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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꿈트리숲 2018. 8. 21. 07:58

나는 글을 쓴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존 그린/북폴리오

독서 모임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존 그린의 소설책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입니다. 독서 모임의 회원들이 대부분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니 이 책도 자기계발서인줄 알고 접했다는 분들이 계셨어요. 뭐 저도 소설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알긴 했지만요.ㅎㅎ 존 그린의 책들은 국내에 출판된 책들이 좀 있더라구요.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은 익숙한 책들이 좀 있었어요.

책 띠지에 빌 게이츠 가족이 사랑한 책이라고 되어 있어서 얼마나 흥미로울까 기대를 했었는데, 제가 헛다리를 짚어서 약간은 결말이 허무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16살 고등학생 소녀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 친구들과의 우정, 학교 생활등이 잘 나타나 있어서 미국 10대들의 생활을 알 수 있었어요. 더불어 10대 소녀가 고민하는 존재에 대한 정의를 저도 덩달아 해보게 되었네요.^^

주인공 에이자는 강박증과 불안장애를 갖고 있어서 정기적으로 의사도 만나고 약도 복용중인 아이에요.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건 정말 고역입니다. 제가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죠. 약을 먹어도 완치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 . 약을 중단하고 마는 에이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합니다. 본인의 실존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서 손가락의 상처를 채 아물기도 전에 더 생채기를 내보는 무모한 악순환을 계속해요. 괴롭지만 한편으론 고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이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p 310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순간에 일종의 안도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나선은 안쪽으로 따라가면 한없이 작아지지만, 바깥쪽으로 따라가면 한없이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이자가 나선의 소용돌이에서 존재를 확인하러 끝도 없이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다 마침내 알게 되었나봐요. 우리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을요.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몇백년 전에 빛났던 별빛을 감탄하고, 몇 광년 떨어진 행성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 . 달리 뭔가를 이루어 내고 의미를 남겨야만 하는 의무감에서 해방된 느낌을 갖지 않았을까 싶어요. 반면 나선형 위로 따라 올라가면 무한대의 세계가 펼쳐져요. 이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마음껏 누릴 자유를 얻는 기분이겠죠. 그러고보니 둘다 해방감, 자유네요. 상반된 세계에서 똑같은 자유를 느꼈나봐요. 또 나선의 끝에서 딛고 있는 점은 실은 무수히 많은 억겁의 거북이가 쌓이고 쌓인 것이라는 알게 되는 에이자. 그 점이 강박에서 한걸음 비껴설 수 있게 해준 것 아닐까요. 세계는 어느 한쪽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평온해 하는 에이자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에이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병이 호전되었다 나빠졌다 해서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되어요. 그래서 이 책도 탄생되었던 듯 싶은데요. 글을 쓰면서 사랑에 대한 기억, 삶의 이유, 고통에 대한 정의, 그리고 존재의 확인까지 분명해집니다.

사랑은 비극도 실패도 아니라 선물이라는 사실을. . .

삶은 계속된다. 그러니까 계속 살아, 순풍이 불든 역풍이 불든.

몸에서 제일 중요한 부위는 심장도, 폐도, 뇌도 아니다.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아픈 곳이다.

나는 글을 쓴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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