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282

알로하, 나의 엄마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느라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책. 을 읽은 제 느낌입니다. 느낌이라기보다 실제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손에서 책을 놓기가 싫었어요. 원래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본 것 같아요.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 시대와 그 시대 하와이 이민의 역사를 이렇게 아름답고 몰입감 높은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의 필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03년 팍팍하고 미래가 불투명했던 조선을 떠나 하와이 이민 길에 올랐던 이들은 단촐한 짐에 조선에서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를 한가득 실었을 텐데요. 그러나 그들 앞에는 불타는 태양 아래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노예 같은 삶이 ..

배움/책 2020.07.21

엄마 사용법

현수네에 어느 날 엄마가 배달되었습니다. 택배 박스 한가득 들어 있는 엄마의 부품들... 조립 설명서 따라서 잘 조립된 엄마는 밥하고 설거지, 빨래, 식탁 정리를 곧잘 한다. 현수가 그토록 바라던 엄마가 드디어 생겼다.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다. 비라도 내리면 좋을텐데 하고 바란다. 우산 가지고 데리러 오는 엄마를 은근슬쩍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쩐지 엄마가 이상하다. 말이 없이 우울해 보인다. 뭔가 잘못 조립된 걸까? 아니면 조립할 때 부품에 손이 찔려 피가 좀 났는데, 그때 엄마의 가슴에 피가 스며든 것 때문에 오작동을 하는 걸까? 현수는 ‘엄마 사용법’을 보고 또 본다. 할아버지는 ‘엄마 사용법’을 읽으면서 점점 얼굴을 찌푸렸어. “이건 꼭 청소기..

배움/책 2020.07.17

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 줄

한동안 남편이 마치 사춘기를 앓듯 자신 속으로 침잠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곁에서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해줄 것이 없었던 저는 책을 한 권 주문했었습니다. 인데요. 아이 어릴 때 잠들기 전 베드타임 스토리로 그림책, 동화책, 동요, 심지어 논어도 읽어주던 저였어요. 그 이유는 아이가 이야기 들으며 잠자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또 아이 무의식에 좋은 것들을 심어주고자 했던 저의 마음도 있었기에 초등 때까지 계속이어갔었지요. 전 제가 했던 크고 작은 시도와 노력이 오늘의 아이가 있기까지에 적잖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여깁니다(그렇게라도 믿어야 제 노력이 헛수고가 아닌 것 같긴해요^^). 잠자리에 들기 전 긍정의 글을 읽는 건 분명 무의식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기에 베드타임 스토리 읽어주기를 남편에게도 적..

배움/책 2020.07.15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저는 매일 아침 김민식 피디님의 블로그 에서 올라오는 글을 한편씩 읽는데요. 매일 소개해주시는 책 보면서 언젠가 저 책은 꼭 읽어봐야지 하며 찜 리스트에 저장해두곤 합니다. 찜 리스트에 저장해둔 건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까먹지 않더라고요. 지난주에 도서관 나들이 갔다가 책꽂이도 아니고 북 선반에 얼굴을 들고 서 있는 책을 발견하고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빨간색 표지가 ‘오늘은 나 읽을거지?’ 하면서 저를 유혹하는 것 같았어요. 이슬아 작가의 를 소개합니다.작년 2월에 에 나온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또 인연이 닿아 책 리뷰를 쓰게 됩니다.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정말 알 수 없어요. 는 이슬아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출처인 엄마, “복희”..

배움/책 2020.07.14

오래 준비해온 대답

오랫동안 궁금해 오던 것이 을 보고 해결되었습니다. 궁금증을 몇 년이나 품고 있었나 몰라요. 전 아이를 키우면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을 보게 됐는데요.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주고 싶은 영화들이 몇몇 있었는데 제가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러지를 못했었어요. “엄마, 나오는 사람들이 다 서양 사람인데 말은 일본말을 하네?”“그러게, 왜 그럴까...?”“엄마, 저기서 왜 갑자기 비행기가 등장하지?”“응? 그렇지. 좀 뜬금없네.”“엄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는 전쟁이 많이 등장해.”“그런 것 같네...” 아이의 물음이 곧 저의 궁금증이었는데요. 제가 애니메이션 덕후도 아니고,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의 광팬도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그 물음을 해결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항상 ..

배움/책 2020.07.10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젠가 신문에서 라는 기사를 봤어요. 제가 아주 작게나마 주식에 발을 담그고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사였습니다. 더욱이 인문학과 주식 트레이더와의 연결이라니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1월에 를 출간했다고 기사에 씌어있었는데, 저자의 전작부터 보고 싶어서 2015년 출간된 를 잡았습니다. 첫 장을 열고 깜짝 놀랐어요. 인문학 고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트레이더니까 경제 얘기, 주식 얘기 하물며 돈 얘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요. 유혹 이야기, 사랑 이야기가 첫 장을 장식합니다. 머리가 띵해졌어요. 책 앞표지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작가 소개도 다시 읽어보고 했습니다. 혹시 책을 잘못 빌려왔나 해서요. 책말미에 가서야 경제학 이야기가 나오고 투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신문 기사에 실렸던 저자가..

배움/책 2020.07.08

오만하게 제압하라

예전에 서평단으로 활동하는 블로그들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런걸 할 수 있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어요. 몇 달 전 저에게 메일이 한 통 왔는데요. 서평단 활동 제의 메일이었습니다. 혹시 스팸메일 아닐까 걱정하며 신청했는데, 책이 정상적으로 오더라고요. 벌써 네 번째 책인데, 블로그 리뷰를 이렇게 하면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 식대로 그동안 리뷰했던 것처럼 책 후기를 남겨볼게요. 는 2013년에 출간되었던 책인데 절판되어서 중고 시장에선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 가격이 그러니 재출간 요청이 쇄도했음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지난달에 새 옷을 입고 따끈따끈하게 나왔어요. 고양이가 오만하게 제압하는 표지 모습이라니, 귀여우면서도 도도해 보입니다. 부제가 반칙이 난무하는 세..

배움/책 2020.07.02

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 수업

제가 작년에 세바시 현장 강의 갔다가 인스타를 처음 가입했었어요. 인스타 인증하면 책 준다고 해서요. 물론 책 당첨 행운은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인스타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해 갈팡질팡 하면서 책도 올려보다 신문도 올려보다 그림도 올리고 있는데요. 아직 제 인스타의 정체성을 모르겠어요. 그 정체성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음을 그리고 제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책이 알려줘서 위안을 얻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쯤 접속해보는 인스타에서 뜻밖의 행운을 만났어요. 김보통 작가님과 팔로우 하는 사이?(대놓고 자랑질^^)라서요. 김보통 작가님의 인스타 새 글은 바로 저의 레이다망에 채집됩니다. 리그램 이벤트라는 걸 한 대요. ‘리그램’ 금시초문인데 이벤트 상품은 책이라 일단 지르고 봅니다. 냅다 검색창..

배움/책 2020.07.01

SeeSaw Girl

저의 6월 영어 원서를 소개합니다. 을 읽고서 ‘린다 수 박’이라는 작가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그래서 를 읽고요. 이번 달에는 을 보게 됐습니다. 아이가 린다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사고, 또 검색하기에 옆에서 봐주다가 책 표지가 눈에 띄어 제가 읽겠다고 구입한 책인데요. 내용을 모르고 덤벼들었는데, 이야기가 재밌어 영어로도 우리 글로도 읽고 또 읽었습니다. Jade Blossom(옥화)은 17세기 조선의 양반댁 열두 살 애기씨입니다. 세 살 위로 고모가 있어요. Graceful Willow(미류). 둘은 친구처럼 자매처럼 장난도 치고 집안일도 돕고 재밌게 보내는데요. 어느 날 미류가 집을 떠나게 됩니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 동생, 세 명의 작은아버지와 세 명의 작은어머니 열두 명의 사촌 형제들에 하인들..

배움/책 2020.06.25

기쁨 채집

제가 매일 글을 쓰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꿈블리 분들과 매일 만날 수 있어서입니다. 얼굴은 알지만 자주 못 만나는 꿈블리,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오로지 닉네임으로 사귀게 된 꿈블리 등 저에게 매일 기쁨을 주는 분들을 글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 글이 보답이 될 만한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글 읽어주시고 댓글도 써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글을 발행합니다. 글로 만남을 이어가는 건 저의 하루치 기쁨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지난주에 꿈블리 아리님께서 카톡으로 선물을 주셨어요. ‘오마나!! 이게 웬 선물이래요?’ 하면서 열어봤는데요. 메시지 카드를 보고 울컥해서 한동안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더랬어요. 블로그 광고 수익금을 받으셨다고 저에게 책을 보내신 겁니다. 전 블로그 광..

배움/책 2020.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