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법구경

꿈트리숲 2020. 3. 30. 06:00

 

 

<법구경>이 저의 집에 자리 잡은 지 어언 9년이 넘었는데요. 한 번도 들쳐 보지 않았었어요. 며칠 전 <죄와 벌> 리뷰에서 리치마스터님이 법구경의 구절을 인용하여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죄를 지으면 그 악의 과보가 맞바람에 던져진 티끌처럼

나에게 되돌아 온다고해요.

그래서 죄를 짓고 못산다고 하겠죠?...

 

선함으로 악을 이기고, 진실로 거짓을 이겨야 한다는

법구경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위 댓글을 보고 우리 집에도 그 책이 있다는, 매일 정면으로 책등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이참에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책을 사고 9년 만에 처음으로 펼쳤어요. 마치 논어 같기도, 도덕경 같기도 했습니다. 명심보감이나 채근담 같아 낯설지가 않았어요.

 

법구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법구가 엮어 편찬한 것입니다. 인간의 삶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불교 경전의 내용을 시구 형식으로 기록했어요. 이는 인도 초기 소승불교의 형태를 그대로 담고 있어서 문헌적 가치가 아주 높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요. 소승불교, 많이 들어보셨죠? 학창 시절에 대승불교와의 차이점 많이 공부했었는데요. 대승불교는 교리를 중심으로 대중에게 불교를 전파하고, 소승불교는 개인의 수양과 해탈을 중시했다... 뭐 그렇게 생각 납니다.

 

부처님 생존 시의 설법을 부처님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암송하는 것으로 경전의 역할을 하다가요. 세월이 흐르고 암송했던 것이 문자화 되었는데, 이를 소승경전이라 부른대요. 그런데 그 이름은 경전을 편찬했던 사람들이 지은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후대에 대승불교의 주창자들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소승은 작은 수레, 대승은 큰 수레라는 뜻입니다. 불타는 집에 큰 수레를 끌고 들어가 더 많은 사람을 구제해온다고 대승이라 칭하면서 초기 불교를 낮게 부르는 뜻에서 소승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부처님이 이 사실을 들었으면 내가 언제 큰 수레, 작은 수레를 나누었던가 하셨겠죠?

 

아마도 대승, 소승 가릴 것 없이 진리를 깨우치고 실천하며 올바르게 살아갈 것을 주문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역자에 의하면 <법구경>은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처의 말씀을 산문이 아니라 운율을 담은 시구로 표현해서 그런가 싶은데요. 다른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들음(聞)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지식에 대한 앎을 위한 전제가 ‘들음’이다. ‘들음’이란 내가 접한 모든 사물이나 글귀가 나의 머리가 아니라 대상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진실 그대로의 소리로 내게 생생하게 전해 오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을 한 구절 한 구절 읽어갈 때마다 읽는 이의 마음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전하고자 하는 성현의 마음이 사무치게 들려온다. (4쪽)

 

이는 종교를 초월해서 뭇 사람들 모두가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법구경이든 성경이든, 불교든 기독교든 구분하지 말고, 성현의 좋은 말씀은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으로 듣고 몸으로 실천하라는 뜻으로 말이죠. 

 

전 법구경의 본문도 본문이지만 본문의 말씀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이야기들이 좀 더 흥미로웠는데요. 권말에 실린 <인연 이야기> 중 한 편을 소개드릴게요.

 

부처님이 제자들과 길을 가다 땅에 떨어진 낡은 종이를 발견하고 제자들에게 무엇에 사용했던 종이인지 묻습니다.

제자들은 향을 쌌던 종이라고 답합니다. 비록 버려졌지만 여전히 향내가 난다고 하면서요.

다시 길을 가는데 땅바닥에 짧은 새끼줄이 떨어져 있었어요.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무엇에 사용했던 새끼줄인지 재차 묻지요. 

제자들은 새끼줄에서 비린내가 나므로 생선을 묶었던 새낄줄일 거라고 답합니다. 이에 부처님이 진리를 설파합니다.

 

“사물은 본래 깨끗한 것이나, 어떤 인연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죄지을 일을 하고 복을 받을 일을 하게 된다. 마음이 어질고 사리에 밝은 사람을 가까이하면 진리를 추구하려는 마음이 커지고, 마음이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운 사람을 벗으로 삼으면 재앙을 받을 일을 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저 종이와 새끼줄이 향을 가까이하면 향기롭고 고기를 싸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다. 조금씩 물들어 몸에 배게 되는데도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332~333쪽)

 

부모님, 남편, 딸, 가족, 친구 모두가 특별한 인연이지요. 게다가 블로그 이웃이라는 인연은 인생 중반기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온 특별 선물같습니다. 향을 가까이해서 좋은 향기가 오래가도록, 또 어떻게 하면 그 향을 감싸는 질 좋은 종이가 되는지 더 연구하도록 그 인연들은 저로하여금 배우게 합니다. 때로는 비린내가 나는 새끼줄일때 향과 함께 향내나는 종이로 새끼줄인 저를 감싸기도 합니다. 항내가 조금씩 배도록 말이죠.  향기품은 꿈블리 인연에 많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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