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92

파브르 식물 이야기 1

우리에게 곤충학자로 유명한 파브르, 그가 남긴 식물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저는 자연관찰 책쯤으로 생각해서 아이에게 사 주고 읽어보지 않았는데요. 초등 고전 읽기를 하면서 파브르의 식물 이야기 참맛을 알게 됐어요. 식물 관찰 이야기지만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고요. 나무의 생태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삶의 지혜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를 것 같은 식물이 어떻게 동물과 형제가 되는지, 어떤 면에서 사람과 비슷한 삶을 사는지 파브르의 통찰을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파브르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지나온 아흔 즈음에 이 책을 써서 더 그런 느낌이 드네요.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는 추둘란 선생님께서 풀어쓰셨는데요. 파브르의 통찰과 추둘란 선생님의 따스한 시선이 만나 책은 한층 더 세련되고 부드러운..

배움/인문학 2020.10.19

꽃들에게 희망을 - 2020

매주 한 번씩 하는 인문고전 수업. 아이들과 인문고전을 어떻게 읽을까를 공부하면서 초등 인문고전부터 읽고 있습니다. 아이들 책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대충 읽고 넘겼거나 아니면 다 안다고 그냥 지나쳤던 책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전혀 다른 의미로 새겨지기도 하고요. 같은 책이어도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책이 되기도 해요. 2년 전 블로그 시작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이라는 책을 읽고 후기를 남겼었어요. 그때도 너무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요. 2년이 훌쩍 지나고서는 그때 그 감동을 잊고 있었습니다. 몇 주 전 수업 시간에 을 재차 읽게 됐어요. 읽으면서 예전에 나는 어떤 깨달음을 느꼈었던가 해서 제가 쓴 글을 찾아봤습니다. 혹시 그럴 때 있으신가요? 오래전 자신이 써놓은 글을 다시 읽을 때..

배움/인문학 2020.10.12

맹자

여름 두 달 동안 읽었던 맹자를 정리합니다. 일전에 를 소개하면서 홍익출판사의 를 잠시 언급했던 적이 있었어요. 딸 아이가 5년 전에 읽었다는 표시를 보고 마음이 뜨끔했었어요. ‘나는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고전을 읽으라고 했구나.’ 싶어 반성했습니다. 역시 ‘너나 잘하세요’ 저만 잘하면 되는 거였어요. 아이가 모르는 단어는 책에 깨알같이 메모해두었기에 저도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굿노트로 정리를 했습니다. 맹자(기원전 372~기원전 289)는 전국시대 사람으로 태어난 연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요. 다만 공자 사후 100년 뒤에 태어났다고 추측합니다. 공자(기원전 551~기원전 479) 역시도 출생과 사망 연도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여러 문헌으로 추정해볼 때 공자와 맹자 사이의 간격을..

배움/인문학 2020.10.05

매직트리하우스

문학, 역사, 철학책 한 권씩 매주 월요일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것도 문사철?’ 하실만한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영어책이면서 아이들 책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직 고전(한 세대를 넘겨야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고 하는군요)이라고 하기엔 시간의 축적이 조금 덜 된 듯한 책이기도 하지요. Mary Pope Osborne의 Magic Tree House 시리즈입니다. 1992년에 첫 번째 책인 Dinosaurs Before Dark가 출간되고 50권이 넘게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8년 전 이 책을 처음 샀을 때(아이가 볼 용도로) 51권이었는데요. 매직트리 하우스 홈페이지에 가보니 시리즈가 계속 추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62권이네요. 올해로 28년째를 맞고 있는 매직트리 하우스는 아이들이..

배움/인문학 2020.09.28

호두까기 인형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면 항상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 있습니다. 인데요. 발레 음악을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하여 유명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겐 환상여행을, 어른에겐 동심을 선물해줘서 100년이 넘도록 그 인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발레 공연에서 익숙하게 봤던 호두까기 인형 스토리는 원작은 호프만의 것이지만 발레 음악 대본으로는 알렉산더 뒤마가 쓴 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발레 공연의 주인공 이름은 ‘클라라’이고요. 호프만의 의 주인공 이름은 ‘마리’에요 저희 애가 여덟 살 때 이 책을 읽으며 왜 자기가 본 발레 공연의 주인공 이름과 다르냐며 물어봐서 제가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도 저는 호두까기 인형은 ‘하나면 하나지 둘이 아니요’라고 생각했거든요. 검색을 총동원하여 아이에게 ‘원작과 발레 대..

배움/인문학 2020.09.21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두 달 전에 필립 체스터필드의 을 읽고 후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정약용 선생의 가 생각났었어요. 같은 시기 영국의 아버지와 조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떤 당부를 했을까, 어떤 유산을 남겼을까 비교해보고 싶었습니다. 몇 년씩 간격을 두고 읽었던 를 다시 읽는 마음으로 다산의 유산을 정리해봅니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 임금 때 실학자로서 승승장구하다가 정조 사후 신유박해로 귀양을 갑니다. 귀양 생활은 무려 18년간이나 이어졌는데요. 긴 세월을 원망하며 보낸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하며 집필 활동에 몰두했습니다. 평생 499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을 저술했는데 대부분이 유배지에서 집필한 거라고 하니 열정과 노력이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네요. 유배지에서 오로지 글로만 만날 수 있었던 자식들..

배움/인문학 2020.09.14

행복한 왕자

매주 월요일 문사철 한 권씩 소개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생각보다 제가 읽기에 버거운 책들이 많다는 거예요. 도전했지만 완독 못 하고 중도에 덮은 것도 있고요. 완독해도 이해가 안 되어 블로그 글로 싣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왜 문사철은 어려운 게 많은 걸까?’, ‘쉬운 건 고전이 될 수 없는 걸까?’ 하다가 결국엔 ‘아직 나의 독서력이 한참 부족하구나.’ 생각으로 귀결되며 의기소침해졌어요. 그러다 동화도 문사철이 되고, 고전이 될 수 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이 어렸을 때 많이 읽어줬던 그림책과 동화책들. 거기엔 문학, 역사, 철학이 들어있었고요. 지은 지 100년이 훌쩍 넘는 고전도 있었거든요. 좋은 책이라고 하니 그냥 읽어주고 내용을 깊게 곱씹어보지 않았는데, 다시 되돌아봐도 좋은 보석들이 많..

배움/인문학 2020.09.07

우리말 성경 - 잠언

한 6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제가 암 수술을 받고 몇 달이 지났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저에게 성경 한 권을 선물해줬습니다. 전 무교였고, 그 친구는 모태신앙으로 기독교를 믿는 친구였어요. 제가 수술하고 회복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힘든 과정을 잘 견뎌오는 것 같다며 자신은 곁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었죠. 그러면서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성경책을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또 힘든 일이 있을 때 읽어보라는 말과 함께요. 전 성경에서 창세기와 출애굽기(이집트 탈출기)가 제일 궁금했었는데요. 친구의 선물 덕분에 그 부분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신약은 오래전에 휘뚜루마뚜루 본 적이 있어서 창세기, 출애굽기 두 파트만 읽고 덮어두었죠. 작년에 전안나 작가와 함께 성경 읽기를 ..

배움/인문학 2020.08.31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의 과 . 두 소설 항상 헷갈리는 이야기였는데, 이번에 확실히 구분해두려고 책을 펼쳤습니다. 과 두 권을 놓고 어느 것을 볼까 망설이다가 허클베리를 선택했어요. 그 이유는 톰의 악동 모험담보다 허클베리의 성장담에 더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톰과 허클베리는 미시시피강 기슭 시골 마을에 사는 친구입니다. 좋은 말로 개구쟁이, 달리 말하면 장난꾸러기 악동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똑같은 개구쟁이 같아도 둘은 차이점이 있는데요. 톰은 밝고 영리하며 훌륭한 가문에서 교육을 잘 받은 아이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규칙을 따르려고 하죠. 반면 허클베리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데다 거짓말도 곧잘 하고 항상 어디론가 도망치려는 아이예요. 허클베리(이하 ‘헉’)는 더글러스 부인의 양자로 들어가 학교도 다니..

배움/인문학 2020.08.24

톨스토이 단편선 2

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었다면 는 인간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함께 일하며 하나가 되고 누구에게나 예정되어 있는 시간을 사랑과 유대감 속에서 보내야 한다. 인간의 나약함이 서로를 떼어 놓는 원인이 되기보다는 사랑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책 소개글 중에서)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에 서로를 보듬고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해야 한다는 톨스토이식 사랑법. 저는 을 읽었을 때 톨스토이식 사랑법대로라면 세상 문제의 대부분은 사라지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전쟁, 빈곤, 폭력이 만연한 걸 보면 아직도 사람들은 서로의 나약함을 사랑의 원인..

배움/인문학 2020.08.18