠. 해도 티가 안 나고, 안 하면 안 한 티가 확 나는 그래서 매일 쓸고 닦고 해야만 일상이 유지되는 비합리적이고 피곤한 일이 살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되도록 집안일을 멀리하려고 했어요. 결혼 전까지 학생 때는 공부한다는 이유로, 직장인일 때는 회사 다닌다는 핑계로 요리조리 살림을 피해 다녔습니다. 결혼 후에도 출산 전까지는 워킹주부였기에 살림을 했다고 말할 수준이 못 되고요. 아이 낳고 육아와 살림이 저의 양어깨에 툭 하..

비움/일상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